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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무실 똥강아지 쫄쫄이는 쩍벌견

예전에 사무실에서 강아지 쫄쫄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얘기한 적이 있다. 한 식구가 된지 벌써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한 3개월정도? 이젠 강아지 적의 모습에서 많이 탈피해 사람으로 치자면 청소년쯤 된것 같다. 사춘기라 말도 잘 안듣고, 틈만나면 사고를 치고 반항하려 든다. 사무실 안으로 못 들어오게 가르쳤고, 영특하게도 말을 잘 알아듣더니 요즘은 잠깐만 한눈팔면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돌아다니기 일쑤고,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능구렁이처럼 슬그머니 나가서 문앞에 앉아있는다. 마치 왜요? 하듯이 해맑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서는... 그뿐인가. 사무실 문 앞에 둔 슬리퍼를 슬쩍 물고 나가 미친듯이 물어뜯어 놓고, 어릴적엔 하루종일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사무실 주위를 떠나지 않더니만 요샌 걸핏하면 가출해서 온 마을을 싸돌아 다니다 끼니때면 들어오기 일쑤고, 그것도 요즘 며칠간은 아예 밤에 잠자러만 들어온다. 아침 일찍 인부들을 따라 현장에 나가서 콘크리트를 타설해 놓으면 거기다 발자국 찍기 놀이를 하지않나, 사람과 차로 바쁘게 움직이는 통로에 떡하니 자리잡고 누워서 비켜주지도 않아서 저러다 한대 걷어차이거나, 차에 치이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늘 사무실 막내 김기사에게 한마디 했다. "내일부터 묶어라"

 

불쌍한 놈...이제 내일부턴 인생이, 아니 견생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아주 신났다. 참, 그리고 드디어 주인이 밝혀졌다.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분네 개라고 한다. 어디서 얻어왔는데 집을 나가서 안들어왔다고. 동네를 돌아다니는걸 보고 수소문 해보니 우리가 데려다 키운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데려가지는 않았는데, 우리더러 키우고 나중에 공사끝나고 나갈때 돌려달라고 한다. 어차피 공사가 끝나고 섬을 떠날때는 안그래도 골칫거리인데 우리로서는 더없이 잘된 일이다. 다만, 이 곳이 보신탕 문화가 발달된 동네다보니 저 녀석도 우리를 떠나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면 견생이 또 어찌 바뀔지 모를 일이다.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천수를 누리다가 죽게될지, 그 해 여름을 못 버티고 한목숨 희생할지... 그러니 사무실에서 온갖 사랑받고 자라는 지금이 어쩌면 쫄쫄이 견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르겠다. 강아지 팔자는 상팔자도 됐다가 개팔자도 됐다가하니 뒤옹박 팔자가 맞는 말이다.

 

 

이 녀석 자는 모습을 찍어봤다. 잠이 많아서 심심하다 싶으면 아무데나 드러누워 자는데 엎드려서 자면 등이 배기는지(ㅡㅡ;) 가끔 누워서 자기도 한다. 살금살금 몰래 다가가서 찰칵! 저 신발 벗는곳 까지가 쫄쫄이에게 출입을 허한 공간이다. 처음엔 문 밖에서 못들어오게 했는데 어찌나 애절한 눈빛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싶어하는지 저곳까지 허락했는데, 지금은 슬그머니 발 한쪽을 안으로 딛고 눈치를 보다가, 아무도 자기를 안보고 있거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면 네발 다 넘어오고 잠시 또 눈치를 보다가 탕비실도 들어가고, 일하고 있는 책상 밑에까지 다가온다. 그러다가 이놈!하고 호통을 치거나 매서운 눈빛으로 레이저빔을 발사하면, 마치 뒷머리 쓱쓱 긁으면서 느릿느릿 신발장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너는 거기까지만... 그리고 아무데서나 다리를 쩍 벌리고 말이야. 보는 사람도 생각을 해주지 않으련? 쩍벌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