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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와 꿀꿀이

너무 잘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유치원 재롱잔치


꼬꼬와 꿀꿀이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다녀오느라 연차를 냈다. 옛날 세대분들은 무슨 아이들 유치원 재롱잔치 간다고 회사를 빠지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모두 우리 회사에만 모여있나 보다. 그래서 별수없이 다른 거짓말로 둘러댔는데 그분들도 한번 행사장에 직접 오면 생각이 달라질거다. 그냥 '아이들' 재롱 수준이 아니다. 어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은 1년중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해서 몇달전부터 아이들이 온통 재롱잔치 비상체계로 운영된다고도 한다.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들을 총동원해 열띤 응원을 하기도 하고, 피켓에 프랑카드는 기본이다. 심지어 사진찍기 좋은 자리 앉기위해 한시간 전부터 자리싸움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따로 피켓이나 프랑카드를 준비하진 않았지만 스마트폰의 전광판 어플을 이용해 어둠속에서도 금새 빛이나는 응원 문구들을 끊임없이 발광시켰다 ^^ 약 두시간 반동안 스무개 가까운 프로그램을 5,6,7세 네개반 아이들로 꾸몄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두명이 출연하는지라 자녀들이 나오기를 오래 기다리던 다른집들과는 달리 두개 프로그램당 한번꼴로 쉴새없이(!) 등장하는 꼬꼬와 꿀꿀이를 응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ㅡㅡ;




여기 유치원은 춤과 노래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지않고, 평소 유치원 수업을 통해 익혀왔던 예체능 위주로 구성을 했더라. 첫번째 등장한 큰딸 꼬꼬의 바이올린 연주(뒷줄 가운데).
누가 고슴도치 부모 아니랄까봐 수많은 아이들중에 유독 꼬꼬만 빛이나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




이어 나온 막내 꿀꿀이(앞줄 가운데). 에그... 귀여운 것! 재롱잔치때마다 볼수 있는 광경이지만 저연령반 아이들중엔 항상 무대에 올라와 율동하지 않고 우는 아이들이 있다.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엄마가 안보인다거나, 동작을 잊어버렸다거나 하면 금새 울음이 터진다. 이 날도 어김없이~~
다음은 다시 꼬꼬가 등장해서 방과후 수업때 갈고 닦은 발레공연을 선보였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부터 바른자세와 유연성을 키워준다고 해서 발레 학원에 다녔던 꼬꼬. 역시 뭔가가 달랐다~
딱딱 떨어지는 동작, 유연한 몸, 쟤가 내 딸이요~~ ^^V






졸업을 앞둔 꼬꼬네 7세반 아이들은 이렇듯 바이올린, 하모니카, 아코디언, 발레, 사물놀이, 영어 뮤지컬 등으로 공연을 했고, 가장 어린 꿀꿀이네 5세반 아이들은 율동 위주였다. 바로 아래 장면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5세반 아이들이 '아이러브유 마미'라는 곡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선보였는데 유독 꿀꿀이가 애교넘치는 표정과 율동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에 사회를 본 진행자가 아이들을 대표해서 꿀꿀이에게 앵콜을 부탁하는 장면.
 



 

꼬꼬의 아코디언 연주와 꿀꿀이의 난타공연이 이어지고, 또다시 꿀꿀이의 율동과 꼬꼬의 사물놀이 공연을 관람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다른아이 가족들은 한번 공연이 끝난후 다음 공연에 아이가 나올때까지 두세 프로그램을 기다린 반면 우리가족은 한번 건너 한번꼴로 아이들의 공연을 관람하다보니 시간가는줄 몰랐다 ^^




공연 시작전 엄마, 아빠를 발견하고 활짝 웃는 꿀꿀이~






아이들 공연 사이에 짬을 내 즉석에서 아빠들을 불러내 '아빠의 청춘' 을 합창하는 코너도 있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무대 위에 올랐다. 사실은 합창하기 전에도 상품에 눈이 멀어 무대에 올라갔는데 어김없이 춤을 시키는 바람에 몇몇 아빠들과 못추는 막춤을 추기도...  ㅡㅡ;;   그 쪽팔린 고생 시켜놓고 달랑 양말 하나 준 사회자 미워..

마침내 모든 공연이 끝나고 전 원아들이 한데 모여 합창하면서 막이 내렸다.
꼬꼬는 광주에 오기전 여수에서 어린이집을 다닐때도 한번 재롱잔치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공연의 완성도 측면은 여수의 어린이집이 훨씬 높아보인다. 그때는 정말 어른들도 감탄할만큼 일사불란한 안무를 아이들이 해내는거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정도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수업을 제쳐두고 안무연습에 올인 했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비록 완성도 높은 무대는 아니었지만 이번 광주의 유치원 공연은 평소에 공부하고, 배우던 모습 그대로를 꾸밈없이 보여주는것 같아 마음도 놓이고, 보기에도 좋았다. 항상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재롱잔치를 두고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들이 많은 요즘에 이런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소신껏 행사를 준비한 유치원에도 믿음이 갔다. 그리고 막내딸 꿀꿀이. 이번이 첫공연이었는데 전혀 두려움없이 생글거리며 신나게 엉덩이 흔들며 춤추는것 보고 함께 간 할머니랑 엄마, 아빠가 뒤집어지는줄 알았다. 끝나고 맛있는거 사준다고 데려갔는데 아이들이 먹은건 바로 막창! 우리 애들은 고깃집에 가면 돼지껍데기, 막창, 곱창 이런걸 더 좋아한다 ㅡㅡ;

그간 고생했다. 꼬꼬, 꿀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