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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일제시대 일본인이 바라본 조선의 문화

 

 

<조선 만화>는 일제시대 일본인이 바라본 조선의 문화를 만화와 해설이란 형태로 소개한 책이다. 도리고에 세이키가 삽화를 그리고 여기다 우스다 잔운이 해설을 달았다. 대신의 행렬, 온돌의 독거, 하이칼라 기생, 종이연 날리기등 50개의 만화가 이 책에 소개된다. 각각의 아이템은 식민시절 조선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들인데 상당히 부정적이고 하급 문화로 묘사되고 있다. 이처럼 못살고 미개한 조선은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도, 문화도 없는 후진국가이기에 아시아의 일등국가 일본이 근대화도 시켜주고, 보호해 줘야하는 당위성이 짙게 깔려있다. 전형적인 식민사관에서 쓰여진 글과 그림이라고 할수있다. 이 당시만 해도 만화라는 용어 자체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시기이기에 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다.

 

 

<하이칼라 기생> 편에 등장하는 삽화다. 우리 눈엔 그저 기생인가 보다~ 하겠지만 조선의 기생에 대해 소개한 이 만화에서는 기생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다고 했다. 인력거 위에서 거드름을 피며 지나는 양반을 내려다본다. 게다가 기생들의 남편은 기둥서방으로 일하고, 자식들은 거리에 나가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기에 조선에서는 아들 낳기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긴다고 했다.

 

 

<묘 앞의 통곡> 편이다. 성묘문화를 비꼬고 있는데 슬프지 않으면서도 곡을 하고, 슬퍼하는 시늉을 하는것이 기이하다고 한다. 서로 소리를 하며 노래 부르듯 통곡을 하고, 며느리들은 기교를 부려 통곡하는데 이를 보고 동네에 누구는 곡을 잘한다, 누구는 못한다 이런 소문이 돈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현상의 기원이나 독특한 문화에서 자생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저 보이는 그대로 부정적인 해석이 주를 이룬다. 말미에는 "슬픔을 바꾸어 즐거움으로 만드는 한인의 지혜는, 죽은 자의 영령을 승천하는 것이라고 낙관하는 기독교도에 비해 술이 있고 안주가 있는 점에서 대단히 훌륭하다"라고 얼핏 긍정적으로 표현하는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죽은자의 영혼이 하늘에 오른다는 합리적인 기독교 문화에 비해, 슬픈 상황마저 술마시고 놀기위한 핑계로 삼을만큼 근본없는 문화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듯 보인다.

 

이들 조선 만화에 일본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처럼 조선의 풍속과 문화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린것처럼 보이지만, 해설을 읽고나면 조선인의 생각이나 시각따윈 철저히 배제되고 오로지 일본인이 바라보는 시각만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조선만화가 그려진 목적을 들여다 볼수 있다 하겠다. 한편으로 드는 궁금증은, 조선과 일본은 비단 일제 식민시절뿐만 아니라 수천년간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로 존재하며 문물을 전해주기도 하고, 약탈하기도 하며 애증의 시간을 보내왔던 나라들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조선만화에 소개되는 만화와 해설을 보면 아주 생소한 나라, 처음보는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소개하는 분위기다. 이전에는 조선의 문화와 조선인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책들이 일본에 없었을까?

 

한국인들이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중 하나가 여기서 나타난다.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배워오기를, 중국에서 전래되어온 문물을 독창적인 문화로 발전시켜 꽃피웠고, 이를 다시 일본에 전해 일본 문화의 기틀이 됐다고 알고있다. 삼국시대 왕인박사를 비롯해 불교와 한자를 전해줬고, 인진왜란을 통해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도자기의 시초였다고. 또 일본 천황가도 백제인들의 후손이라는 유력한 설도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양심적인 역사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렇게 알고있지 않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나타난 임라일본부설이 정설처럼 굳어져, 삼국시대부터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해 백제, 신라등을 다스렸고, 한번도 외세의 침공이나 내정간섭도 받은적이 없는 독립국가로 이어져오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해 일류국가로 도약했다는게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이다. 아마도 이런 밑바탕이 있기에 <조선만화>에 나오는 조선문명의 미개성을 맘껏 조롱하고 있는건 아닐까?

 

독도를 둘러싼 근래 양국의 치열한 싸움이 연일 보도되는 시점에 이런 책을 읽으니 일본의 속내가 어떠한지를 조금은 알수 있어서 더욱 불편한 마음이다...

 

 

조선만화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한일비교문화세미나
출판 : 어문학사 201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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