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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와 꿀꿀이

무대에 선 딸, 아빠의 별이되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큰 딸, 주원이다.

작은딸 주하가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으면서도 작고, 귀여운 아기새, 혹은 똥강아지 같다면, 큰 딸 주원이는 의젓하고, 든든하고, 착하고, 속이 꽉 찬 느낌의 아이다. 첫아이라서 엄마, 아빠의 온갖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또 엄하게 키우느라 어리광이나 고집 부리는걸 용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저도 어린 나이에 동생을 보고나서는 항상 언니니까 양보하고, 포기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러면서 세상 모든 큰딸들이 그러하듯 어리광 철부지가 아니라 조숙하고 어른스럽게 자라고 있다. 그치만 마음 한켠에선 항상 동생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에 싸여있기도 하고~

 

 

그런면에선 미안하기도 하지만, 또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모든 관심은 항상 작은딸 보다도 큰 딸 주원이에게 맞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원이가 유치원 다닐적 유치원에서 누에고치를 가져왔을땐 먹이로 주는 뽕잎을 따기위해 엄마, 아빠가 여수 변두리 산길을 헤매고 다니면서 뽕나무를 찾아 다녔고, 재롱잔치를 할라치면 연차휴가를 쓰고 참석을 했다. 배우고 싶어하는 건 뭐든지 뒷바라지 하고있고, 옷이나 신발도 항상 새걸로만 장만해준다. 반면에 둘째 주하를 돌이켜보니 항상 언니에게 밀려 뒷전이다. 주하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만 그보다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언니의 학창생활이 항상 우리의 관심대상이다. 주하를 위해서 유치원 행사에 참석한 적도 기억에 없고, 숙제 해주느라 부산을 떤 기억도 없다. 게다가 옷이나 신발은 항상 언니가 쓰다 작아진것들을 물려 받고 있고, 뭐하나 제대로 시키지도 않는다.

 

주원이는 요즘 주말에는 발레를 하고, 평일에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아빠가 피아노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 어릴적 길을 가다 어느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소리가 너무 예쁘고, 인상적이어서 길을 멈추고 그 집앞에서 한참동안 연주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잘 치지는 못한 연주였지만 피아노 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었다. 그 뒤로 내 이상형은 '피아노 잘치는 여자'였다. 지금 아내는 자칭 '피아노 잘치는 여자'라지만 결혼후 지금껏 한번도 제대로 된 연주를 들려준 적이 없다. 왜 실력을 안보여주냐고 물으면 연장을 탓하지만 -집에는 디지털 피아노만 있다- 아무래도 가끔씩 애들에게 들려주는 동요, 거기까지가 실력인것 같다... ㅡㅡ; 우리애들은 피아노를 잘 쳤으면 좋겠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기회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 나 어릴적에는 남자들이 웅변학원, 태권도학원을 많이 다녔고 피아노는 그리 대중적인 특별활동이 아니었다. 피아노 하면 대부분 여자애들이 배웠었고, 일부 소수정예 부잣집 아들들이 피아노를 치기도 했었다.

 

주원이가 피아노를 배운지 6개월여가 지나자 소나티네 라는 단계에 입문했다고 했다. 전에는 바이엘, 체르니 이런식으로 진도가 나가더니 요즘엔 소나티네라는 단계로 넘어간다고. 그러더니 피아노 학원에서 지역 콩쿨에 참가하라고 연락이 왔다. 큰 대회는 아니지만 무대 경험 측면에서 한번 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인듯 했다. 콩쿨에 참가한다고 하면 현란한 손놀림에 격정적인 연주가 떠오르지만 초등부부터 성인부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콩쿨이라서 각기 실력도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나는 평일이라 참석하지 못하고 아내가 어머니와 함께 주원이 콩쿨에 다녀와서 보내온 사진이다.

 

 

참가자들중 가장 어린 초등1년부다. 8명이 참가했다고 하는데 저 조그만 아이가 저보다 훨씬 큰 그랜드 피아노와 그보다도 훨씬 큰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연습했던 곡을 연주했다. 참 대견스럽다. 그리고 최우수상 수상!

오늘 드디어 상장이 도착했다. 개인에게 직접 주지않고 학교로 보내왔기에 선생님이 전해주셨다고 한다. 얼굴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


 


어른들도 큰 무대에 서면 덜덜 떨게 마련인데 주원이는 무대 체질인가 보다. 더 어렸을때도 밸리댄스로 무대에 서 수상한 경험도 있고하니 무대공포증에 단련이 된건지 아님 아직 어려서 그런걸 모르는건지~ 싫증내지 않는다면 오래오래 피아노는 가르치고 싶다. 아빠를 위해서 엄마도 안해줬던 피아노 연주를 멋지게 들려준다면 바랄게 없겠다. 얼마전에 읽었던 최문정 소설 '아빠의 별'에 보면 발레리나로 성공한 딸과 아빠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소설속에서 아빠와 딸은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거리감이 있지만, 아빠는 딸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할 각오가 돼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런 뒷바라지를 받고 성공한 딸은 아빠의 가슴속에 '별'이 된다. 우리 딸들도 훌륭히 자라서 아빠의 별이 되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