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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와 꿀꿀이

공주들간의 정상회담

딸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때가 되면 유독 공주에 집착하는 시기가 온다. 네살쯤부터 시작된 딸들의 '공주사랑'은 초등학교에 들어간 8살이 되어도 식을줄을 모른다. 주원이가 일곱살때 생일선물로 원한 것이 바로 백설공주 옷. 근데 쉽게 구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적당한 가격에 그럴듯한 옷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손품을 부지런히 판 끝에 넉넉하게 큰 사이즈로 사줬는데 그때는 커보이더니 여덟살이 된 올해에는 꼭 맞는다.




주말아침 이불속에서 부비적거리며 일어나지도 않은 엄마, 아빠와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쉴새없이 꺄르르 거리며 여기저기 몰려다니던 두 딸들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공주 옷으로 분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주원이가 백설공주 옷을 선점하고나자,

 



무슨 옷을 입을지 온 옷장을 헤집고 다니던 주하가 어디서 그럴싸한 치마를 찾아 입었다.
일단 무조건 길고, 펄럭거리면 다 공주옷이라고 생각하는 주하.






저게 엄마옷인지 애들옷인지... ㅡㅡ;
그렇게 뛰어 놀다가는 또 주방으로 와서 치즈를 탐닉한다.
이윽고 벌어진 주방에서 공주들간의 정상회담.
아마도 회담의 주제는 누가 아빠를 차지할 것인가가 아닐까?




그시간 정작 아빠는 엄마한테 딱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애들아 미안. ^^;

아빠를 차지하려(독차지가 맞다)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자매들이 가족 외식하러 외출할라치면 으례 거치는 자리싸움의 단계가 있다. 1라운드는 승용차에 탈때 운전석 뒷자리에 서로 앉으려는 싸움이다. 아빠가 운전하니 운전석 뒷자리에 서로 앉겠다는 거다. 전엔 언니의 일방적인 지정석이었는데 근래들어 주하가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려 언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왜 그 자리가 좋냐고 물으니 내릴때 아빠가 문을 열어줘서 좋다는거다. 우리집은 차 뒷좌석 문이 안에서 열리지 않게 해놓았다. 혹시나 장난치다 운행중에 문이 열리는걸 막기위해. 그러다보니 차에서 내릴때 어른들이 뒷좌석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조수석 뒷자리는 엄마가, 운전석 뒷자리는 아빠가 열어주다보니 이런 자리싸움이 생겨난거다.

자리싸움의 2라운드는 식당에 들어갔을때. 서로 아빠 옆에 앉겠다고 싸움을 벌이는데 1라운드에 어떤 녀석도 울지 않았다면 반드시 2라운드에서는 누군가가 울게 마련이다. 언니한테 자리를 뺏긴 주하가 울던지, 언니가 되서 양보 안하고 동생 울린다고 엄마한테 혼난 주원이가 울던지~ 
엄마가 중재에 나서 점심때 아빠 옆에 앉은 사람이 저녁때는 양보하기로 결론을 낸다.
이의 없음!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는 딸들..

주말아침, 엄마 아빠 없는 틈을 타 두 자매가 불꽃튀는 정상회담을 열었다. 과연 결과가 어찌 나올런지 새삼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