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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 영화가 더 낫다 '내가 살인범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제목에 다 나와있죠?

뭐보다 더 낫단 말일까~ 넓게 보자면 지금 극장가에 상영되고 있는 모든 영화를 지칭합니다. 그중 '내가 살인범이다'가 제일 낫네요. 좁게 보자면...어제 올린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딱히 볼 영화를 정해놓고 가지 않았을때, 혹은 보고싶은 영화가 시간이 맞지않아 다른 영화를 봐야할때,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십니까? 저같은 경우는 물론 감독, 배우, 소재에다 포스터까지 꼼꼼이 살펴보고 볼 영화를 정하고, 극장에 가기전에 사전에 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편이니 위와 같은 상황은 거의 없었지만 남는 시간에 영화나 한편 볼까? 하고 가는 분들이나, 보려고 했던 영화가 매진이라 부득이하게 다른 영화를 보려고 할때 미리 정해놓은 영화가 없다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매표소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요새 반응 좋은 영화, 어떤거에요?"


그렇게 보게된 영화가 '내가 살인범이다' 다. 정재영, 박시후 주연. 미결로 처리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내가 살인범이다'라고 고백하며 책을 펴내는데 탤런트 뺨치는 잘생긴 외모와 지난날을 반성하며 다시는 자신과 같은 범죄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반성으로 책을 내게 됐다는 청산유수같은 언변으로 인해 살인범은 일약 스타가 되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게되는데 그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잔인하게 살해된 피해자의 가족들과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정재영은 결코 그를 용서할수 없다. 과연 연쇄살인범 박시후는 왜 스스로 죄를 자백하고 세상에 나타났을까? 그럼으로 그가 얻고자 하는건 뭔지... 여기까지는 거의 예고편 수준이고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수 있어 생략한다.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직접 보시길~


개인적으로는 정재영이나 박시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영화속 인물로만 보게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재영 같은 경우는 매니아 팬들이 상당하더라. 정재영이 출연하는 영화는 다 봤다는 이도 있었고, 사무실 후배직원도 정재영을 믿고보는 배우라고 말할 정도니. 박시후야 뭐 여성팬들 사이에 꽃미남 배우로 워낙 유명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보통 스릴러 영화에서 누가 범인일까~ 를 놓고 극이 전개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며 갈등이 고조되는 틀을 따르는게 흔하다. 다만 최근에는 식상한 이런 구도를 깨고 극의 도입부부터 범인을 미리 공개해 버리는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추격자'가 이런 방식을 택해 대성공을 거둔바 있다. 관객들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있는데 영화속 주변인물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헤매고 있으니 보는 관객은 애가 탄다. 또다른 경우로 영화 초반부에 범인을 알려주고나서 왜 범인이 이런 사건을 저질렀는지 역추적하는 시도도 있다.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2009년에 개봉했던 박해일, 박희순, 신민아 주연의 '10억' 같은 경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도 극 초반부부터 범인이 스스로 자백하며 등장해서 이후 형사와 끊임없는 두뇌싸움으로 진범찾기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과연 박시후가 진범이냐, 아니냐, 아니라면 왜 자신이 범인이라고 나서나.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군가!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재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영화를 보고난후 한번쯤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던 잔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죄를 묻지 않겠다는 공소시효라는 제도가 왜 필요할까? 과연 이같은 연쇄살인범의 경우에도 공소시효를 적용한다는게 말이 되는걸까?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할때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 살인사건. 나중에는 진범이 잡히지 않자 모방범죄까지 기승을 부려 더 수사에 혼선을 빚었는데 그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 영화속처럼 '내가 살인범이다'하고 등장한다면? 이란 가정하에 영화를 만드는 모티브가 됐다고. 또한 북한의 지령을 받고 115명을 살해한 김현희도 '이제 여자가 되고싶어요'란 책을 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고, 외국에서도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예가 있다. 따라서 '내가 살인범이다' 의 영화속 설정은 전혀 비현실적이라고 볼수만은 없다. 




박시후는 연쇄살인범 이두석으로 분한 이번 연기에서 조각같은 외모 이면에 비열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베일에 싸인 살인범의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멋진 외모와 말빨, 그리고 카메라 매너까지 뭐 하나 빠질게 없는 훈남이 왜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그리고 이제와서 진심으로 후회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죄한다는 그 말의 진실성은 어느정도로 믿어야 하나. 우리는 이런 자를 용서해야 할 것인가?


박시후 팬들은 이런 장면을 보는것 만으로도 영화비는 아깝지 않으리라~


범죄자에게 환호하고 열광하는 팬들, 동정적인 여론을 보면서 극중 한 방송인이 "이제 살인자도 잘생기고 볼일이군~" 하는 말이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아래 스틸컷과 같은 액션신이다.



동정적인 여론과는 달리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온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를 납치해서 단죄하려는 과정에서 보인 액션신인데 진지했던 초반 분위기를 코미디로 몰고간 막장 장면이다. 그냥 액션도 아니고 그 옛날 홍콩영화에서 볼수 있었던 오버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리는 차 위에서 엎치락 뒷치락 싸우다가 차 두대에 다리 한쪽씩을 걸치고 질주하는가 하면 이 차에서 저 차로 옮겨다니며  어이없는 액션을 보여준다. 이 대목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블랙코미디로 분류하기도 했다. 극 흐름에 전혀 도움이 안된 장면이지만 감독은 꽤 신경써서 비중있게 편집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진중하게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거 말고는 딱히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다.


이 인물. 누군지 아시는가?



바로 배우 장 광이다. 이전까지 거의 무명으로 지내다시피 하며 존재성이 약했는데 '도가니'에서 악질 교장선생으로 열연을 펼치고 나서 많은 영화에서 악역 전문배우로 맹활약하고 있다. 얼마후 개봉할 광주 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 '26년'에서도 수중에 29만원 밖에 없지만 해외여행을 밥먹듯 하고, 여기저기 후원금을 내고다니며 지역사회 큰어른으로 모셔지는 어떤 분을 연기했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도 딱히 선한 역이 아닌 방송국 국장역을 맡았다. 



초반에 범인을 노출시켰다고 극의 긴박감이 떨어지느냐~ 전혀 아니다. 왜 스스로 자백하고 나타났느냐에서 시작된 궁금증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과연 그가 진범이냐로 바뀐다. 그러다 마지막의 극적인 반전.  이 같은 흐름이 썩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뜬금없는 액션신으로 영화를 코미디로 몰고가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서도 꽤 잘 만들어진 영화임엔 틀림없다. 아 참, 또한가지 특색으로는 여주인공이 없다는 점이다.


영화에 없어서는 안될 남,녀 주인공. 그 중 한축인 여자 주인공이 없음에도 흥미진진하다는 점이 이채롭다. '늑대소년'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영화가 없는 시기라는 점도 '내가 살인범이다'에게는 호재가 되지 않을까? 아직 못보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