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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가학적인 폭력성을 띤 소설, 전아리의 '주인님,나의 주인님'

 

<주인님, 나의 주인님> 책을 읽을때까지 제목을 보면서도 얼핏 '참 희한한 제목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지 정말 책 내용과 딱 들어맞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쓴 책, 특히 소설을 읽고나면 항상 내가 했던 얘기가 유난히 성과 관련된 선정적인 표현들이 많더라는 것이었다. 작가 스스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금기시된 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작품화 시키는 것을 마치 선구자적인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독자 입장에선 식상할뿐더러 소영웅주의로 비쳐질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이 책 <주인님, 나의 주인님>의 작가 전아리는 그런면에서 매우 특이한 작품을 내놨다.

 

 

이번엔 선정적인게 아니라 대단히 폭력적이다.  8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인데 각각의 작품들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문학>, <현대문학>, <문학과 사회>등의 월간지에 발표됐었다.  놀라운건 작가의 나이가 불과 스물일곱이라는거!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2010년 각각 연극, 영화, 소설로 만들어져 히트했던 '김종욱 찾기'도 장유정 원작에 전아리가 소설화 시킨 작품이다.

 

  

 

책속에 소개된 여덟 작품들은 마치 큰 테마로 '폭력'이라는 주제를 잡고 여러 형태와 종류의 폭력을 일상생활에 투영시킨 컨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관적인 폭력성을 띠고 있다. 특히 '오늘의 반성문', '재이', '플러스 마이너스'등은 읽기 불편할 정도로 SM성향이 강하다. 가학적인 새디스트과 피학적인 마조히스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작품의 흐름을 좌우한다. 폭력성이 강하다고 해서 장면 하나하나가 18세 등급은 아니다. 그보다도 지속적인 폭력으로 한사람의 일생이 서서히 망가져 가는 과정들을 주로 그린다.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폭력 아래 서서히 무뎌지고, 수긍하고, 마침내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각각의 여덟편의 소설이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폭력묘사보다도 더 무섭다.. 아하~ 그래서 책 제목도 <주인님, 나의 주인님>인거구나~ 솔직히 책을 읽기전 제목만 봐서는 알콩달콩 소녀감성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왠걸, 정반대... ㅡㅡ;

 

'쥐', '거울속으로', '클럽 구즈'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읽기가 살짝 불편해진다.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어둡고, 음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보니, 책표지 뒷장의 작가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예쁜 아가씨 어디에서 이런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글귀들이 튀어나오는걸까"하고 몇번이나 작가사진과 글을 매치시켜 보게된다. 다만 작품속의 폭력성이 단순히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하고있지 않고, 우리 삶, 주변의 현실을 묘사해 놨기에 주위에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틀에 박힌 식상한 소설에 질리신 분들이라면 이런 독특한 소설이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주인님, 나의 주인님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전아리
출판 : 은행나무 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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