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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대중적 재미를 모두갖춘 이재익표 추리소설 [압구정 소년들]





글을 쓰기전 제목을 뭐라고 할까..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무난하게 '대중적 재미를 모두갖춘 이재익표 추리소설'이라고 지었다. 뭔가 좀더 눈길을 끌수있고, 책의 특징을 잘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좋은 제목을 짓고 싶었는데 오늘은 '삘'이 안받는지 딱히 다른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저 제목이 이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제목이지 싶다.

이재익이라는 작가, 참 사람을 놀래키는 작가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왠지 내가 작가 이재익을 매우 잘 아는것처럼 느껴진다. 허허...참나, 이제 달랑 두권째 보면서 말이다..  ㅡㅡ;  그래, 이제 겨우 두번째 접하지만 볼때마다 놀라게 된다. 처음 '카시오페아 공주' 라는 소설을 읽을때는 라디오 작가가 소설을 썼다해서 큰 기대를 갖지않고 봤는데 왠걸? 그의 글솜씨에 깜짝 놀랐다. 소설적인 재미로만 본다면 이재익의 소설은 최고다. 그렇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아니 세련되지 못한 문장과 감추거나 숨김없는 글쓰기는 평론가들에게는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못할것 같다. 왜, 무슨 영화제를 예로들면 대중적이고, 쉬운 그러면서도 재밌는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지못하고, 함축적이고,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들은 호평을 받고, 수상도 하고 그러지 않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어렵게 배배꼬고, 빙빙 돌려쓰는 글쓰기가 아닌 투박하면서도 직설적인 이재익의 소설은 독자들에게는 시원시원한 재미를 주지만 서평가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재익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던 '카시오페아 공주'.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였는지 '이재익' 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 보다는 '두시탈출 컬투쇼' PD라는 직함을 앞세워 책을 홍보하고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첫번째 사진에서 보듯 이번 장편소설 '압구정 소년들' 에서는 홍보띠지도 없거니와 '두시탈출'이란 인기프로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재익'의 소설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전작 '카시오페아 공주'로 어느정도 작가로서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라디오 작가의 소설 외도가 아니라 방송국 PD 이전에 <문학사상> 소설부문에 등단한 작가로서 내는 소설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전작 '카시오페아 공주' 리뷰 다시보기 : 소설속으로 빠져들다...[카시오페아 공주]

책을 가벼운 책, 무거운 책으로 분류하자면 이 책은 가볍다. 쉬운 책, 어려운 책으로 분류하자면 이 책은 쉽다. 재밌는 책, 재미없는 책으로 분류하자면 이 책은 재밌다. 목차부터가 특이하다. 보통 1장, 2장 이렇게 나가는게 아니라 음악시디에서 흔히 볼수 있게 트랙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track 1. 수정 눈동자, track 2. 열여덟살 그리고 인생, track 3. 사람들은 이상해...이런식이다.
그런데 이 제목들이 단순한 제목이 아니다.
'수정 눈동자'는 Crystal Eyes - LA Guns -,
'열여덟살 그리고 인생'은 18 & Life - Skid Row -,
'사람들은 이상해'는 People are Strange - The Doors - 등으로 track 12까지 열두곡의 팝송 제목으로 목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제목들은 각 장의 내용을 잘 표현해준다. 소설속 주인공 내가 Rock에 빠져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매치시키고 있는거다. 소설속에 나오는 수많은 락그룹과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보컬들의 이름과 노래를 접하는것만으로도 음악매니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LA Guns, 메탈리카, 레드 제플린, AC/DC, 메가데스, 슬레이어, 데프 레파드, 본 조비, 건즈앤 로지스, 머틀리 크루등등의 음악이 소개된다. 여기다 이른바 X세대, 강남 부유층의 자제들, 연예계 뒷면들이 이재익 작가의 실제 성장기와 방송국 PD생활중 보고, 들은 경험들과 부합돼 꽤나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음반의 끝에 숨겨져있는 bonus track. 이 책에도 bonus track이 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놨는데 본인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1990년대 압구정동 풍경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소설인지 본인의 자서전적인 에세이인지 햇갈리는 기분으로 글을 썻다고... 평소 미국이나 일본의 잘 쓰여진 스릴러물을 보고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스릴러물을 썻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스릴러물로 봐도 무방하겠지만 왠지 추리소설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말이다. 연예계의 뒷애기들, 추악한 단면, 소문만 무성한 여자 연예인들의 성접대, 10대 아이돌그룹의 상품화등에 대해서도 10년간 방송국 PD생활을 통해 알게된 연예계의 생리라고 규명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스릴러물을 쓸 계획이라하니 기대해 본다.


참, 책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은 샤갈의 그 유명한 'Over the village' 도시위에서다. 샤갈이 결혼후 신혼생활의 행복감을 표현한 그림이라는데 샤갈의 그림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거래가가 무려 천만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이 책을 구입하면 읽고난후 벽에 걸어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렵지 않게 재밌는 소설을 원하시는 독자들에게 '이재익표' 소설들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압구정 소년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이재익
출판 : 황소북스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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