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야당 지지자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안철수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갖고있다. 다만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에 대해서는 글쎄... 이런 심정이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이루어놓은 업적 못지않게 한국사회에 끼친 폐혜가 심각하다고 보기에 그의 딸로서 부친의 업적은 승계하고, 과오는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선 독재자의 딸이라서 안된다느니 하는 말도 있지만 아버지의 과오를 딸에게 책임지라고 하는것 역시 옳지 않다. 박근혜가 현시대의 정치인으로서 민의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국력을 키울 능력과 가치관을 갖고있는 정치인이라면 선대의 공과를 떠나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으로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뿌리깊은 반새누리당 정서를 갖고있기에 그녀를 지지할 일은 없을테지만...
사실 이 책을 읽게된 데는 막연히 새누리당은 안된다, 박근혜는 아니다, 이런 사고를 하는 내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왜 박근혜인가> 는 책 제목에서부터 박근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조근조근 설명해줄 걸로 기대했다. 가능한한 선입견 없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고있던 박근혜의 긍정적인 면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게 됐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책을 잘못 골랐다. 아무리 봐도 팀킬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오히려 박근혜에 반감만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니 저자는 어쩌자고 이렇게 책을 냈을까. 책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도대체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지 알수가 없다. 알 수 없는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책을 펴낼 생각을 했는지조차 이해가 안된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한다.
저자 김병욱 소장이다. 킴스정보전략연구소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이 정확히 뭘 연구하고 있다는건지는 모르겠다. 홈페이지를 둘러봤는데 주로 김병욱 소장의 집필과 강연 위주로 운영되는듯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1세기 아시아 차세대 리더, 한국 현대인물 33선중 1인, 한국을 빛낸 21세기 CEO대상 등 수식어구가 화려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했다가 박사 학위는 경영학으로 바꿨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1부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된다.
1. 한국의 정치와 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2. 실패한 MB노믹스
3. 대통령들의 초라한 미래
4. 국회에 국회의원이 없다
5. 서민경제에 올인해야 나라가 산다
제2부 대처와 대처리즘을 통해 영국의 선진정치를 배운다
1. 대영제국의 쇠퇴와 대처 수상의 등장 배경
2. 철의 여인 대처와 영국 정치
3. 대처리즘을 통해 알아보는 한국 정치경제의 해법
제3부 새로운 시대정치와 여성 정치인 박근혜
1. 여성정치인들의 성향과 특성
2. 세계의 여성 정치인들
3. 미래 정치와 여성 정치인들의 역할
4. 새로운 한국정치와 박근혜의 역할
제4부 박근혜를 알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1. 박근혜의 프로필
2. 박근혜의 정치 철학은 무엇인가
3. 박근혜의 정치 여정과 관련된 논쟁
4. 박근혜 리더십의 성공요인과 실패요인
5. 박근혜의 정치경제 해법은 무엇인가
6. 전문가들이 꼽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먼저 1부에서는 지금까지 역대정부의 실정 위주로 정치와 경제의 문제점들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두환 정부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의 경제 지표들이 자료로 사용되는데 어느 누구하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후에 남성 정치인들의 한계로도 인용되는 부분이다. 또한 의외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주 등장하는데 박근혜와 같은 뿌리를 두고있는 보수정당, 새누리당 한식구임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낮은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 박근혜는 다르다 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의도라고 보인다.
책 내용중에는 여러곳에서 상호 모순이 발견된다. 먼저 '국회에 국회의원이 없다' 라는 챕터에서는 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으로 언쟁과 싸움만 벌일뿐 국회가 파행운영되고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구태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모순이다.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가장 안하는 대표적인 의원이 바로 박근혜 의원이라는 점은 어떻게 설명될까?
(자료출처 : 아이엠피터님 블로그 )
19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다. 2012년 7월 2일 1차 회의부터 8월 1일 9차 회의까지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만 이럴까? 박근혜 후보의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인데 상임위 출석률은 어떤가 확인해보자.
(자료출처 : 아이엠피터님 블로그)
금년에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준비차 바빠서 유독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난 기간동안 의정활동은 제대로 해왔을까? 아래 기록을 보면 처참할 지경이다.
(자료출처 : 아이엠피터님 블로그)
저자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아동복지 실태를 조목조목 들이대며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2009년 기준으로 아동복지 예산은 GDP의 0.1% 수준인데 OECD국가 평균 2.3%에 한참 부족하다. 모든 아동이 절대 빈곤층이 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예산은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함에도 우리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복지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이며, 보편적 복지는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어' 국가 재정을 망칠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목만 놓고보면 저자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현재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에서의- 를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는 듯 하지만 이 글의 앞부분에서는 최근 정치권의 복지논쟁은 소모적이고 해결책이 될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소신도 표명한다. 또 복지에는 큰 복지와 작은 복지가 있는데 성장을 통해 경제발전과 고용확대를 하는 것이 큰 복지고, 무상급식과 같이 소득의 재분배를 통한 취약계층에 투자하는 복지는 작은 복지이나 눈앞에 보이는 작은복지에만 너도나도 매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의 큰 복지를 지향하면 작은 복지는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것.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경제 지표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던 저자는 이번에는 영국의 대처 수상을 예로 들어 그녀가 위기에 빠진 영국을 어떻게 구해냈는지를 심도있게 설명한다. 과도하게 비대해진 노동조합과 노동당 정부의 복지 우선 정책으로 위기에 빠진 영국을 보수당 출신 대처가 입각한 후 작고 강한 정부를 지향하고,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했으며, 규제완화, 시장기능의 극대화, 지방 자치단체의 권한 축소, 노조개혁,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투자유치를 강하게 밀어 붙인 결과, 영국병에 걸려 죽어가던 국가를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중의 핵심은 노조 개혁이다. 노조가 중심이 되 창당한 노동당은 집권기간동안 국가정책에 대해 노조와 합의후 처리하는 '합의정치'를 실천했고, 노동운동이 실정법보다 우위에 설 정도로 과도한 혜택이 집중되어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 대처가 바로 잡았는데 한번에 노조를 꺾은게 아니라 노조의 약화를 위해 서서히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이같은 정책을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적용시켜야 할 모델로 제시한다. 박근혜가 대처리즘을 본받아 한국병을 치유하고 사회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절반에 이르는 동안, 목차상 1부와 2부를 읽는동안 어디에도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고, 영국의 대처수상이 어떻게 영국을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다 마침내 3부에 이르러서야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가 등장한다. 그런데 너무 황당하다. 저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야하는 이유를 '지구 온난화'에서 찾아냈다.
여성 대통령과 총리들을 배출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 기후에 속한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를 경험한 나라들인데 우리나라도 최근 온난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여성 정치인들의 정치참여가 늘어나고 있고, 박근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이는 자연의 이치와도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세계적인 큰 흐름에 따르는 것이란다...
이후부터는 전형적인 '박비어천가'가 시작된다. 노골적인 박근혜 띄우기다. 그런데 근거는 약하다. 그냥 무조건적으로 여자니까, 능력있으니까, 소신이 있으니까, 철학이 있으니까, 새로운 정치를 펼칠테니까 등등.. 왜, 어떤점이 이런 설명은 없다. 박근혜는 검증된 경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단다. 어떤점에서? 프로필 백문백답 중에 '이성을 볼때 어디를 먼저 보느냐'는 질문에 '어느 한 곳보다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라고 답했다. 이게 바로 가치들의 덩어리보다 체계화된 가치관을 보는 방법이란다. 매력적인 얼굴은 눈, 코, 입이 따로 예쁜게 아니라 각각이 조화롭게 전체적인 느낌에서 예뻐야 예쁜 얼굴인데, 박근혜의 경제관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인이라고 했다. 왜? 포용과 통합의 실현은 지역감정 극복에서 찾을수 있는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세사람은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을 부채질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박근혜가 이를 극복할 적임자란다. 또 모순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퍼뜨려 득을 본 사람은 바로 박정희 아니었던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대선가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어떻게든 하려 할 것이다. 그게 이처럼 책으로 나올수도 있다. 다만 논리적이고, 합당하게 미화시키는 내용이라면 실제 도움이 될텐데 이 책은 의욕만 앞섰지 앞뒤가 서로 맞지않고, 논리도 빈약하고, 닥치고 찬양이라는 의도가 너무 눈에 띈다. 이래서야 어찌 박근혜의 대선행보에 도움이 될수 있을까. 월스트리트가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리더 21인중 한명이라는데, 그리고 무려 60여권에 이르는 저서를 펴냈다는데 그에 부합하는 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처음 내가 원했던 대로 박근혜에 대해 좀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장점들을 찾을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팀킬이요, 안티 박근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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