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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놀라운 고양이 사랑, 아기 다루듯..

요즘 포스팅이 들쑥날쑥하다. 길고 긴 추석연휴 때문이기도 하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 주말이 끼어서 지금 들여다보니 뭐 일주일에 한 개 올라와있다. 빨리 사무실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글쓰기가 되야할텐데~~  ㅡㅡ;  집에서 보내는 주말이 아이들과 함께라서 즐겁지만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하고, 글쓰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보니. (아이들이 가만 놔두질 않아서~)

 

그간 여수 엑스포에 가려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광주에서는 또 하나의 국제행사가 진행중에 있다. 2년마다 개최되는 미술계의 엑스포, 바로 광주 비엔날레 되겠다.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전국이 떠들썩하게 요란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이젠 당연한 일상처럼 느껴져서인지 별로 요란하지도 않게 조용히 넘어가곤 한다. 그래도 미술쪽에 일하시는 분들이나 미술학도, 혹은 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겐 세계 최고의 수준높은 작품들을 우리나라 안방에서 감상할수 있는 기회이고, 떠오르는 작가들의 작품경향과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알수있는 행사라 놓칠수 없는 귀한 행사일 것이다.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날 비엔날레를 찾았다. 첨엔 포스팅할 욕심에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댔는데 워낙 넓은 전시장과 수많은 작품에 질려 나중에는 사진이고 뭐고 다리아퍼 혼났다. ㅡㅡ; 그날 찍은 사진들은 며칠후에 소개하기로 하고, 비엔날레 입장권을 소지한 분들에게 광주 시립미술관 입장이 무료라서 오늘은 시립 미술관을 찾았다. 날씨가 좋아 야외에 돗자리를 펴고 정성껏 준비한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고구마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언덕위를  힘겹게 유모차를 밀고 올라오신다. 얼레리? 근데 유모차에 아기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고양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낑낑대며 올라오고 있는거다...

 

 

밥먹다 말고 우리집 세 여자들 또 우르르 달려갔다. 특히 요즘 한참 고양이에 빠져서 고양이 키우자고 할켜대고 있는 쌈닭이 제일 앞장선다. 강아지 키우자고 그렇게 졸라대서 동의했지만 결국 몇달 못가 배변문제로 스트레스 받아 다른집에 입양 보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고양이 타령이다. 고양이는 배변문제 걱정없고 (모래만 갈아주면 다 알아서 한다고..), 귀찮게도 안하고 (오히려 고양이가 사람을 귀찮아하니..), 예방접종도 자주 할 필요없고 (믿거나 말거나인데 거의 매달 주사를 맞추는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한번만 맞추면 끝이라고..), 무엇보다 도도한 기품이 끝내주지 않냐며 고양이 찬양 일색이다. 본인이 쌈닭인데 고양이와 닭은 상극이란걸 생각 못하고 있나보다..

 

 

암튼 그렇게 달려간 세 여자를 쫒아 나도 가서 사진을 찍어왔다. 아주머니도 관심을 보이는 우리집 여자들이 반가웠던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다. 그런데 이렇게 아기 다루듯 조심히, 귀하게 다루는 이 고양이가 알고보니 값비싼 애완용 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라는거. 버려진 길고양이 주워다 이렇게 이쁘게 키워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도 아니고 나이든 고양이라고. 정말 요녀석을 보고있자니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저리가라다. 똑같이 길고양이 운명을 타고나도 어떤 녀석들은 사람을 피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온갖 미움을 받고 숨어 사는 녀석들이 있는 반면 이렇게 운좋게 주인을 만나 호강하며 사는 녀석도 있으니 말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서 언급됐던 문구가 떠오른다.

개와 고양이 편인데,

개 : 사람들은 나에게 먹을 음식과, 편하게 쉴 자리를 줘. 그들은 내 신이야!

고양이 : 사람들은 나에게 먹을 음식과, 편하게 쉴 자리를 줘. 그러니 난 그들의 신이야!

그래서 개들은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애교를 부리고, 눈치를 보고, 꼬리를 흔들어 대지만 고양이는 주인이 애타게 제발 곁에 와달라고 애교를 부리고, 먹을걸로 유인도 해보고 해도 눈길 한번 주질 않지 않는가! 그러다 춥거나, 심심하거나, 필요할 때만 슬그머니 나와서 주인 곁에 온다. 그러다 욕구가 해결되고 나면 또 홀연히 자취를 감춰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버리고~ 분명 고양이는 자신이 사람들의 신이라고 생각하는게 틀림없다. 우리집 쌈닭의 고양이 사랑이 빨리 끝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