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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자녀교육은 이렇게해야~ 블로거 굄돌님의 교육철학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교육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블로거가 있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나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을 상대로 수년째 독서지도를 해오고 계시는 '굄돌'님이 그 분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탓에 중고등부 교리교사에서 시작된 독서지도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에게까지 뻗게 되었다. 굄돌님은 딸만 둘을 두셨는데 딸들에게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단다. 지금은 훌륭히 두 딸들을 키워냈고 그 철학 그대로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중이다. 책에 나온 글들은 굄돌님의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어왔던 글들이라 한번씩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하나로 모아 책으로 엮어내니 훌륭한 교육서가 탄생했다.

 

 

받을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저자의 친필사인. 굄돌님의 본명이 이경숙이라는 것도, 세례명이 로사리아라는 것도, 2006년에 <수필과 비평>에 '오쇠리 7번지'로 등단해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굄돌님은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상대하면서 마음이 닫혀있는 불우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존중해주고, 들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소리치고, 혼내고, 겁주고, 잔소리하고, 무시하는건 그 아이들이 이제껏 숱하게 경험해온 인간관계 아니겠는가. 그럴수록 아이들은 마음을 닫아걸고, 표현하지 않고, 적개심만 보일 뿐이다. 자신이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때 비로소 아이들도 속마음을 얘기하고 개선될 여지를 내보이게 된단다. 책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접한 수많은 아이들의 생각과 교육현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깜짝 놀랐던 부분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 나이대 아이들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조숙하고, 성숙한 생각을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하고 산다는 점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우려했던 것만큼 물질만능주의가 어린 아이들 머리속에도 절대진리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른들이 그런 모습만 보여주는데 아이들이라고 돈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보지 않을리가 없지...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꼭 교육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꼭 잊지말고 새겨두어야 할 주옥같은 조언들이 담겨있다. 나 역시 딸들에게 좋은 아빠, 친구같은 아빠, 모범을 보이는 아빠가 되리라는 생각만 가득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인상깊었던 대목 한 토막.

<내 아이 어릴때 가르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일 한가지>라는 대목인데 아이가 부모님 생일때 뭔가를 해드리려고 했더니 부모가 '나중에 더 커서 좋은걸로' 해달라고 했단다. 부모 입장에선 어린 아이가 생일선물을 하려는 마음이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하지만 돈도 없는데 굳이 번거롭게 선물이라고 받는것보다는 마음만 받을테니 나중에 니가 잘되서 좋은 선물 해달라~ 라는 의미일 거다. 다른 집 엄마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요. 지 엄마, 아빠 생일에 선물은 커녕 편지 한 통 안써요." 초등학교 때는 어리니까 그러겠거니 했는데 중학교 3학년이 됐는데도 부모 생일에 무관심하다는 거다. 그래서 아이에게 "며칠뒤면 아빠 생일인데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겠니?" 하고 말을 꺼냈다고 한다. 중3인 녀석이 이렇게 응답했다. "돈이 있어야 선물을 하죠." "그럼 편지라도 한 통 쓸수 있잖아?" "에이~ 날마다 보는데 무슨 할말이 있다고 편지를 써요?" 엄마는 자식을 잘 못 키운것 같다며 참담해 했다. 아이는 끝내 아빠생일을 모른척 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숱하게 접하는 상황들이,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아이들을 위하는게 아닐수 있다는 점이 무겁게 다가온다.

 

 

책의 말미, 에필로그에 보면 '문학도가 된 딸의 고백' 이란 대목이 나온다. 굄돌님의 둘째 따님은 피아노를 전공했다는걸 아는데 큰 따님은 문학을 전공해서 문학도가 된 모양이다. 글을 읽어보면 저자가 쓴 글이 아니라 딸이 쓴 글인듯 한데, 엄마가 낸 책에 딸이 에필로그를 쓴게 독특하다. 글솜씨가 엄마를 닮아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딸들을 이렇게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두 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랐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모가 참고할만한 육아 교육서다. 내 아이들,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보다 현명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국내도서>가정과 생활
저자 : 이경숙
출판 : 청출판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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