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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끝나지 않은 십자군 전쟁 '위도 10도'


대표적인 종교 분쟁지역, 종교가 전쟁이 되는곳 '위도 10도'.
흔히 북아프리카나 서남 아시아 일부지역이 대표적인 종교분쟁 지역으로 알고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적도에서부터 위도 10도에 이르는 지역을 심각한 종교문제가
발생되는 지역이라고 꼽고 있다. 위도 10도는 적도로부터 북으로 약 1,126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으로 전세계 무슬림 13억 중 절반이, 20억 기독교인 중 60퍼센트가 살고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종교분쟁. 바로 이슬람교와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가 서로를 압살하려는
분쟁이다. 말이 분쟁이지 기실 전쟁에 가깝다. 어쩌면 중세 십자군전쟁이 형태만 바꼈을뿐
지금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세계 여러곳을 놔두고 왜 하필
북위 10도 지역에서 이들 종교의 대립이 극심할걸까. 저자 엘리자 그리즈월드가 보기엔
종교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이들 지역의 지리적 위치, 수자원, 석유의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이 실제적인 이유이다. 즉, 이들이 믿고있는 서로 다른 신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지리, 역사, 자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 엘리자 그리즈월드는 여자면서도
이들 분쟁지역에서 목숨을 건 취재활동을 무려 7년이나 벌이다 이 책을 집필했다.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돌아다니며 종교지도자들을
인터뷰하고 종교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이 책을 추천한 피디 김영미씨에 의하면 자신도 역시 이들 분쟁지역에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들은 처음 만나는 외지인을 보면 제일 먼저 "종교가 무엇인가?"를 물어온다고
한다. 어떤 신을 믿는가에 따라 친구와 적으로 양분되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종교에 민감
하다. 특히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있어 미국인=기독교인 은 악의 상징이다.
취재를 하면서 목숨이 위협받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곳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슬람 지역과 기독교 지역을 왔다갔다하며 사람들의 말을 듣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데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이들 지역이 종교분쟁 지역화 된데는 오랜 반목의 역사와 자원 소유권 외에도 막 시작된
초보 민주주의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여러곳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목소리를 키우는데 대해 효율적인 대비책을 갖지 못하고, 비윤리적이며 무책임한
정부, 부도덕한 자본세력들이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악용
하기도 한다. 따라서 몇몇 소수는 사회의 혼돈을 부추겨 부와 행복을 누리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있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는
그 자체로 끔찍하다. 무차별적인 학살, 강간, 폭력, 납치, 인신매매가 일상적으로 이루어
지는 곳, 이슬람교의 무함메드도, 기독교의 예수도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평화를
부르짖었지만 후대의 신앙인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는 소위 종교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신앙심도 톡톡히 한몫 하고있음은 물론이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들의 충돌로 수천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기독교의 한 목사가 이렇게 저자에게 얘기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하기 전에
로마 군인에게 폭행당한 일화를 읽어주었다. 이때 예수는 다른쪽 뺨을 대는 대신 군인에게
손찌검의 해명을 요구했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거하라. 잘하였으면
네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요한복음 18:23) "교인들은 늘 깨어서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겁니다. 저의 소임은 형제들에게
슌교를 준비시키는 것 뿐입니다. 여기 남아서 싸우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그 목사는 종교충돌 당시 정당방위 차원에서 한 이슬람 남성을 도끼로 죽였다고도 털어
놓았다...

헐리우드 영화에 노출되어 자라온 한국사회에서도 역시 미국인의 시각이 정의로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기독교는 선이요, 이슬람은 악이라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되어 왔다고
할수있다. 무슬림들은 대부분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이요, 잔인하게 외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기독교인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끊임없는 무슬림들의 테러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쪽이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 이슬람교인들의 시각에서는 정 반대의
논리가 성립될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순박한 이슬람국가에 잔인한 기독교인들이 처들어
와 그들의 종교를 강제로 전교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자원을 뺏어가며, 입맛에 맞는
정권을 만들기도, 없애기도 하는 흉악한 쪽이 기독교인 인 것이다.

위도10도, 상당히 어렵고, 불편한 책이긴 하다. 종교와 그 지역의 오랜 관습, 문화를 설명
하고 있기에 어렵고, 양쪽 종교진영간에 끊임없는 학살로 인한 피해상을 읽고있자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 쳐지며 불편하다. 하지만 좋든, 싫든 엄연히 지금 이시각에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에 외면하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금 깊이있는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위도 10도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엘리자 그리즈월드 / 유지훈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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