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가카의 빅엿, 서기호 판사가 사법개혁을 말한다

 

 

서기호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시는지. 물론 나는 기억하고 있다. 아마 정치에 별 관심없이 사는 사람들도 2011년 겨울에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가카의 빅엿" 사건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현직판사가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해 가카의 빅엿 운운하자 조선일보에서는 이를 판사가 대통령을 조롱했다며 대서특필했고 좌빨, 좌편향 판사로 몰고갔다. 이런 사람이 판사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방향으로...그리고 결국 서기호 판사는 법복을 벗게된다. 스스로 사직했을까? 아~니 잘렸다. 마치 2008년 정연주 사장이 KBS사장 자리에서 쫒겨나가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이명박 대통령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죄다. 자~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다시한번 설명해야 겠다. 서기호 사건을 설명하자면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를 위험부위인 SMR을 포함해 통째로 수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반발하여 전국의 학생, 주부, 회사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촛불시위를 기억하실거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불순한 배후세력의 조종을 받는 폭력집회로 간주하고 경찰 병력을 동원해 무자비게 탄압하기 시작한다. 숱한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되고 구속되었는데 이들에게 씌여진 범죄행위도 참 다양했다. 촛불은 평화를 상징하고 촛불을 들기 위해서는 밤에 집회를 하는것이 당연했음에도 일몰 이후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집시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감정이었고 이에 재판장이었던 박재영 판사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하게된다. 위헌 제청이라 함은 자신이 판결해야 할 사건이 다루고있는 집시법이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판결전에 확인 받으려는 당연한 절차였다. 위헌 제청에 들어가자 수많은 동종 재판들이 일시 휴정에 들어갔는데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에 따라 유죄가 될수도 무죄가 될수도 있었기에 판사들이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이때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었던 신영철 대법관은 일선 판사들에게 여러차례 이메일을 보내 헌재의 판결과 상관없이 조속히 재판을 마무리 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또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서 배당하는 월권 행위를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신영철 대법관은 압력을 넣은게 아니라 조언을 한것이라고 발뺌했지만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를 지적하고 움직임이 고조됐고, 2009년 5월 11일 서기호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신영철 대법관을 징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발표하게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년에 신영철 대법관님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모셨던 인연이 있기에 그분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을 무척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중요한 사건입니다. 재판의 독립은 판사 업무의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신 대법관은 개인적인 비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발전을 저해하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입니다.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후에도 매번 전체판사회의등을 통해 법관의 독립을 위해 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 법원장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그러다 2011년, 한미FTA가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소집으로 날치기 통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은배 부장판사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 날을 잊지 않겠다." 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좌편향 판사로 몰고갔다. 그런 생각을 하는 판사라면 법복을 벗어라!고 사퇴를 권고하기도 했는데 이에 호응하듯 대법원이 최은배 판사를 법원윤리위원회에 회부하자 일부 판사들이 과도한 대응이라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이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박원순이 아닌 나경원을 찍었다고 밝힌 김하늘 부장판사마저 한미FTA가 사법주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법원 행정처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도 서기호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려 페이스북은 사적인 공간이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논란을 일으킨 쪽은 사적 공간에서의 글을 단지 판사가 썼다는 이유로 1면에 특종기사화한 조선일보"라며 "법관 윤리보다 언론의 윤리 정립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판사들도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표헌하고 대중들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 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2011년 12월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SNS 전담부서를 만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등에 올라오는 글들을 심의하겠다고 발표하자,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고, 서기호 판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어이없는 인터넷과 SNS 통제를 비판했다.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될테니~"

 

얘기가 길었다. 이게 바로 '가카 빅엿' 사건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역시 조선일보에서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은 사법부에 널리 퍼져있는 좌편향 판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하지만 딱히 현역 판사들을 제어할 방법이 없자 별안간 연임부적격 대상자로 몰아 연임 발령을 제한해 버렸다. 현행법상 판사들의 임기는 10년이고 연임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10년동안 서기호 판사의 근무 평점이 하위 2%에 해당한다며 "근무 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연임 발령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파면으로 이어졌다.

 

이 책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는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는 법조전문 시민기자인 김용국씨가 서기호 판사와 나눈 대담을 취합해 출간한 책이다. 억울하게 법복을 벗게 된 위의 사연들과 함께 지금껏 살아온 세월들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어떤식으로 사법개혁을 해나갈지,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인지를 지적하고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총선때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당선되지 못했고, 지금은 통진당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다.

 

이같은 과정을 죽 지켜봐 왔기에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정연주 KBS 사장이 어떤 경위로 해임되었는가와 서기호 판사의 해임 경위를 알게되면 이명박 정부가 어떤 치졸한 방법으로 방송과 신문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충성스런 기관으로 바꿔갔는지를 알수있다. 참으로 민주주의의 퇴보요, 수치스런 5년을 절대 잊지말고 기억하자.


ps. 총선당시 통합진보당의 당선안정권인 비례대표 6번으로 영입되었다가 이정희 대표와 심상정 대표등의 지분다툼때문에 당선불확실권인 14번으로 변경되어 당선되지 못했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로 상위순번 국회의원들이 사퇴하자 의원직을 승계하여 현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고, 며칠전 자신의 법관 연임탈락이 무효라는 주장으로 재판을 신청했다.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서기호,김용국
출판 : 오마이북 2012.07.05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