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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현대자동차 서비스, 과잉수리가 의심된다

지난주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네 집에 다녀왔다. 또래 애들이 있어 부부끼리, 애들끼리 두루 친하게 지내는 집이라 먼거리긴 하지만 가끔 다녀오곤 했는데 그 날도 집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이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래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옆에 있던 내 차를 살짝 긁었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내려가겠다고 얘기하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바꾼지 얼마 안돼 새 차나 다름없는데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주차장에서 긁히다니~ 하는 속상함 반에 그래도 양심적으로 도망가지 않고 전화해 준것도 어디냐는 안도감 반. 주차장에 가보니 젊은 운전자가 죄송하다며 연락처를 남겨줬다. 우리가 이곳에 살지 않아서 여기서 차를 맡길수 없고, 또 토요일이다보니 집으로 돌아가 주중에 수리하고 연락주기로 하고 헤어졌다. 차를 살펴보니 찌그러진 정도는 아니고 좀 많이(?) 긁힌 정도였다.

 

 

차가 현대차였기에 특별히 아는 정비소가 없는지라 현대차 정비소를 찾았다. 그 전에 전화로 차 상태를 얘기하고 수리를 어떻게 하고 얼마나 견적이 나올지 물었더니 범퍼를 탈착해서 도색후 부착하는 과정이면 되겠다고 했고 수리비는 약 20만원을 얘기했다. 응? 20만원? 너무 비싸다... 좀 오래된 차거나 내가 스스로 긁었다면 대충 컴파운드로 열심히 닦고, 페인트로 땜빵 했을텐데 새 차인데다 남이 긁은거라서 다소 수리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차를 맡기러 갔다. 그런데 직접 차를 본 정비소 직원, 범퍼 도색만으론 안되겠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면 앞부분이 범퍼고 뒷부분이 휀더인데 범퍼뿐만 아니라 휀더까지 긁혔고 더군다나 휀더는 육안상 잘 안보이지만 살짝 찌그러지기까지 했단다. 그래서 판금후 도색이 들어가야 하는데 새차이니만큼 휀더를 교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또 범퍼도 전화와는 달리 수리가 아니라 교환쪽으로 말이 바꼈다. 그래서 대체 견적이 얼마나 나오냐고 물었더니 50~55만원 정도 나오겠단다. 아니 무슨 이정도로 살짝 긁힌거 가지고 50만원이나 나오느냐고 했는데 수리비를 아끼려면 조금은 아낄수도 있겠지만 자기가 봤을때는 교환해야 한다고 했다. 범퍼도, 휀더도..

 

참 난감했다. 사고를 낸 분은 양심상 전화로 알려주면서 이렇게까지 비싼 수리비를 생각이나 했을까? 피해자인 나도 기껏해야 돈 10만원 정도에서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는데 50만원이라니! 이 사실을 전해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난감한 일이더냐... 내가 더 미안해졌다. 얘기했더니 그쪽도 잠시 멘붕 상태다. 할수없이 보험처리 해야겠다고 하면서 본인도 다른 차가 긁고 지나가 범퍼 수리를 했지만 이정도로 비싼 금액은 안나왔다며 너무 바가지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전화를 끊고 나 역시 찝찝하던 차에 금새 다시 상대방 차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대차에서 과잉 수리비를 청구하는것 같으니 그러지말고 번거롭더라도 현대차 정비소가 아닌 다른곳에 맡겨달라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얼마가 나오던간에 보험처리 할테니 한번만 양해해 달라고 부탁한다. 나 역시 찜찜하던 차에 그러마고 대답하고 차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집 앞에 1급정비소가 있길래 그곳에 차를 맡겼다. 그런데 똑같은 차에 똑같은 흠집인데 진단이 다르다. 휀더에 난 흠집은 도색하면 되고, 찌그러진 곳도 없다고 한다. 범퍼는 역시 탈착해서 도색후 부착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견적은 25만원이 나왔다. 그래서 현대차 정비소에서는 새차라서 도색보다는 교환을 권하더라고 얘기했더니 이쪽 얘기는 오히려 새차니까 교환보다는 수리해서 타는게 더 낫다는 거다. 괜히 멀쩡한 차 부속을 교체해서 차에 사고이력이 남는것보다, 범퍼가 파손됐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교환해야 겠지만 흠집난 정도를 가지고 교환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그러면서 현대차 직영 사업소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왠만하면 전부 교환, 교체쪽으로 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지나가며 하더라.

 

맡긴지 하루만에 수리가 끝나 차를 찾아왔다. 사고전과 똑같이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렇게 말끔하게 수리가 되는것을, 티도 안나는데, 왜 범퍼, 휀더 다 교환해야 한다고 한건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집 앞 정비소 직원 얘기대로 실적올리려 과잉 수리를 하는거라고 밖엔 안보여진다. 고작 현대차 직영정비소를 나와 집앞 정비소로 한번 옮긴것 뿐인데 수리비는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반값이 됐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야 흠집 하나에 50,60 들여서도 수리하는데 눈하나 깜짝 안하겠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이 차 기스 한번 났다고 50만원 들여 수리하는게 가당키나 한 말일까? 안그래도 현대차, 기아차 해가 갈수록 수리비가 커져만 간다고 뉴스에 나오더니 그게 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가보다. 무상 A/S기간에 고객들 차 부속이나 그렇게 바꿔주면 오죽 좋을까. 앞으로 현대차 직영 정비소나 경정비를 찾는 일은 없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