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신부님들이 뭉쳤다. 차동엽, 박진홍, 조재연, 강석진, 송영오, 지영현, 김영호,
최정묵, 류해욱, 정인준, 조현철 신부님. 차동엽 신부님은 일전에 '바보 Zone'이라는
책으로 만나본 적이 있었고, 다른 신부님들은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었지만, 신부님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똑같다. 바로 '사랑'이다.
1장 당신의 이름, 사랑
2장 사랑을 묻다
3장 사랑이 대답하다
4장 사랑, 사랑만
세속 여인들과의 사랑이 철저히 금기되온 젊은 신부님들이 왠 이리도 사랑 타령이신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책. 물론 여기서 사랑은 에로스와는 거리가 멀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잔잔한 책이다. 특별히 독자들을 계몽하려 들지 않을뿐더러, 하느님이
서로 사랑하라고 했으니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라~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덤덤하게 신앙고백을 하듯 자신들이 자라온 환경, 어린시절의 꿈, 그리고 신부가 된 후
사목활동을 하면서 만나온 사람들을 회상하고, 반성하고, 존경하는 이야기다. 매주 미사때
주보에서 읽음직한 이야기들을 11분의 신부님이 들려주고 있다.
큼직한 활자와 넓은 여백, 그리고 감성 사진과 짧은 글들로 쉽게 읽을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다. 또 신부님들의 글이면서 종교적인 색채나 교리등을 강조하지 않고, '좋은생각'류의
책을 읽듯 가볍게 읽을수 있어 비신앙인이나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거부감이 들지
않으리라 보여진다.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한 차동엽 신부님은 가톨릭이면서도 처음 '신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개신교의 '네비게이토 선교회'였음을 추억하며 지금도 좋은 기억을 갖고있다고
얘기한다. 두번째 글에서 박진홍 신부님은 한달여간 수단의 톤즈에서 함께 있었던 이태석
신부님과 톤즈의 순박한 사람들을 회상하며 그 안에서 사랑과 희망을 얘기한다.
조재연 신부님은 청소년 사목활동을 하며 만나온 청소년들과 그들을 통해 어릴적 병약했던
자신을 훌륭하게 키워주신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고, 강석진 신부님은 남자친구와의 이별
로 힘들어하는 여신도를 상담하면서 느낀 점을 제목 '놓아주는 것도 사랑입니다'에서 얘기
하는등 메 글마다 인생에 힘이되고, 현실을 돌이켜 볼수 있는 좋은 글들로 가슴을 따뜻하게
적신다.
사실 기독교에 대한 개인적인 짧은 소견으로는 하느님과 예수님이 단 하나의 길만 제시해
주시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돌아서서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고 하셨고, 예수님은 하느님이 전지전능 하시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신다고 제자들에게 얘기하셨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도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하셨다.
예수님이 마지막에 하셨다는 말씀이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하니..
다만 신자들이 어느 말씀에 무게를 두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희생과 봉사,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기도 하고, 총칼을 들이대며 전쟁을 일으키고, 이교도를 학살하기도 한다.
또 성실한 삶 자체를 최고의 전도로 알고 모범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반면
거리에서 확성기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대며, 눈쌀 찌푸리는 사람들에게 악담을
해대는 사람들도 있다. 내 대부님이 해준 수많은 말씀중 가장 인상깊었던건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건 예수님이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를 나누어 질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나와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만 내 이웃이요, 친구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모두
전교해야할 대상이거나 적이라고 간주하는 편협한 집단 이기주의 대신에, 내 종교가 소중
하듯 타종교도 존중하고, 모두 큰 의미로 절대자 하느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가, 전 세계가 평화로워지지 않겠는가. 엊그제 읽었던 종교전쟁을 다룬 책 '위도 10도'
에서 처럼 종교가 전쟁의 이유가 되지도 않을테고 말이다. 진솔한 신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종교인들이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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