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2. 9. 22. 06:50

태풍 '산바'가 지나간지 일주일이 되간다. 이번 태풍은 남해안으로 상륙해 영남지방을 관통해서 강원도로 빠져나갔다. 원래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점은 감안하면 중부지방, 특히 수도권은 큰 피해없이 지나갔고 그랬기에 이번 태풍 '산바'가 얼마나 위력적인 비바람을 동반했는지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터이다. 하지만 여수 남쪽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바가 처음 지나갔던 제주도를 포함해 여수, 광양, 구례, 하동, 통영 이쪽 지역들은 큰 피해를 입었을거다. 일단 태풍이 남기고 간 흔적들 몇 컷을 소개한다.



내가 일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왼쪽이 바다, 오른쪽이 육지인데 바닷물이 범람했다. 저지대에 있던 마을 주택들은 모두 침수!



여기는 차가 다니는 도로. 태풍이 잠시 잠잠해지자 상황을 알아보러 차를 타고 나왔는데 도로가 침수됐다. 그래도 별일 있겠나 싶어 계속 서행했는데 왼편 바다에서 파도가 올라오고 차가 휘청거리는 탓에 깜짝 놀랐다. 자칫 잘못하면 차가 떠내려 갈수도 있겠다 싶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서히 차를 돌려 되돌아왔다. 길가에서 떠내려가면 어딘가에 부딪쳐서라도 멈추겠지만 왼편 바다로 가버리면!!



태풍이 지나간 후, '산바'는 확실한 존재감을 남기고 갔다. 이곳 저곳에 흔적이 처참하다.



바람에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섬에는 돌담이 많다. 제주도가 그렇듯이 이 곳도 돌담이 많고 거센 바람에도 잘 버텨왔지만 이번 태풍에 주택의 담이 무너진 모습. 저 뒷쪽으로 건물 기초가 유실되서 위태로운 모습도 보인다.



콘크리트 포장면이 절단나고 바닥에 돌들이 쓸려 나간 모습.



여기는 사진에 안나온 우측 도로가 파손되면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져서 종잇장처럼 바람에 날아간 모습이다. 태풍이 기승을 부리던 순간 전기, 인터넷, 휴대전화가 모두 불통됐는데 기상이 안좋아 복구도 지연됐다. 그 덕에 섬 전체가 저녁 일곱시부터 취침모드~~ 다행히 다음날 모두 복구됐다. 태풍을 이렇게 가까이서 겪는건 처음이다. 지금껏 수많은 태풍을 봐왔고, 올해에도 볼라덴과 덴빈을 겪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지은지 오래된 가설사무실 지붕이 날아갈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창문은 금방이라도 깨질것 같고, 지붕은 들썩들썩 거리고, 거기다 전기도 나가버렸지, 핸드폰도 안되지, 그러다가 쿵 하는 큰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려 문을 여는데 문이 안열린다. ? 왜 안열리지? 잠시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는 방향쪽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문이 꿈쩍도 안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간신히 나와보니 출입문 위에 빗물받이 지붕 같은 것이 날아가 버리고 없다...


태풍이 끝났어도 복구하고 현장 수습하고 하느라 지난주 내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블로그도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 해오다가 이틀을 쉬게 됐고~ 태풍의 중심부가 초속 40m 정도였다는데 내가 느끼기에 체감풍속이 약 35m 정도는 되보였다. 자연의 무서움을 직접 체감한 시간이었다...

전기가 나가고 나니 일곱시만 되도 온 천지가 암흑이다. 티비도 인터넷도 안되니 소일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자자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도 안오고. 그래서 선택한게 바로 촛불 독서!



여기는 정전이 잦아서 항상 양초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나 독서를 좋아해서 촛불까지 켜놓고 책을 읽느냐~~  그게 아니라 얼마나 심심하고 할일이 없으면 저렇게하고 책을 읽었을까~~로 이해해주시길~ 옛날 선비들이 했던 주경야독이 이런것이었겠구나 싶다. 그 덕에 책 한권을 다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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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09.22 07:21 [ ADDR : EDIT/ DEL : REPLY ]
  2. 촛불 사이의 책을 담은 사진을 보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 지는듯 합니다.
    한편으론 편안함도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2.09.22 07: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폭풍 산바가 아주 거세게 지나갔네요.ㅠ
    촛불 켜놓으시고 책한권 후딱 읽으셨다니,
    책이 더 잘 읽힐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2.09.22 09:25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도 촛불 몇번 켰습니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신 분들, 너무 안타깝습니다.
    신속히 복귀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2012.09.22 10: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눈 나빠지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자연이 쓸고 간 자리에 전기가 아니라 자연적 불 밝히기가 필요하다는 ..

    2012.09.22 1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전 서울에 있어서 잘 못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래도 촛불 독서는
    웬지 운치가 있어 보이는데요.^^

    2012.09.22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장난이 아니네요~
    울집은 창문이 아수라장상태입니다.
    온통테잎의 잔해들이~

    2012.09.22 1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제가 살던 동네는 아마 제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거든요...
    목포에서도 배로 3~4시간 걸리는 깡촌 낙도였거든요...지금은 2시간이면 가지만..
    가끔...전기 없이 촛불 앞에서 책을 읽고 싶은 게 아마 어릴 적 기억 때문인듯....
    산바로 고생한 얘기를 추억의 한켠으로 왜곡(?) 시키고 갑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시고요..

    2012.09.22 14: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태풍이 훏고 간 자리가 너무 심하네요.
    빨리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2012.09.22 23: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헉;;; 서울에서는 몰랐는데...
    피해가 정말 컸네요...

    2012.09.24 11: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정말 끔찍하네요. 태풍을 온몸으로 겪었으니 그 공포는 더했을 것 같습니다.
    복구가 언제 될지... 곧 추석인데...

    저도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장 익숙한 것을 집어 든답니다.

    2012.09.24 14:25 [ ADDR : EDIT/ DEL : REPLY ]
  12. 수도권에서는 산바의 영향력을 별로 못 느꼈는데....
    남부지방은 대단했네요.
    여긴 약간 비가 많이 내린정도??
    암튼...그래도 덕분에 책 한권 독파하셨다니...
    새 책을 꺼내들었는데...영 진도가 안나가고 있네요.

    2012.09.24 14: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ADT캡스

    이번 여름은 태풍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태풍이 기승을 부렸는데요, 정말 다시한번 그 위력에 깜짝 놀랐더라죠 ㅎㅎ 볼라벤이 왔을 때는 집 창문이 깨지지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있었는데.. ㅎㅎ 다른 해안지역의 피해현황을 보면 무시무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 좋은 글 잘 읽고 구독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으로 좋은 글 함께공유해요!!

    2012.09.26 19:4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