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치관과 소위 '코드'가 맞는 작가 이동형의 세번째 책을 읽었다. <정치과외 제1교시>. 자신의 생활 전반 모든것이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게 용서가 되는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나는 꼼수다'에 열광하며 날카로운 정치 비판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동형의 이름을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정치평론가들이 자웅을 겨루는 정통 강호가 아니라 재야의 무림고수로 조용히 이름을 떨치는 떠오르는 태양쯤 되는 인물이니.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이라는 책으로 데뷔를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을만큼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아니다. 실제 나이를 모르니 어리다고 단정지을순 없지만 왠지 나이 어린 느낌이 든다) 어찌 이리도 오래전 한국 근대 정치사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을까~ 하는 놀라움, 그리고 어찌 이리도 눈치보지 않고 속시원히 할 말을 쏟아 붓는지 그 용기에 감탄했었다.
두번째 책은 현재 여의도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현역 철새 정치인들을, 그것도 실명을 거론해 가며 신랄하게 비난한 책 <와주테이의 박쥐들>이다. 이 책 역시 출간되자마자 읽었었다. 이미 전작을 통해 작가 이동형의 해박한 정치상식과 과감한 필력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홍준표 등 옛 한나라당, 지금 새누리당의 떵떵거리는 실세들은 물론이고 전여옥, 홍정욱, 변희재, 신지호같은 보수 인사들, 게다가 김진표, 손학규등 민주통합당 정치인들까지 성역없이 박쥐같은 행태를 비난하며 쓴소리를 직설적으로 퍼부었기 때문에... 그때 책 리뷰를 쓰면서 나는 조만간 이들중 한명이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내서 이 책이 서점가에서 사라질거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아직도 팔리고 있는 중이다 ^^ 아마도 워낙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이라 그런 모양이다.
마침내 그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 바로 <정치 과외 제1교시>라는 책이다. 표지에는 '안철수, 정봉주, 그리고 유력 정치인들이 거친다는 단기 속성 정치 과외 재현 시나리오'라는 문구가 있다. 이 책을 비롯해 앞으로 시리즈 형식으로 나올 정치 과외 시리즈의 특징을 설명한 문구인데 어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판에 나아가려 할때 방대한 정치사를 단기간에 다 파악하기 힘드니 한국 근현대 정치사의 민감한 부분과 핵심만 끌어모아 재미와 풍자를 섞어 초단기에 마스터 시켜주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안철수, 정봉주가 이런 과외를 받았다기 보다는 이런 비슷한 코치를 받지 않았을까~하는 작가의 추측이다.
이런 취지로 독자를 상대로 작가 이동형이 초단기 속성코스로 정치과외를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과외를 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선생에 대해 믿음이 있어야 하고, 독자 입장에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첫번째 1교시의 주요 소재는 한국 남성 30~50대가 제일 재미있어 한다는 뒷담화, 야사들로 구성돼 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정치야사, 현대, 대우, 삼성, 롯데등 재벌들의 탄생에 얽힌 경제야사, 그리고 야사 하면 빠질수 없는 돈과 권력에 얽힌 숨겨진 섹스이야기가 언급된다.
목차를 살펴보면 대략 어떤 내용의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감이 올터이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해박한 지식과, 과감한 글쓰기, 대담한 용기등이 모두 집약된 내공을 보여준다. 또 비록 야사라고 이름 붙여놓긴 했지만, 읽어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실화에 근접해 있다.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도대체 작가는 이 많은 정보와 지식들을 다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작가의 나이는 몇이나 됐을까? 책 본문에도 나오지만 이런 사건들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말그대로 금기사항이었고, 만약 그 당시였다면 남산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었을 발언들이다. 우리는 다행히 시대를 잘만나 이런 이야기들을 집에서 편히 읽을수 있는거다.
이 자리에서 책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다. 정치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정치를 혐오하는 분들이나, 남자나 여자나, 성인이나 청소년들이거나에 관계없이 온 국민 모두에게 이동형의 책들은 권장하고 싶다. 가장 공정한 시선에서 한국 정치를 들여다보고 있고, 아무나 쉽게 할수 없는 말들도 직설적으로 던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의 글은 재미가 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혹은 국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머릿말속에 아래 문구에 다 나와있다. 1992년 대선때 김영삼이 당선되고, 김대중이 낙마한 후 가슴을 치며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 포스팅을 읽고 있는 분들도 아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시길.
"숱한 비도덕적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국민이 기억하지도 따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목탁이 되어 권력과 강자들의 비리를 폭로, 심판해야 할 언론들이 그 임무를 태만히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잘나야 합니다. 국민이 현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무서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민족 정통성, 민주 정통성, 정의 사회, 양심 사회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제값을 가지고 사는 사회를 만들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시시비비를 먹고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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