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발견한 순간 눈이 확 떠졌다. 어느 부위의 통증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요통만큼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통증은 없다고 생각한다. 앉을 수도 없다. 누울 수도 없다. 걸을 수도 없다. 세수를 할수도, 짐을 들수도, 잠을 잘수도, 차에 오르고 내릴수도 없다. 내가 한참 요통으로 고생하다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심했을때 주위에서 다들 수술을 만류했었다. 허리는 함부러 수술하는거 아니라면서. 그러면서 어떻게든 민간요법이나 한의학으로 치료해 보라고 하더라. 물론 나도 그러고싶었다. 나라고 허리에 칼을 대고 싶었을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허리의 통증이 심하다보니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까지 하반신으로 통증이 이어진다. 게다가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할수도, 밤에 집에서 잠을 잘수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생활이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난 수술을 선택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항상 재발의 걱정과 불안함을 안고 살기는 하지만 어쨋든 난 다시 사람다운 삶을 살고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 다카노 히데유키. 아무도 가지않는 길, 아무도 하지 않은일 들을 찾아다니며 전세계르 누비던 오지탐험 작가다. 와세다 대학의 탐험부에 가입하면서 시작된 오지 탐험의 직업은 아프리카의 수수께끼 괴물을 찾아가거나 실크로드를 찾아 아시아의 사막을 헤매고, 미얀마 북부 산간마을에서 아편을 재배하는 게릴라들을 밀착 취재하기도 했다. 위험한 일을 하다보니 항께 일하던 동료가 살해당하기도 하는등 위험에 노출된 생활을 해왔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아프리카 밀림에서 몇달간 생활도 하고, 카누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기도 하고 쉴새없이 몸을 움직이며 살아왔을텐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요통은 그를 멘붕상태에 이르게 만들어 버렸다. 이 책은 갑자기 찾아온 요통을 정복하러 그가 해봤던 모든 일들, 치료과정과 느낀점들을 아주아주 유쾌하고 재밌게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요통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그 고통을 알수없다. 그러기에 나 역시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저자의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읽게 됐다. 아~ 맞아맞아. 나도 그랬어..이러면서...
특이하게도 상식적으로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게되지만 이상하리만큼 허리가 아프면 병원보다도 민간요법이나 한의학을 찾게된다. 지압, 침, 뜸, 접골, 물리치료 등등.. 일반인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양의학에서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디스크의 치료는 수술로 귀결됐었다. 게다가 디스크라고 하는게 생활습관에 기인한 것이 많다보니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수술로서 치료를 하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발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허리에 칼을 댄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주위에서 재발한 환자는 치료가 더 힘들다는 등의 무서운 이야기를 접한 환자들은 어떻게든 수술은 피해보고자 대체의학을 찾게 되는것 같다.
거기다 또 하나,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주변사람이나 지인들에게 하면 어쩜 그렇게 효과좋고, 솜씨좋은 명의들을 다들 한두명씩 알고있는지 신기하다. 내가 아는 누구도 거기서 치료받았는데 통원치료 세번만에 완치가 되서 나왔다~ 이 사람은 못고치는 환자가 없다~ 디스크 잘 본다고 소문난 곳이다~ 다 포기한 환자도 여기는 고친다고 하더라~ 등등... 책을 보면 처음 통증을 느끼고 저자가 겪은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그러다 소개로 찾은 곳에서는 허리가 문제가 아니라 고관절이 문제라고 진단한다. 평소의 잘못된 자세로 인해 고관절이 뒤틀렸고, 이때문에 허리에 통증이 왔다는것. 하지만 잠시 효과가 있는듯하면서 다시 통증이 재발했고, 저자는 치료원을 옮기게 된다. 이번에는 근육문제라고 진단받는다. 복근과 배근이 균형있게 발달해야 하는데 어느 한쪽이 약하면 몸의 체중이 쏠리게 되고 결국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한다는것. 그래서 이번엔 복근과 배근의 균형있는 발달을 위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요통을 잡아주지 못했다.
물론 정형외과를 안찾은건 아니다. 처음 들렀던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물리적인 이상은 없다고 진단했다. 두번째 찾은 병원에서는 엑스레이와 MRI를 촬영하고서는 허리디스크에 요추관협착증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세번째 찾은 정형외과에서는 다시 이상없음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전 병원에서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던 근거가 됐던 사진은 이번 병원에서는 누구나 이정도의 퇴행성 염증은 갖고있다면서 이정도로 수술한다면 요통환자는 모두 다 수술해야 하는 셈이라고 이전 병원을 비웃는다. 양의학도 확실한 믿음이 안가고, 그렇다고 대체의학도 믿음이 안간다. 그동안 들른 네군데의 대체의학에서는 모두다 자신들의 치료법이 최고이고 정통이라고 주장한다. 놀라울정도로 원장들은 자신들의 치료법에 확신을 가지고 있고, 자기 치료소를 찾은 모든 환자들은 완치가 되서 나간다고 큰소리 치는데 저자가 보기에 이는 허풍이 아니고 정말로 그렇게 믿고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말 치료가 잘 된 환자들은 원장에게 놀라워하면서 감사를 표하니 완치됨을 알게되고, 효과가 없는 사람은 어차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았기에 조용히 다른 병원이나 치료소로 옮기게 되는데 매번 오던 환자가 어느날부터 안보이게되면 원장은 다 낳아서, 통증이 없어져서 안오는거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그러니 본인의 실력이 최고요, 본인의 치료법이 가장 확실한 허리치료라고 자만한다는 거다.
재밌는 글솜씨와 저자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끔찍한 고통의 치료과정이라는 진지한 이야기를 마치 특별한 추억담처럼 바꿔버린 바탕에는 지금은 저자가 요통으로 고생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완치가 됐을까? 완치는 안됐다고 한다. 지금도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하면 허리가 불편하고, 가끔씩 통증이 오지만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 치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허리치료의 결론은 뭘까? 이 저자는 어떻게 해서 허리를 치료했을까? 정답은 수영이다. 그동안 다녀봤던 수많은 치료소에서 운동과 수영을 권했었지만 당장 허리가 아파 거동하기도 불편한데 어떻게 운동을 하고, 수영을 하느냐며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고통스런 치료과정이 1년을 넘어가고, 뾰족한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타력(타인의 힘)에 의한 치료를 포기하고, 수영을 통해 자력으로 관리한 결과 어느순간 통증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뭐? 결국 운동하란 소리 아냐? 뭔가 획기적인 요통의 해결책을 바라고 이 글을 읽고있을 독자가 있다면 아마 매우 실망스러울거다. 너무 당연한 결말이라서.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이런 결론이 그냥 나온 결론이 아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과 어떻게든 허리를 치료하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저자가 최후의 결론으로 낸 방법이니 무시하지 말고 유념하도록 하자. 참고로 내 경우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의 수술을 받았고(절개에 의한), 수술이후 놀랍게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항상 내 스스로 위축되어 살고있기는 하다. 저 운동은 너무 격렬해서 아마 허리에 부담이 될거야~ 운동을 꾸준히 해야하는데 지금 못하고 살고있으니 이러다가 또 갑자기 재발하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 수술환자들, 혹은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요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저자가 권한대로 수영처럼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꼭 나을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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