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스님보다 더 스님같은 작가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길2'


이 책의 저자 정찬주는 작가다. 아니 소설가다.

그런데 소설로 알려진 것보다 암자 기행문으로 더 널리 알려져있다.

제목에서처럼 스님보다 더 스님같은 소설가인 셈이다.

그가 십여년간 전국의 산자락을 돌아다니며 직접 찾은 암자가 100 여곳.

하나같이 아름다운 풍광과 사연을 지닌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암자를 오르며 만나는 꽃과, 나무와, 새와, 짐승들, 그 자연을 대면하며 함께 숨쉬고,

암자에 올라서는 숨겨진 사연들과, 천혜의 비경에 감탄하고, 그곳에서 만나는 스님들과

차 한잔에 인생과 철학을 논하며 인연을 쌓아가는 작가 정찬주의 암자기행은 읽는것만으로도

가슴을 후련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하다.

 


 

 

 

정찬주의 저서로는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하늘의 도>, <대백제왕>등의 소설과

<암자로 가는길>, <돈황 가는길>, <선방 가는 길>, <정찬주의 다인기행>등의 산문집이 있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된 저서 말고도 '현대불교'를 찾아보니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암자에는 물 흐르고 꽃이 피네> 등의 암자 관련 서적이 더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암자로 가는길 2>까지 더하면 암자 관련 서적만 대여섯권이 되는 셈인데

백여곳이 넘는 암자를 찾았다고 하니 정말 '암자 전문가'라 불리울만 하다.

지금은 암자기행을 마치고 자신이 직접 전남 화순 운주사 근방에 '이불재'라는 암자를 지어

생활하고 있다고 하니 스님보다 더 스님같은 분이 아닌가 한다.

 

책에서는  본인을 가리켜 '나그네'라 칭한다. 암자를 찾아 높은산에 올랐다가 잠시 머물며

명상에 잠기고 다시 먼길을 떠나는 본인의 모습을 '나그네'라는 말보다 더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불교 신자이다보니 이 덧없는 세상에 잠시 왔다 떠나가는

인생살이를 덧대 '나그네'라 칭했는지도 모르겠다.

김천 천덕산 산성암으로부터 시작된 암자기행은 나주 덕룡산 문성암에 이르러 긴 여정을

마치고 책을 끝맺는다. 32곳의 전국에 있는 암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눈에 띈 곳은

무안 승달산의 목우암. 내가 가본 곳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십여년간 학창시절을 했던

모교 뒷산에 있는 암자이기 때문이다. 보통 유명한 절에 가면 대부분 창건자가 도선국사나

원효대사처럼 덕망있고, 도력 깊은 대사들인데 반해 이 목우암은 중국과 해상교통이 발달한

영산강 문화권에 위치한 탓에 중국 원나라 임천사의 비구승 원명이 창건했다고 한다.

 

 

  꿈속에 백운산에 있는 총지사에서 소 한마리가 나와 이곳에 이르는 것을 보고 꿈에서

  깨어난 후 찾아와 보았는데, 실제로 계곡 산길에 소 발자국 흔적이 나 있어 초암을 짓고

  수행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의 제자 500명도 뒤따라와 암자 옆에 법천사를 짓고

  수행하였다 하여 산 이름도 승달산(僧達山)이라고 불린다.

 

 

 

 

목우암 오르는 길 옆에 위치한 '세월의 이끼가 낀 부도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사진과 함께 암주인 스님들의 덕담과 불법을 읽어내려가면 내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 밖에 처음 들어본 산사 암자들의 숨은 사연들을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야김수로왕의 부인인 허황후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는데 인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모은암의 사연도 애닳고, 공식적으로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에 북방에서 처음 전래되었다는 사서와 다르게 기원전에 이미 바다를 통해

석가모니의 16존자중 여섯번째 존자인 발타라가 9백명의 아라한을 데리고 제주도에 들어와

불교를 전파하고 존자암을 지어 생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단다. 아라한 하면

'아라한 장풍대작전'이란 영화 제목이 생각날뿐 아는게 없었는데 이 대목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니 불자들이 수양을 통해 오를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아라한 이라고 한다.

 

오늘 사찰과, 암자에 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으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이웃블로거분들을 위해 불교 용어 한토막 확실히 알고 가는 기회로 삼자.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아라한은 준말로 나한()이라고도 한다. 아라한은 본래 부처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는데,

후에 불제자들이 도달하는 최고의 계위()로 바뀌었다. 수행결과에 따라서 범부(

현인()·성인()의 구별이 있는데, 잘 정비된 교학()에서는 성인을 예류(

일래()·불환(아라한()의 사위()로 나누어 아라한을 최고의 자리에

놓고 있다. 아라한과()는 더 이상 배우고 닦을 만한 것이 없으므로 무학()이라고 하며,

그 이전의 계위는 아직도 배우고 닦을 필요가 있는 단계이므로 유학()의 종류로 불린다. 

 

 

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불제자들의 수행에 따라 범부, 현인, 성인으로 구분되는데 최고의

분류인 성인중에서도 예류, 일래, 불환, 아라한 네단계로 나뉘고 아라한이 성인중에서도

최고의 자리라는 거다. 그럼 아라한의 윗단계는 성불을 통해 부처가 되는것일까?

 

자칫 이번 서평에 종교적인 이유로 반감을 가지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휴일날 가족들과 함께 명산의 유명 산사를 찾는 일이 꼭 부처님을 믿고, 종교적인

이유로 찾는게 아니듯, 그저 우리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는 생각으로 대해주셨으면 한다.

예전 글에서도 몇번 밝혔지만 나 역시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 신자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