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친일' 대통령인줄로만 알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역대 대통령중 처음으로 독도를 기습 방문했다. 당연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던 일본은 기겁을 했고, 강한 외교적 루트를 통해 한국정부에 항의 표현을 해댔다. 어라? 그런데 이번엔 한술 더떠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절대적 존재, 천황을 향해 "한국을 방문하려거든 먼저 진정어린 사죄를 하라"며 더 나아가는게 아닌가? 이전까지 외교적 루트를 통해 항의하던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부터 마치 국교를 단교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당장에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고, 주한 일본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으며, 주일 한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하고, 유럽발 재정위기에 아시아가 공동 대응하자면서 합의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까지 백지화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독도를 국제 사법재판소에 단독으로 제소를 추진하고 있고, 유엔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한국을 외교력을 총동원해 방해하겠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의 인기 연예인이 독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일본 출입을 금지시켰고, 인기 케이팝 그룹들의 현지 활동도 제약이 걸렸다. 방송이 예정되어있던 한류 드라마가 방영이 취소됐다. 그러나 파상적인 일본의 유치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국정부는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여기까지가 지금껏 우리가 알고있던 이대통령의 애국 '깜짝쇼' 스토리다. 우리가 여기까지 알고있다는건 언론이 여기까지만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의 경과를 지켜보며 의아심을 갖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던가! 취임하자마자 일본을 방문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교과서에 수록하겠다는 뜻을 전해듣고는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라는 명언을 남긴, 일본 출생설이 널리 퍼져있는 스키야마 아키히로 아니시던가. 친일 보수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취임했던 그가 왜 이렇게 강한 어조로 일본을 자극하는걸까~ 답은 간단하다. 임기말 레임덕 상태에서 국민의 반일의식을 고취시켜 지지율을 반짝 상승시키려는 의도가 있던지, 아니면 임기초 약속했고, 지금까지 기다려준 일본에 독도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려는 고차원적인 심리게임을 펼치는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는 측면이고, 후자는 좀 복잡한 시나리오를 통해 추론해본 바다. 이제껏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를 왜 방문하지 않았던걸까. 그건 일본이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키워봐야 국제적인 위상을 앞세운 일본의 주장만 커지기에 아예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왜 이명박은 이런 기조를 포기하고 직접 독도를 방문해 일본을 강하게 자극했을까? 뒤이어 강한 발언으로 일본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단독 제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도를 일본에 넘기려는 속셈은 아닐까.. 혹은 우리 국민에게 더이상 피하지만 말고 역사적으로나, 실효적으로나 독도는 명백한 우리땅이기에 정식 재판을 받아보자고 설득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가 재판에서 패소~ 이런 시나리오가 취임초부터 일본정부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었는지...
에휴~ 어쩌다가 이런 소설같은 시나리오를 혼자 썼다가, 수정했다가 하면서 열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취임초부터 공부하는 국민상을 만들어준 친절한 정부 때문이다. 잠시라도 국민들이 마음을 놓고 있거나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 사리사욕을 채우려 민자사업을 벌이고, 4대강을 삽질하고, 멀쩡한 인천공항을 매각하겠다고 하고,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이권을 챙길지 모를 일이거든... 그러니 항상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릎뜨고 정부가 하려는 일이 정확히 어떤일인지, 행여나 이면에 감춰진 다른 꼼수는 없는지 공부해야만 했다.
<고구려의 섬> 이라는 책을 앞에두고 구구절절 정부 욕하고, 대통령을 의심하며 혼자서 소설을 써댔다. 왜냐 바로 이 책 내용이 삼국시대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 요즘 민감한 현안인 '독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속에서는 신녀가 예지한 신비의 섬이자 국운을 높일수 있는 곳으로 등장하고 있으면서, 슬그머니 이미 삼국시대부터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얘기를 하고있는거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 독자의 자유지만 이 내용을 고스라니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판단하기에는 위험이 있다. 독도가 제주도나 울릉도와 같은 군소 도서 국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사를 지을수 있는 경작지가 있는것도 아니고, 사람도 살지않는 바위섬을 삼국시대 항해술로 귀하게 여겼을리가 없지 않을까? 실제 역사적으로도 조선시대에 이르러 독도가 문헌상에 자주 등장했지 그 이전에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버려진 땅이었을 터다. 이 소설이 제목부터 표지까지 온통 독도를 주제로 내세우는것 같지만 사실 본 소재는 삼국시대 국제정세에 관한 소설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뿐만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투던 수나라, 당나라, 왜국까지 상세하게 소설에 담고있다. 당시의 국제정세, 힘의 분배, 연합하고 반목하던 역사,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개소문, 당태종, 설인귀, 계백, 김유신, 김춘추, 의자왕, 문무왕 같은 낯익은 등장인물들까지. 꽤 두꺼운 분량에 그것도 두 권의 책으로 엮어낸 삼국시대 흥망성쇄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어찌보면 신라의 입장에서 씌여진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대놓고 왜곡해 왔던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일본의 이야기가 좀더 실체에 가까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소설에서 주의깊게 살펴볼 나라가 일본이다. 그간 우리가 배워오기로는 일본은 스스로 문명을 개척할 능력도 없는 야만인이어서 삼국시대부터 백제의 문화를 전수받고, 실질적인 한국 국가들에게 예속된 작은 정부였다는 식의 왜곡된 교육을 받고 자라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점점 밝혀지고 있는 고대 일본의 실체는 한반도의 나라들이 감히 무시할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데다 지리적인 특성상 대규모 정벌대를 파견하기도 어려워서 한반도 국가들에 예속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전 아시아를 정벌했던 대원제국도 수차례 정동행성을 통해 고려군을 동원하여 일본을 침략했지만 일본 본토에 도달도 못하고 폭풍에 고전했던 기록이 있다. 오히려 일본의 역사서들은 일본정부가 고대 한반도를 침략해 가야를 정벌하고 가야와 백제땅 일부를 차지한후 임나일본부를 두어 백제, 신라, 가야를 통치했다는 식의 교육을 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일본인의 허구가 보태져 마침내 독도는 역사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가 자연스럽게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것도 같다. 역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오랫만에 흥미로운 역사소설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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