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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태풍 '산바'가 남기고 간 것들...그리고 촛불 독서

태풍 '산바'가 지나간지 일주일이 되간다. 이번 태풍은 남해안으로 상륙해 영남지방을 관통해서 강원도로 빠져나갔다. 원래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점은 감안하면 중부지방, 특히 수도권은 큰 피해없이 지나갔고 그랬기에 이번 태풍 '산바'가 얼마나 위력적인 비바람을 동반했는지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터이다. 하지만 여수 남쪽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바가 처음 지나갔던 제주도를 포함해 여수, 광양, 구례, 하동, 통영 이쪽 지역들은 큰 피해를 입었을거다. 일단 태풍이 남기고 간 흔적들 몇 컷을 소개한다.



내가 일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왼쪽이 바다, 오른쪽이 육지인데 바닷물이 범람했다. 저지대에 있던 마을 주택들은 모두 침수!



여기는 차가 다니는 도로. 태풍이 잠시 잠잠해지자 상황을 알아보러 차를 타고 나왔는데 도로가 침수됐다. 그래도 별일 있겠나 싶어 계속 서행했는데 왼편 바다에서 파도가 올라오고 차가 휘청거리는 탓에 깜짝 놀랐다. 자칫 잘못하면 차가 떠내려 갈수도 있겠다 싶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서히 차를 돌려 되돌아왔다. 길가에서 떠내려가면 어딘가에 부딪쳐서라도 멈추겠지만 왼편 바다로 가버리면!!



태풍이 지나간 후, '산바'는 확실한 존재감을 남기고 갔다. 이곳 저곳에 흔적이 처참하다.



바람에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섬에는 돌담이 많다. 제주도가 그렇듯이 이 곳도 돌담이 많고 거센 바람에도 잘 버텨왔지만 이번 태풍에 주택의 담이 무너진 모습. 저 뒷쪽으로 건물 기초가 유실되서 위태로운 모습도 보인다.



콘크리트 포장면이 절단나고 바닥에 돌들이 쓸려 나간 모습.



여기는 사진에 안나온 우측 도로가 파손되면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져서 종잇장처럼 바람에 날아간 모습이다. 태풍이 기승을 부리던 순간 전기, 인터넷, 휴대전화가 모두 불통됐는데 기상이 안좋아 복구도 지연됐다. 그 덕에 섬 전체가 저녁 일곱시부터 취침모드~~ 다행히 다음날 모두 복구됐다. 태풍을 이렇게 가까이서 겪는건 처음이다. 지금껏 수많은 태풍을 봐왔고, 올해에도 볼라덴과 덴빈을 겪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지은지 오래된 가설사무실 지붕이 날아갈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창문은 금방이라도 깨질것 같고, 지붕은 들썩들썩 거리고, 거기다 전기도 나가버렸지, 핸드폰도 안되지, 그러다가 쿵 하는 큰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려 문을 여는데 문이 안열린다. ? 왜 안열리지? 잠시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는 방향쪽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문이 꿈쩍도 안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간신히 나와보니 출입문 위에 빗물받이 지붕 같은 것이 날아가 버리고 없다...


태풍이 끝났어도 복구하고 현장 수습하고 하느라 지난주 내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블로그도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 해오다가 이틀을 쉬게 됐고~ 태풍의 중심부가 초속 40m 정도였다는데 내가 느끼기에 체감풍속이 약 35m 정도는 되보였다. 자연의 무서움을 직접 체감한 시간이었다...

전기가 나가고 나니 일곱시만 되도 온 천지가 암흑이다. 티비도 인터넷도 안되니 소일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자자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도 안오고. 그래서 선택한게 바로 촛불 독서!



여기는 정전이 잦아서 항상 양초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나 독서를 좋아해서 촛불까지 켜놓고 책을 읽느냐~~  그게 아니라 얼마나 심심하고 할일이 없으면 저렇게하고 책을 읽었을까~~로 이해해주시길~ 옛날 선비들이 했던 주경야독이 이런것이었겠구나 싶다. 그 덕에 책 한권을 다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