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눈물겨운 부성애, 남극 황제펭귄의 일대기 '황제처럼'

2009년 MBC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일으켰던 '아마존의 눈물'을 기억하시는지. MBC는 <지구의 눈물>이라는 다큐 프로를 시리즈로 방영했는데 첫해인 2008년 '북극의 눈물', 2009년 '아마존의 눈물', 2010년 '아프리카의 눈물', 2011년 '남극의 눈물'을 방영했다. 이 중 가장 히트작이자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 '아마존의 눈물'이었는데 턱에 막대를 꽂고 다니던 조에족을 잊을수가 없다. 이 다큐를 만들었던 김진만 PD와 송인혁 촬영감독이 다시한번 목숨을 걸고 촬영했던 시리즈 마지막 편이 바로 '남극의 눈물'이다. 이 책 <황제처럼>은 이때 촬영하고 방송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냈는데 남극에 살고있는 희귀종인 황제펭귄의 일대기를 사진으로 정리했다. 



사실 펭귄은 아주 친숙한 동물이다. 마치 턱시도를 입고있는 신사의 모습을 한 펭귄은 더군다나 사람처럼 두발로 서서 걸어다니는지라 얼핏보면 마치 사람이 서있는 거라고 착각마저 들게한다. 게다가 어린이의 대통령이라는 뽀로로도 바로 이 펭귄을 모델로 했기에 어른, 아이 할것없이 친숙한 동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황제펭귄이란 녀석의 일대기가 참 흥미롭다. 아래 사진을 통해 일대기를 살펴보자.



북반구인 한국에서 봄이 시작되는 3월이 남반구인 남극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남극이 항상 추운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겨울은 영하 80도까지 내려가는 맹추위의 시간이다. 그래서 남극에서 살다가도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면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동물들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황제펭귄들은 수개월동안 걸어서 겨울을 남극에서 보내고자 먼곳에서 찾아온다.



무리를 지어 찾아와서는 1만여마리의 황제펭귄들이 '루커리'를 이룬다. 루커리란 1년동안 추운 남극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성격을 가졌다. 1만마리의 펭귄들...아래 사진을 보라. 마치 87년 대통령선거때 동원된 청중들을 보는듯 하다..




이렇게 모인 펭귄들은 서로 맘에 맞는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한다. 마치 연미복을 입은 파티장의 모습같아 보인다~ 서로 소리로서 이성을 찾고 구애를 하는데 그래서 송인혁 촬영감독은 이를 촬영하면서 마치 시장통에 온듯한 착각을 느꼈다고 한다. 안그래도 사람처럼 서서 두 발로 다니는 녀석들이 서로 마주보고 쉴새없이 떠들어대니... ^^



짝을 찾은 암수 펭귄들은 사랑을 하고, 암컷이 알을 낳는다.



특이한 자녀양육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알을 낳은 암컷은 원기회복을 위해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사냥을 하러 길을 떠난다. 그럼 그때부터 수컷은 암컷이 돌아올때까지 알을 품고 극한의 추위를 견뎌낸다. 남극의 겨울에는 너무 추워 물고기도 없어서 오로지 암컷이 돌아올때까지 눈과 얼음만 먹으면서 알을 품는다. 아래 사진은 길떠나는 암컷들. 수컷 펭귄들의 배웅을 받으며 또 몇달이 될지도 모를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이때부터 수컷 펭귄들은 오로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알을 품는데 집중하는데 그러다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게 된다. 새끼가 태어나면 수컷들은 전에 먹었던 음식들을 토해내서 그걸 새끼들에게 먹인다.




새끼는 무럭무럭 자라서 아빠의 품안에서 나와보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앗 추워~' 하면서 다시 쏙 들어가 버린다. 혹은 아빠 펭귄이 '아직 나올때가 아니야~' 하면서 부리로 콕콕 찍어서 들여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또 40여일이 지나고 엄마펭귄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까지 잘 버티는 수컷펭귄은 아이와 함께 아내를 반갑게 맞이하겠지만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수컷펭귄들은 죽어나가기도 한단다. 새끼를 품고있던 수컷이 쓰러져 죽으면 그 새끼도 바로 죽을수밖에 없을것이고...



1만여마리의 황제펭귄들 속에서 암컷펭귄들은 수컷 펭귄의 울음소리를 듣고 가족을 찾아온다. 이때 금새 찾지못한 커플들은 밤새 목이 쉴때까지 울기도 하고, 그럼에도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는 암컷이 생기기도 한다고. 아내를 맞이하지 못한 수컷펭귄들과 그 새끼는 또 죽을수 밖에 없다. 암컷을 만나야 새끼를 인수인계하고 이번엔 수컷들이 먹이를 찾아 길을 떠나는데 암컷을 만나지 못하면 새끼를 두고 수컷이 혼자 길을 떠날수 없기때문에 그냥 죽는다고 한다...



암컷에게 새끼를 인계하고 수컷이 길을 떠나면 먹이를 실컷 먹고 돌아온 암컷들이 다시 먹이를 토해내서 새끼를 먹이면서 키우게 된다. 또 한두달이 지나고 수컷들이 돌아올때 쯤엔 새끼들도 제법 커서 펭귄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마치 만화 캐릭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귀여운 모습이다~



새끼들이 이렇게 자라면 공동탁아소처럼 한곳에 몰아넣고 엄마, 아빠가 함께 사냥을 나가기도 한다. 그럼 자기들끼리 놀기도 하고, 어른들을 따라 다니거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호기심을 해소하기도 한다. 딱 삐약거리는 서너살 아이들 같다.



황제펭귄이 알에서 깨어나 건강하게 성인이 되는 확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첫번째 알을 낳은 암컷이 수컷에게 알을 인계할때 부주의로 알이 깨진다거나 구른다거나 하게되면 강추위 때문에 그 알은 부화되지 못한다. 무사히 수컷에게 인계하고 암컷이 길을 떠난 후에도 수컷이 알을 품다가 실수로 깨지는 경우도 있고, 먹이 사냥을 나간 엄마,아빠가 천적에게 잡아 먹혀 돌아오지 않으면 또 새끼펭귄은 굶어죽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후 열마리중 두마리 만이 어른이 된다.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키우던 부모들은 새끼가 어른이 되면 미련없이 새끼를 두고 떠나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새끼는 처음 며칠간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엄마, 아빠가 돌아와 먹이를 줄거라고 기대하고 기다리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남극에 봄이 오면 지난 겨울 떠났던 다른 동물들이 돌아오고, 반대로 황제펭귄은 길을 떠난다. 일년이 지나 다시 겨울이 돌아오면 이 때 떠났던 새끼들이 성인이 되어 이곳을 다시찾고 다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이네들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부성애와 함께 자식에 헌신하는 사람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새끼를 두고 떠나지 않는 부모펭귄들.. 하지만 그렇게 목숨걸고 새끼를 돌보지만 스스로 독립이 가능할만큼 자랐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떠나보내는 점은 인간이 꼭 배워야 할 모습이다.


송인혁 촬영감독과 김진만 피디는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촬영하러 오지로 갈때마다 사무실의 물품들을 정리하고 떠난다고 한다. 혹시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가족들에게 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남극의 눈물'을 촬영하러 왔을때는 호주 남극기지에서 머물며 유서작성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그렇게 목숨걸고 찍어온 귀한 화면과 사진들을 우리는 너무나 편하게 소파에 드러누워 티비로 보고, 책으로 보고있다. 이제껏 황제펭귄의 일생을 촬영한 언론사는 단 두곳 뿐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극한의 추위속에서 300일을 머물며 촬영했다. 이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황제처럼
국내도서>소설
저자 : 송인혁,은유
출판 : 미래의창 2012.07.17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