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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쏠쏠한 재미의 야구계 뒷이야기 '야구의 뒷모습'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더 나아가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에 관련된 사소한 뒷얘기들에도 부쩍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보통 남자들이 야구에 빠져들게 되는 시작이 특정 팀을 응원하다가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는데 반해, 여자들은 특정 선수를 좋아해서 응원하다가 그 선수가 속한 팀의 팬이 되고, 그후에 야구라는 스포츠에 빠져가는 공식을 보인다. 그렇게 한번 야구에 빠져버리면 그 다음엔 어느새 한국야구, 일본야구, 메이저리그 등 전세계 야구계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뒷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싶어 발버둥 치는 단계에 이른다. 그래서 매번 삼십분 전에 확인해서 읽을거리가 없는줄 뻔히 알면서도 인터넷 스포츠 섹션을 습관적으로 뒤적거리고 있고, 그새 새로운 야구 소식이 올라왔는지 눈으로는 빠른 기사검색을 하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할수 있다. 그러기에 소소하고, 너무도 가십거리인 어느 팀의 누가 무슨 말을 했다더라~ 이번주 팀별 성적 기상도는 어떻다더라~ 하는 기사들을 읽으면서 뻔한 이야기거리에 위안을 삼는다. 


그런 야구광들을 위해 반가운 책이 한 권 출간됐다. 조선일보에서 21년간 야구 전담기자로 활동하던 저자 고석태가 기자직을 은퇴하면서 그동안 취재과정에서 기사화하지 못했거나 혼자만 알고있기에는 아까운 야구계의 소소한 뒷이야기들을 묶어서 책을 냈다. 제목은 '야구의 뒷모습'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과 같은 해외파들의 메이저리그 활동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이나, 과연 누가 최고투수 인가를 두고 팬들끼리 끊이지 않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선동렬, 최동원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특히 최고투수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선동렬, 최동원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선동렬, 박찬호로 이어지기도 했다. 순수한 기록으로만 따지면 단연 선동렬을 따라올 경쟁상대가 없지만 최동원을 두고서는  '선동렬과 경쟁구도를 가졌을때는 이미 최동원의 최전성기가 지난 상태였다'는 점에서, 또 박찬호를 두고서는 '기록으로는 뒤지지만 활동무대가 한국 프로야구와 전세계 최고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선동렬이 더 낫다고 할수만은 없다는 의견들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고타자를 두고서도 기록만으로는 단연 이승엽을 따라올 상대가 없지만 지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탑클래스로 향해가는 추신수가 결코 국내기록에서 최고인 이승엽보다 못하다고 평가할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한다. 현역선수 못지않게 지금은 이름도 잘 전해 내려오지 않는 야구 초창기의 뛰어난 레전드급 실업야구, 아마야구 선수들도 소개하고 있고, 잠깐 이슈가 됐다가 잠잠해졌던 야구계의 굵직굵직한 사건사고 뒷이야기를 다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최고투수에 관한 논쟁에서 아주 미미하게나마 저자는 박찬호쪽을 지지하는듯 해 소위 '선빠'인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대놓고 박찬호가 더 낫다고 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그런 냄새를 맡았을뿐... ㅡㅡ; ) 저자도 고백하듯이 저자가 스포츠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야구를 접하던 시기가 선동렬의 전성기때와는 다소 시차가 있다. 선동렬 보다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시기가 저자의 야구기자 활동시기와 맞물리다보니 아무래도 박찬호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된듯~ 


야구계에서 21년간 짬밥을 먹으며 선수들과 동고동락 해왔으니 기자도 '야구인'이라 불리어 마땅하겠지만 다소 폐쇄적인 야구계에서는 선수 출신 아니고서는 야구인이라는 동지의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21년...참 대단한 세월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지만 나 역시 저자 못지않게 야구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일선에서 활동한 경력은 없으나, 1982년 프로야구 개막경기 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30년동안 내가 응원하는 팀 해태와 기아의 거의 모든경기를 관전해왔으니 나도 숨은 '야구인'임에 틀림없다. 70년대 후반기에는 라디오로 고교야구에 빠져있었고, (이때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다) 80년대, 90년대에도 주로 라디오로 프로야구 중계를 들었었다. 요즘에는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경기 티비중계를 볼수 있지만 말이다. 어찌보면 라디오 중계방송이 더 감질맛나고, 상상력을 자극했기에 더 재밌었다고 할수 있다.


  


 


야구팬이라면, 그리고 남들보다 더 많은 야구계 뒷이야기들과 에피소드들에 관심을 갖고있는 분들이라면 놓칠수 없는 책이다~



야구의 뒷모습
국내도서>취미/레저
저자 : 고석태
출판 : 일리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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