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야구를 소재로한 팩션소설, 김은식의 '마지막 국가대표'

 

최동원, 심재원, 유두열, 이해창, 김재박, 임호균.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선수들이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프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은 아니더라도 이들 여섯명의 이름은 프로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특급스타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프로원년에 팀에 소속되지 못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데 이유를 알고보니 수긍이 간다.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마지막 국가대표'로서 조국에 봉사하기 위한 자의반 타의반 조치였다. 1982년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 책을 쓴 저자 김은식 역시 야구팬이라면 한두번쯤 들어봤음직한 인물이다. <야구의 추억>,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두산베어스 때문에 산다>, <롯데 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기아 타이거즈 때문에 산다>등의 시리즈, <야구상식사전> 등 무려 13권의 야구관련 서적들을 출간한 작가다. 나 역시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서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처음 접한 이후로 저자의 해박한 야구지식과 진귀한 기록에 반해 <야구상식사전>, <기아 타이거즈 때문에산다>를 연거푸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내 놓은 책은 야구 기록을 근거로 한 책이 아니라 색다르게 팩션소설 형태를 띠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상황을 설정한 소설을 뜻하는 팩션소설과 마찬가지로 실존 야구선수와 역사의 기록을 토대로 소설식으로 창작한 야구 팩션소설을 선보이는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창립되던 해, 우리가 기억하는 야구는 어디까지일까?

 

1980년 12.12 쿠데타를 통해 군부내 상관들을 숙청하고 최규하 대통령을 겁박해 정권을 탈취했던 군인 전두환은 군사정권에 항거하던 광주시민들을 간첩과 폭도로 몰아세워 무차별적인 살상을 통해 제압한다. 이후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정치적인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위해 '3S'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때문에 당시 고교야구의 인기를 바탕으로 프로야구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77년 당시 아마야구로서는 세계 최대 대회였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1982년 한국에서 유치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프로선수들의 아마대회 참여를 금지한 규정때문에 1982년 한국프로야구 창설때 삐걱거리는 파열음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급조한 프로야구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참여가 절실했고, 그렇게 스타 선수들을 프로팀에 합류시키자니 당장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구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아마와 프로를 대변하는 야구협회간의 타협을 통해 일곱명의 국가대표 선수 선출 우선권을 아마측 야구협회가 행사하기로 했고, 이들 일곱명을 제외한 선수들을 프로에서 지명할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결과 국가대표에 선출된 이들이 앞에서 열거했던 최동원, 이해창, 임호균, 김재박, 유두열, 심재원, 김일권이었다. 이 중 김일권은 후에 합숙소를 탈출(?)해 연고지 해태에 합류해 버리고 만다.

 

이들 스타 선수들 외에도 당시 신진선수들이었던 한대화, 선동렬, 박노준, 한문연, 김상훈, 박영태, 조성옥, 김정수등이 대표팀에 합류해 국가대표 팀을 구성했다. 이들이 결국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일구어 내는데 이 과정에서 있었던 과정과 일화들을 소설적 재미를 가미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었고, 쏠쏠한 재미를 주고있다. 일단 사실에 근거한 자료들이다보니 생생하고, 무엇보다 잊혀진, 또는 우리곁을 떠난 대스타들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오히려 이들보다 실력이 뒤쳐졌던 선수들이 초창기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활약하고, 많은 계약금과 연봉을 받고 뛰는 모습을 지켜보며,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이류로 프로팀에 가지못하고 국가대표로 봉사해야 했던 이들.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때문에 한국이 세계 야구계에 이름을 알릴수 있었던 사건인지라 야구팬들의 뇌리에 오래오래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사건이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동원, 심재원 선수를 추억하며 내가 좋아했던 선동렬, 김재박, 한대화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재미를 만끽한 책이다. 야구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

 

 

마지막 국가대표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은식
출판 : 브레인스토어 2012.11.16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