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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것이 진정한 팜므파탈, 역사를 바꿔버린 스캔들의 여인들

 책 제목만 보고도 연상되는 사람이 있으신지.. 있다면 제일 먼저 누가 떠오르는지 잠시 글 읽는것을 멈추고 눈을감은후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후에 소개하는 책의 목차를 살펴보고 내가 추측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것도 재밌는 방법이겠다.

 


저자 엘리자베스 케리 마혼은 아마츄어 역사가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역사상 가장 매혹적이고, 사악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러다 마침내 책으로 펴내게된다. 미국인이었기에 그녀가 다루는 주인공들도 대부분 중세 유럽이나 근세 미국, 혹은 유럽의 여인들이 많다. 그래서 서양사나 문화예술계쪽 인사들에 약한 분들은 이름을 들어도 알지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대부분 낯선 이름들이었는데 그중에 반가운 이름도 몇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여자들을 가리켜 자주 쓰는 말로 '팜므파탈'이라고 부를수 있겠다.



 

빠른 눈동자 스캔으로 아는 이름 몇을 발견하셨는지~~ 나는 앤 불린과 마타 하리, 클레오 파트라, 잔 다르크, 아이다, 까미유 끌로델, 이사도라 덩컨 이렇게 일곱명의 이름을 찾아냈다. 대부분 나랑 비슷하지 않으실까? ^^; 처음 소개되는 여인은 에밀리 뒤 샤틀레라는 여성 학자다.

 

 

위 사진에 보이는대로 그녀의 불륜상대였던 볼테르에게 보내는 편지 문구를 보아하니 자뻑증세에 공주병을 심하게 앓은 이 였나보다. 어릴적부터 외국어와 수학, 물리, 화학등을 공부해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여성들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못하고, 글을 쓸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이가 태반이던 시절에 왠만한 남성들보다 박식한 에밀리는 꽤나 유명한 작가였다고 한다. 결혼은 샤틀레 후작과 했지만 서로의 조건에 따른 정략결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샤틀레 후작이 바라는건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을 바랬고, 후작은 에밀리의 학업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서로간에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는걸로 합의했다고 한다. 결혼후 아들을 낳고 그녀는 혼자 파리로 돌아와 과학자들과 어울리며 수많은 스캔들을 만들고, 업적을 만들어 낸다. 이때 볼테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 두사람은 동거하며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험하다가 마침내 <뉴턴 철학의 요점>이란 논문을 발표하게 되고 이는 그때까지 프랑스 학자들이 추종하던 데카르트 이론을 포기하고 뉴턴이라는 새로운 시류로 갈아타게 만든 위대한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두사람은 이별하게 되고 에밀리는 마흔두살에 임신하고, 출산하다 사망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볼테르는 며칠간 실성한듯 보였다고 한다. "나는 내 자신의 절반을 잃었네. 내 영혼이 존재하는 이유를.."이란 말을 남겼다. 남녀사이로는 헤어졌지만 학자적 동지로 남아 서로를 존경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후에 에밀리가 남긴 책은 볼테르의 도움으로 출판됐는데 <뉴턴 자연과학의 수학적 원리>로 오늘날까지 이 책은 프랑스어 표준 번역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볼테르가 "여자로 태어난 것이 유일한 잘못이었던 위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너무나 유명한 여인, 앤 불린. 우리에겐 영국 헨리8세의 두번째 왕비로, 혹은 영국이 로마 가톨릭에서 독립해 영국국교회를 만들게 됐던 사건으로 유명한 여인이다. 헨리8세는 앤과 결혼하고 싶어 왕비였던 캐서린과 이혼하려 했는데 이혼을 금하던 가톨릭 교리로 교황의 허락을 받지 못하자 스스로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버렸다. 이는 강력한 왕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어쨋든 이런 역사적인 사건의 배후에는 앤이 있었다. 결국 아들을 낳지못하고 자신이 왕을 유혹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여자에게 빠져버린 헨리8세에게 버림받아 처형당하는 비극의 운명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낳은 딸인 엘리자베스는 후에 영국의 왕이 되어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받는 여왕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앤의 딸이 바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다.

 

 

가장 관심을 갖고 읽었던 파트가 바로 클레오 파트라 소개 대목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클레오 파트라. 눈부신 외모로 남자들을 무릎 꿇렸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자세한 역사적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읽어보니 클레오 파트라는 당시 이집트 왕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이 시기 이집트에서는 왕이 되기위해 형제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악습이 전해져왔다고 한다. 아버지 이후로 언니가 있었기에 클레오 파트라는 왕위 계승 서열이 2위였다. 그런데 큰딸이 성장하면서 왕위에 불안을 느낀 아버지는 왕위찬탈 기도라는 죄목을 씌워 큰딸을 처형해버렸다. 이로서 왕위 계승서열 1위로 올라섰고, 아버지가 죽고나자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함께 공동 통치자로 왕위에 오른다. 이때는 또 근친혼이 유행이었나 보다. 열여덟이었던 클레오 파트라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남동생과 결혼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상대를 없애고 단독으로 왕위를 차지하려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데 남동생이자 남편인 프톨레마이오스13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클레오 파트라를 왕좌에서 밀어내고 권력을 독차지 했다. 시리아 사막으로 피신했던 클레오 파트라는 당시 절대왕국의 유력자였던 카이사르를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카이사르의 정부가 된 클레오 파트라는 그의 힘을 빌어 프톨레마이오스13세를 죽이고 다시 이집트 왕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하기위해 또다른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14세와 다시 결혼한다. 언제까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될줄 알았던 카이사르가 친구였던 브루투스등에게 암살당하자 이집트는 다시 로마의 침략을 걱정하게 되는데 클레오 파트라는 카이사르를 유혹했던 방식 그대로 카이사르 후임으로 떠오르는 장군인 안토니우스마저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남편이자 남동생인 프톨레마이오스 14세가 죽자, 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프톨레마이오스 15세로 명명하고 자신과 함께 공동통치자에 앉혔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 파트라에 완전히 빠져 로마제국이 확장한 영토였던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터키 남부에 이르는 광할한 땅을 클레오 파트라에게 다시말해 이집트에 넘겨줘버렸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였던 옥타비아를 버리고 클레오 파트라와 결혼하자 옥타비아의 오빠이자 로마 황제였던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 등을 돌리게 되고, 클레오 파트라를 증오하게 됐다. 후에 안토니우스가 파르티아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도망치다 죽게되자 옥타비아누스는 모든 책임을 클레오 파트라에게 묻고 이집트를 침공했다.


이번에도 클레오 파트라는 로마황제 옥타비아누스를 유혹하여 내편으로 만들려 했으나 넘어오지 않자 잡혀가 모욕을 당하는 대신 스스로 자결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참 파란만장한 삶이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왕권 유지와 이집트의 안위를 위해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등 로마의 실권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팜므파탈의 표상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이 실존인물이자 대단한 미모를 가졌다고 전해지는 클레오 파트라의 이야기는 훗날 셰익스피어나 버나드 쇼같은 작가들에 의해 책으로, 영화로 널리 퍼지게 된다.


이 밖에도 숱한 여걸들, 요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한시대에 풍파를 일으켰던 주인공들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근래에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고 비중이 커지고, 자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중세시대보다 훨씬 많은 팜므파탈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을터이다. 멀리 볼것도 없다. 21세가 대한민국에서도, 아니 바로 우리 집안에서도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팜므파탈 여성들이 있지는 않는지~

 

 

역사를 바꿔버린 스캔들의 여인들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엘리자베스 케리 마혼(Elizabeth Kerri Mahon) / 김혜연역
출판 : 청조사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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