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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동물적인 관점에서 '남자'를 알아보자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

한~참 예전 일이지만, 대학을 다닐때 수강했던 교양수업이 생각난다.

이름하야 여성학강좌.
그 유명한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순차적으로 다녀오고 복학한 첫해, 그때가
대학 3학년이었고, 항상 여성을 그리워하던 공대생들의 공통된 가치관 하나로 선택했던
교양수업이 바로 여성학이었던 것이다.
 
강좌이름부터 풍겨나오는 알~싸한 뭔가가, 원초적으로 공돌이들을 자극했고, 사회학과
수업이었던 탓에 여학생이 당연히 많을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주위의 우려를 애써 
무시하며 수강신청을 했던것이다.
나중에야 통감한 일이었지만 그 주위의 우려라는게 - 남학생에게 학점이 짜다는 -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는건 물론 학기가 끝날때 알게 된 일이었지만.

아마 수강생이 전체 70~80명 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그중에 남학생이 열댓명, 나머지는
전부 여학생들이었는데 열댓명 되는 남학생들도 거의 나와같은 공대생이었다.
보나마나 이들도 모두 나와같은 일념 하나로 수강한 과목이리라...
하지만 한 학기를 수강하면서 어떻게든 옷깃을 스쳐 인연을 만들어보려는 꿈은 소심한 성격탓에
변변이 시도조차 못하고 말았고, 학문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과목으로 기억에 남고
말았다.

잘못된 수강신청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는 한창 여권신장, 남녀평등이 화두가 되던 시기였고,
여성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당시 유행하던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과목인 탓에
여성을 좀더 이해하고, 남녀평등을 추구하고자 했던 학문이었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감안한다 하더라도 가르치시던 여성교수님은 상당히 남녀관계에 있어 남자에 대해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분이셨다.
 
마치 남녀가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자들을 계몽하고, 꺾어 눌러서
여성들이 그에 걸맞는 지위를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할까?

개강한지 얼마 되지않아 교수님이 질문하고, 학생들이 대답하는 방식의 수업에서 현실적으로
남녀가 차별되는 예를 들고 이에대한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질문한 적이 있다. 그것도 몇 안되는
남학생들을 지목해서 발표하게 했었는데, 당시만해도 나름 학구열에 불탔고, 진정 토론을 통해
이 시대의 남녀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풀어 나가고자 했던 순진한 나는 무모하게도 그만 손을들고
내 생각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식이었지.
 
"현실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평등한 대우를 받고있지는 않은것 같다.
하지만 남자기 때문에 더 잘하는 분야가 있고, 반대로 여자가 더 잘할수 있는 분야가 있으므로
모든 분야에서 성차별이 없이 똑같이 평등한 대우를 바라는것보다 서로가 잘하는 분야에서
더 대우받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지않고 가사분담이라든지 육아라든지 하는 공통의
환경에서는 남자들이 좀더 활발히 역할분담 하는게 필요할것 같다." 뭐 대충 이런식의...
그러자 교수님이 되묻는다.
"학생이 말하는 남자기 때문에 더 잘하는 분야는 뭐고, 여자라서 못하는 분야는 뭔가?"
"쉽게 생각해서 물리적으로 힘을 쓰는 분야는 근육이 발달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나을것이고,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창작이라든지 예술분야는 여자들이 더 낫지 않을까요?"
교수님은 나보고 틀렸다고 하셨다. 그것도 맹렬히 나를 포함한 '남자'들을 비난하면서.
교수님의 강의내용은 이랬다.

<우리가 흔히 남자답다, 여자답다 하면서 일상화 된 생각들은 다 어릴때부터 우리도 모르게
윗세대들로부터 주입된 교육의 결과다. 예를들어 남자 아이들이 인형보다는 공놀이 하는것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은 움직이는 것보다 인형놀이 같은 정적인 놀이를 좋아한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들이 남자아이에게는 공을, 여자아이에게는
인형을 주면서 놀아라고 시킨 교육의 결과다. 
남자애들이 인형놀이를 하면 사내답지 못하다고 나무라고, 여자애들이 공놀이를 좋아하면 
조신하지 못하다고 야단치는게 점차적으로 세뇌되서 의례 남자놀이, 여자놀이, 남자색(파랑), 
여자색(빨강)이 규정되고, 남자는 씩씩하고, 울지않아야 하고, 남들과 경쟁해야하고, 여자는 
친절하고, 싹싹하고, 애교도 많고,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는 역할이 규정되어 버린 것이다>

난 어리석게도 확신에 찬 교수님의 강의에 의의를 제기했다.
"그렇다면 남자아이들이 활동적인 놀이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이 정적인 놀이를 좋아하는게
교육의 결과라면 똑같이 공을주고 놀게하고, 인형을 주고 놀게하면서 키우면 남자, 여자아이가
장차 차이없이 같아진다는 말인가요? 우리 조카들을 보면 여자아이들은 공을줘도 공놀이보다
인형놀이를 더 좋아하던데요?"
"그게 바로 남녀차별의 시작이고, 성차별로 발전되는 시각입니다. 그리고 부모세대들로부터
암묵적으로 교육받아온 가치관이구요. 그게 잘못된 거란 말입니다~"

교수님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발표하거나, 혹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 수업에 참여한 남학생들을 거의 여성들의 '적'으로 규정하는듯 했다. 그런 수업 분위기로
인해 열댓명 되는 남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혹시 교수님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고개를
푹 숙인채 조용히 있어야했고, 발표라도 시키게 되면 무조건 "예..예..남자들이 나쁜놈입니다.
그럼 안되죠..저희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식의 발표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한두명씩
수업시간에 자취를 감췄고..
나는 끝까지 수업을 받았지만 처음의 과감한 소신있는 발표는 그날이후로 사라졌고, 나역시
'고개숙인' 공공의 적이 되어 수강을 마쳤다. 그리고 받은 학점이 'B'학점.
복학한 3학년으로 현역시절 까먹었던 학점을 만회하려면 최소 'A'는 받았어야 했지만,
그나마 'B'라도 받은걸 감지덕지 해야만 했던 수업. '여성학' 

이토록 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수업이래 내 가치관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교수님의 생각이 반대로 잘못됐던 것이란걸 책을 통해 발견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위드블로그를 통해 내 생애 처음으로 도서리뷰에 선정돼서 받은 책이 바로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이 바로 그것이다.
 
책 제목만 보면 지루하고, 따분하고, 학문적일 것 같던 책이 의외로 남녀의 차이를 재미있게
분석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그간 가슴한켠에 나쁜추억으로 남아있던
여성학강좌와 담당교수님의 논리를 시원하게 반박하고 있다.
남녀 이성에 따른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뇌과학을 통해 학문적으로 접근해 남녀의 차이를
당연한 호르몬의 결과물로 정의내린 책이 바로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이다.
이 책이 15년만 빨리 발간돼서 당시 수업을 받을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작가 루안 브리젠딘은 이 책을 쓰기전 2006년에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을 출간하여 역시
여성적인 특성이 후천적인 교육과 세뇌의 영향이 아니라 선천적인 '호르몬'의 탓이라는
논리를 편적이 있다. 2010년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은 루안 브리젠딘의 남성,여성의
차이를 뇌과학으로 설명한 완결편이라 할수 있다.
책을 읽다 무척 공감가는 내용은 저렇게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뒀다.
나중에 부부싸움이라도 하게되면 이 책을 들고와서 '이것봐.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니까!"하고
주장할 생각이다.
 
 
 
 
 
책은 태아기부터 노년기까지 남자들의 성장과정별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그 시기에 나타나는
남자들의 성향과 이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역할을 설명하고, 그런 생각과 행동들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 뿐만아니라 이 책을 읽을 모든 남자들, 또는 여자들이 내 남친은, 또는 내 남편은, 우리 아들은
'아~그래서 그렇구나'하는 감탄사가 자연스레 터져 나올것이다.
 
 
 
 
  
남자들은 왜저리 단순할까?
남자들은 왜 그렇게 여자를 밝힐까?
왜 바람을 필까?
우리 남편은 왜 자꾸 싸울려고만 할까?
우리 아들은 매사에 관심이 없고, 부모말을 들으려고도 하지않고...뭐가 문제일까?
 
이 책을 읽고나면 도무지 이해할래야 할수없고, 항상 문제로만 보이던 남자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서 원인을 알게 될 것이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나오는 법.
책을 통해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응방법을 설정한다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가 지구에서 만나 싸우지않고 사이좋게 살아나갈수 있는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내가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가 여성학강좌의 여성교수님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기꺼이 손을
들고 이 책의 한구절을 읽어줄 생각이다.
 
 
남자아이가 빨산색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이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 각자의 성에 어울리는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의 장난감도 가지고 노는데 비해, 남자아이들은 4세 무렵이면
여자아이의 장난감은 물론이고 분홍색 같은 '여자색깔' 장난감도 거부한다. 아들이 태어났을때
이런 사실을 몰랐던 나는 남녀공용 장난감을 많이 사줬다. 아들이 세살반이 되었을때 나는
그 애가 평소에 사달라고 졸라대던 전투장면 재현용 액션피겨를 사주면서 바비인형도 같이
사줬다. 공격성을 띠지않는 협동적인 놀이를 해보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아들이
바비인형의 포장을 열심히 뜯어내는 걸 보고 매우 기뻤다. 하지만 아들은 바비를 꺼내자마자
몸통을 부여잡고는 긴 다리를 칼처럼 허공에 찔러대면서 상상속의 적을 행해 "에잇, 받아라!"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기가 막혔다. 제2차 페미니즘의 물결에 속하는 세대로서 나는
공격적으로 무기와 경쟁에만 몰두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남자아이를 키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남녀공용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새로운 양육계획의 일부였다.
우리는 자랑스러워하면서 나중에 우리 며느리들이 섬세한 아들을 키워낸 우리에게 감사해
할 거라고 확신했다. 스스로 아들을 가져보기 전까진 완벽하게 그럴듯한 소리로 들렸다.>
 
 
그랬다. 스스로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보기 전까진 남자의 성향을 그저 후천적인 교육의
탓으로만 돌릴수가 있었겠지.. 그 여성학 교수님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독신이었다.
 
 
이 책을 읽고있는 요즘도 난 아내와 툭하면 싸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그러면 '내가 책도 안읽는 무식한 여자란 말이냐'고
펄펄 뛸까봐 무서워서 그러지도 못하고있다. 아내에게 남자인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기전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을 읽고 내가먼저 '여자'인 아내를 이해해야 하는걸까?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책도 다섯권이 있는데...
아...갑자기 이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 되고 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