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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민병훈표 휴머니즘, 책과 영화로 만나본 '터치'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영화 '터치'. 좋아하는 배우인 유준상과 김지영이 나오는 영화라 봐야겠다고 생각중이었다. 그런데 어라? 책으로도 나와 있는줄은 몰랐다. 표지에서 보이는것처럼 영화 스틸컷이 책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어 한결 영화와 책의 싱크로가 잘 맞아 떨어진다.

 

 

영화의 감독이자 책의 저자인 민병훈 감독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약력을 보니 러시아 국립영화대학 대학원 촬영과정 석사 라는게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지금껏 만들었던 작품들도 흔히 볼수있는 작품이 아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는 '괜찮아, 울지마' 란 작품인데 한국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을 배경으로 그 나라 사람들과 찍은 작품이다. 1998년에 만든 '벌이 날다'라는 작품은 <그리스 테살로니키 영화제 은상 수상(98)>, <이태리 토리노 영화제(98) 대상, 비평가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영화 역시 타지키스탄이란 나라를 배경으로 그 나라 배우들과 찍은 작품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액션이나, 놀라운 반전이나, 손에 땀을 쥐는 호흡이 빠른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먼 감독이다.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로도 다시한번 감상했다. 이 한편의 작품만으로 감독을 평가하는게 터무니없긴 하지만 내 나름대로는 '낮은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휴머니즘' 이라고 평하고 싶다. 방금 전에 얘기했듯이 우리가 극장에서 만나왔던, 그래서 익숙한 상업영화와는 다르다. 어찌보면 독립영화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잔잔한 드라마라서 상업영화의 눈높이에서 볼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다. 다만 그 안에서 가슴 시린 휴머니즘을 발견해 낸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아마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예비 영화인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사슴의 의미를 묻는 질문은 좋은 학습이 될법도 하다. 그렇다. 책과 영화속의 주요한 장면에서 사슴이 등장한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성당에서, 도로변에서. 이 때 등장하는 사슴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있으며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내공이 부족한 나로서는 참 어려운 화두였다.

 

책과 영화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겠다. 먼저 책은 원작이 소설로 씌여진 작품이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를 감독이 각색해서 책으로 엮어놓다보니 소설을 읽는다기보다 시나리오를 읽는 기분이다. 글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부족하다. 차라리 영화로 보는게 낫겠다 싶어 책을 모두 읽은후 영화를 봤는데 영화 역시 뭔가 찜찜하다. 일단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많이 부족하다. 주인공인 유준상과 김지영을 제외하고는 자연스런 연기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책에서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갈등, 가치관등이 영화의 핵심인데 관객들에게 어필할수 있는 친절한 설명이 아쉽다. 감독은 자신이 알고있는걸 독자나 관객들도 모두 알거라는 바탕을 깔고 작품을 만든건 아닌지...

 

 

터치
국내도서>소설
저자 : 민병훈
출판 : 오래된미래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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