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재미있는 기획시리즈를 내놨다.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시리즈인데 교과서 속에서만 만나볼수 있었던 의미있는 역사를 꺼내어
법정에 세우는 가상법정 이야기이다.
1편 왜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지었을까?
2편 왜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을까?
3편 왜 페르시아 전쟁이 일어났을까?
4편 왜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가 등장했을까?
5편 왜 석가모니는 왕자의 자리를 버렸을까?
6편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7편 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을까?
8편 왜 부차와 구천은 와신상담했을까?
9편 왜 알렉산드로스는 동방 원정을 떠났을까?
10편 왜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이렇게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향에 따라 이런 소재들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것이고,
별 관심을 못가지는 독자들도 있을것이다. 보통 학교에서 짤막하게 배웠던 역사적 사실들도 있고,
학교에서는 안배웠지만 주위에서 주워들은 소재들도 있다. 단 공통점은 'A는 B다'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는 점...
옛 전래동화에서도 콩쥐는 착하다, 팥쥐는 나쁘다, 흥부는 선하다, 놀부는 악하다, 이런 결론을
정해놓고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왜 놀부가 이럴수밖에 없었는가~ 왜 팥쥐는 콩쥐를 구박했을까~
되짚어 보는 시도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하나 예로 들수 있는게 이순신 장군과 원균과의
역사적 평가인데 보통 원균이 이순신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배워왔으나 인간 원균의 업적과
애국심, 시대적 상황을 재평가 하는 작업들이 근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관점에서 세계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A는 B다가 아닌 A는
왜? 라고 다시한번 되짚어 볼수 있는 좋은 시리즈물이다.
오늘 읽은 책은 그중에 일곱번째 시리즈인 '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을까?' 편이다.
민주주의의 성지 아테네에서 아니토스, 리콘, 멜레토스에 의해 소크라테스는 고발당하고
법정에 섰는데 죄목은 '아테네가 인정하는 신을 모독했다'는 것과 '젊은이들을 선동해서
국가제도를 경시하게 만들었다'는 것. 한마디로 당시의 정치제제였던 '국민참여 민주주의'를
부정했다는 죄목이었다.
아테네의 재판은 배심원제였는데 501명의 배심원 앞에서 원고와 피고가 서로를 변론하고
1심에서 유,무죄의 판결, 2심에서 형량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1심에서 유죄 281표, 무죄 220표를 받아 유죄가 확정됐고, 2심에서 원고
아니토스등이 주장한 사형 찬반 투표결과 사형찬성이 361표, 반대가 140표로 사형이 확정됐다.
기원전 4세기경이라는데 이토록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지 의문이고, 이 투표결과가 책의
재미를 위한 허구인지, 정말 그런 재판기록이 남아있는지 알수가 없다. 사형을 언도받은
죄인은 사형집행전 추방형태로 아테네를 떠날수 있는 제도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떠나지 않았고, 기꺼이 독배를 받아들고 죽음을 맞이했다.
위대한 철학자,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왜 살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또다른 기록에 의하면 재판이 배심원제였기 때문에
말빨로 배심원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면 얼마든지 무죄를 받거나 혹은
감형될수도 있었다는데 소크라테스는 굳이 배심원들에게 동정을 구하지도 않았다고 하니
혹자들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당시 정치체제인 민주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택했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가상법정은 사후세계에서 일어나는 재판인데 이미 고인이 된 아니토스가
소크라테스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다시 고소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법정에서 유죄로
판정받고 사형당한 소크라테스는 '현자', '위대한 철학자'로 후세에 칭송받는 반면 그를
법정에 세운 아니토스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내몬 악당으로 알려져있어 억울하다며
소크라테스는 현대 우리들이 알고있는것처럼 대단한 철학자이자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에 피고로 나온 소크라테스, 증인으로 나온 그의 제자 플라톤, 크리톤, 디오게네스
등의 증언들로 인해 그 시절 아테네와 그리스의 정치환경, 민주정과 과두정, 그리고 종교와
철학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펼쳐지고...
결국 원고와 피고의 최후진술까지 마친후에 피고 소크라테스의 유,무죄 판결은 독자들에게
맡겨진다. 꽤 흥미로운 구성방식을 취하고있다. 다만 성인들을 위한 철학서라기 보다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소크라테스 및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철학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키워주기
위한 학습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수 있겠다.
도입부부터 마무리까지 철학적인 대화들이 오가는 통에 읽고 무슨말인지 이해하는데 난해함을
느꼈으나, 비로소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이해되는 쉬운 내용들이 나오더라.. 비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것 같긴한데 분야가 철학이다보니 용어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결론은 최고의 민주주의라는 '국민참여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폐혜,
절차와 규정에 의한 재판이 아닌 선동과 분위기에 좌우되는 인민재판 형식의 불합리성,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야 할 공직자들이 선착순과 제비뽑기로 임명되는 관직제도의
문제점들을 소크라테스는 지적하고 있었고, 이 부분이 당시의 주류를 이루던 기득권층에
의해 제도를 문란하게 하고, 젊은이들을 선동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내용이다.
한없이 약했던 나의 철학적 지식이 아주 조~금 업그레이드된 느낌으로 후기를 마친다.
여러분이 배심원이라면, 판사라면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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