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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하데스, 페르세포네 신화의 로맨틱 판타지 '어밴던'

 

그 유명한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쓴 작가라고 한다. 멕 캐봇. 청소년도서와 성인도서를 모두 쓰고있으며 전작인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8주간 머물렀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시리즈 영화로 3편까지 개봉했고 티비 시리즈물로도 방영됐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 '어밴던' 역시 소녀 취향의 로맨틱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독특한 점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가져왔다는 점과 그리스-로마 신화의 하데스, 페르세포네 이야기가 이 소설의 모티브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의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공통적인 세계가 전해 내려온다. 죽은 영혼이 바로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지않고, 중간단계에 머물며 심판을 받는 과정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죽은 영혼이 정신을 차려보니 넓고 얼어붙은 호숫가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서있었고, 양쪽으로 긴 두 줄이 있는데 무섭게 생긴 인물이 정해준 쪽 줄에 강제로 서게 되는데 한쪽은 평화롭고, 반대쪽은 우왕좌왕 한다. 이윽고 호숫가에서 큰 배가 도착해 평화롭게 줄을 서있던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데 소설속 주인공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배가 향하는 곳이 천국이라는 점을 알수 있다. 마치 천주교에서 말하는 연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불교에서 영혼이 심판받는 과정을 보는것과도 유사하다. 죽음의 신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다스리고, 심판한다는 불교의 염라대왕이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비슷하지 않은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데스에 끌려가 그의 아내가 되는 페르세포네. 이 신화를 현대로 끌고와 판타지 소설로 만든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읽기에는 유치한 면이 없지않다. 단편적으로 아래 삽화가 말해주고 있듯이..




 
ㅎㅎㅎ 저 젊고, 멋진 남자가 죽음의 신 하데스인 셈이다. 그와 키스하고 있는 어여쁜 처자는 주인공 되시겠다. 소녀들은, 현실적인 사랑보다 운명적이고,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야기에 더 열광하는 법이라 흡혈귀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다가 사랑을 위해서는 흡혈귀에게 물려도 좋아! 하는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쳤듯이 이 소설도 소녀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구도를 갖춘 셈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죽음의 신도 두렵지 않다! 참으로 로맨틱하다. 그런데 이 유치한 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으니... ㅡㅡ;

어라? 한참 갈등의 구도를 만들어가며 극을 전개시켜 나가 재밌게 읽고있는데 소설이 끝나버린다. 뭥미? 알고보니 이 소설도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시리즈물이었다. 어밴던이 1편이고, 언더월드가 2편, 마지막 3편은 현재 집필중이란다. 그냥 어밴던 1, 2, 3 이렇게 나가면 어떻다고 매 편마다 제목을 붙이는걸까. 이것도 일종의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처럼 살짝 모방한 냄새가 난다만. 

이 책을 읽기 직전 다른 한 편의 소설을 읽었었다. 황석영 작가의 신작 '여울물 소리'. 확실히 대가들의 소설은 뭔가 달라도 다르더라.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듯 한데 그런 무거움과 달리 '어밴던'은 가볍게 빠져들기에 좋은 소설이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슬슬 서점에 나가 '언더월드'를 찾아봐야겠다. ^^;;

 

 

어밴던 Abandon
국내도서>소설
저자 : 멕 캐봇 / 이주혜역
출판 : 에르디아 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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