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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소설로 꾸며본 노무현 일대기와 미국의 음모 '소설 노무현'

제목이 '소설 노무현'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퇴임후 봉하마을에서 여느 서민들과 다를바없는 소박한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손녀와 놀아주다 '께끼'를 사먹으러 들어간 동네 슈퍼. 그안에서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지금은 그의 모습을 볼수없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지만 이따금씩 우연히 마주치는 사진에서, 글속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될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싸해지며 먹먹한 기분을 가질수 밖에 없는 그 이름. 노무현. 그런 그의 이름을 생소한 소설책에서 다시 보게됐다. 


이제껏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붙힌 책은 대부분이 인문, 사회 분야였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노무현이 만난 링컨', '정조와 노무현', '바보 노무현',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등등...그런데 이번엔 소설이란다. 그것도 제목에 다른 문구도 없다. 그냥 제목이 '소설 노무현' 이다. 노무현의 전기도 아니고 노무현의 어떤 모습을 소설로 그렸다는 말도 없다. 이렇다보니 독자들은 노무현의 A부터 Z까지를 기대하게 된다. 헌데 소설이다. 소설은 본디 픽션으로 이루어진 분야다. 노무현을 소재로한 픽션이라... 대단히 조심스럽기만 하다. 과연 작가는 자칫 위험할수도 있는 실존인물을 어떻게 소설속에 표현해 냈을까?





작가는 강효산이란 분이다. 이름도 낯설고, 검색해봐도 별다른 자료를 찾을수 없다. 이 소설이 그의 처녀작이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신춘문예등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것도 아니고, 다른 작품을 썼던 것도 아니고, 꾸준히 기고를 하거나 이름을 내세운 활동도 전혀 없던 작가다. 작가 스스로는 열두살때 한의학을 공부했고 지금껏 사서오경?(난 사서삼경이라고만 알았는데 오경도 있나보다)과 역, 음양, 오행등 동양학에 심취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장편소설을 집필하게 된듯하다.


소설로만 놓고보면 꽤 흥미진진하다.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전후 사정을 그린것이 아니라 가상의 주변인물을 설정하고,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 인품, 비전을 담고있다. 이병 노무현으로 등장해서 사시합격 과정과 변호사 생활, 정치에의 입문, 정적과의 대결, 대통령 당선과 퇴임후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과정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국내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하지않는다. 미국이 있다. 작가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고난과 죽음에 미국이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박정희 정부때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의 핵개발 같은 한미간의 갈등을 부각시킨다. 한국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정부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있어 강경론을 주장하는 미국 네오콘의 입장에서 봤을때 남북화해와 자주적인 대미관계를 지향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갈등관계를 빚을수 밖에 없을거라는 설정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소설'로만 놓고보면 꽤 재미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실존했던 인물이자, 국민들 뇌리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갖고있는 이미지와는 좀 생뚱맞다고도 할수있다. 게다가 아마도 이 작가분이 나이가 좀 있으신지 글을 서술하는 문체가 대단히 오래된 문어체다. 그래서 읽기에 매끄럽지 않고 부자연스럽다. 이 부분은 젊은 독자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다. 좀 더 감각적이고 깔끔한 문장이었다면 더 읽기에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 노무현 1
국내도서>소설
저자 : 강효산
출판 : 까만양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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