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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순신의 반역' 소설같은 이야기, 하지만 정말?


오랜 역사속 사건들 중에서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는 숱하게 존재한다.

오로지 전해 내려오는 문헌들에만 의지할 뿐이니, 그 사관에 따라 진실이 숱하게 왜곡되기도

한다는걸 알고있기에 궁금증만 커가는 사건들 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순신의 죽음과

관련된 음모론이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거치며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던 최고의 장수가

왜 비단 마지막 전투였던, 그것도 치열한 격전이 아니라 도망가는 왜적을 쫒던 전투에서

장렬히 최후를 마쳤을까? 그리고 그가 죽으면서 남겼다는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의 대상은

누구일까?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로 아군의 사기에 영향을 줄까봐 알리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뜻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거라면?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온 이른바 '이순신 생존설'중 하나이다. 당시 조선 조정은 전쟁영웅

으로 떠오른 이순신이 민심과 군을 이용해 역모라도 일으킬까봐 전전긍긍 하고있었고, 임금을

비롯한 기득권층은 이순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처단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전쟁이 끝나

면 이순신이 갈 수 있는 길은 단 두가지, 순순이 도성에 입성하여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 당하

든지, 아니면 역모를 일으켜 스스로 왕이 되던지.. 이도저도 할수없던 이순신으로서는 전투에서

죽은걸로 위장하고 남은 생을 숨어서 살았다는 설이 꽤 신빙성 있게 전해 내려왔었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의미는 반대로 '내가 살아있다는걸 아무도 모르게 하라'라는 의미

라고... 그런데 이게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 들일수가 없는게 많은 역사학자들 역시 전쟁이

끝난후 이순신의 운명을 위에서 든 두가지 중 하나로 받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순신이

없는 전쟁은 있을수 없었기에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어도 전쟁중에는 어찌 할수 없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필시 누명을 씌워 제거하려 했을거라는데 무게가 있다.

유광남 작가가 쓴 소설 '이순신의 반역'은 바로 이런 설을 바탕으로 하여 실존인물이었던

김충남(본명 사야가)를 이순신의 충복으로 등장시켜, 순순히 죽지말고 역모를 일으켜 이순신이

왕이 되는 상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순신이 불충하여 역모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충신들을

그저 권력욕으로 숱하게 누명씌워 죽이는 정부, 일본과의 전쟁에서 번번이 지면서도 자신들만

살기위해 백성들을 포기하고 도망다니던 정부, 그 난리통 속에서도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끊이지

않던 당파싸움의 대신들, 이런 썩어빠진 정부를 뒤집고 백성들을 위한 나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충심에서의 역모를 뜻한다. 발칙한 상상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

듯이 어쩌면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역사에서 현실이 될수도 있지 않았을까?

수많은 등장인물들중 이순신을 제외하고 단연 주인공은 김충선 이라는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는 김충선을 일본에서 특수부대 훈련을 받고 전쟁전 조선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파견한 간자였으나, 전쟁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조선에 투항하고, 일본의 총포기술과 화약

기술을 전래하고 뛰어난 전략으로 조선군의 편에 서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선조가 친히 '자헌대부'라는 직위를 주고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하사해 줬으며,

의병장 김덕령, 곽재우, 도원수 권율, 수군통제사 이순신과 두루 교분을 쌓다가 마침내 이순신

의 양아들이자 충복이 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의금부에 압송되는 이순신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왕을 배신할수 없다고 할때 이순신을

설득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도록 부추기고, 영의정 유성용, 도원수 권율 등으로 하여금 역모에

가담하게 하는 인물, 상대의 심리를 한눈에 꿰뚫어보고, 신출귀몰한 전략을 세워 문제를 해결

해 나가는 인물, 일본인이면서도 모국을 배신하고 조선의 부흥과 이순신만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인물... 그 김충선이라는 인물이 오히려 이순신보다도 더 소설의 주인공인 셈이다.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실존했던 인물이고, 소설속의 설정도 많은 부분 사실과 들어맞았다.

다만 이순신의 양아들로, 이순신을 부추겨 역모를 추진했던 부분은 아마도 소설속의 픽션인듯

하다. 왜란때 혁혁한 전과를 세워 조정의 신임을 받고, 병자호란때도 스스로 참전해 성과를

걷었으나,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하고 속국이 되자,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 향악

등을 가르치다 죽었다고 한다. 죽은후 그를 기리기 위해 '김충선 신도비'가 세워졌다.



사실 영웅이자, 충신을 등용하기 보다 어떻게든 누명을 씌워 제거하려던 조정과 대신들의 모습을

나무랄 것도 못된다. 1590년대 조선중기, 치열한 당쟁으로 나라가 망해가던 때의 케케묵은 나쁜

관습이라고 할수 있을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수 있나?

안철수, 박원순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며 민심을 얻어가자, 정부와 집권

여당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곰곰히 지켜볼 일이다. 인정하고,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는지, 아니면 귀와 눈을 닫고, 어떻게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깎아 내리려 혈안이 되어 있는지,

어느쪽일까..


이순신의 반역
국내도서>소설
저자 : 유광남
출판 : (주)스타북스 201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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