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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고담시티 1845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고담의 신'

<고담의 신>. 고담? 난 고담이란 뜻을 몰랐다. 그저 인터넷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의미로 도시 이름앞에 고담이란 말을 붙이는걸 보면서도 도대체 고담이 무슨뜻이지? 이랬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화 '배트맨'에서 악당들이 활동하는 도시 이름이 '고담시티'고 막장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고담이란 용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어보니 고담이 원래 미국 뉴욕을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바보들의 도시'라는 뜻이란다. 미국이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라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있을터, 초기 뉴욕도 토박이들과 인디언, 흑인노예들과 이주해온 아일랜드인들로 도시가 구성되었고, 각종 범죄와 무질서가 끊이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작가 린지 페이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1845년 무법도시 뉴욕에 처음으로 출범한 경찰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경찰 출범전까지는 딱히 치안을 유지하는 기구가 없었고, 주민 자치단체 혹은 야경꾼들이 비슷한 일을 도맡았는데 정치적인 필요성에 의해 소방관, 야경꾼, 건달들을 끌어모아 경찰국을 급조하고 치안을 맡기면서 술집 종업원이던 주인공이 경찰이 되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장부터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데 사실 그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ㅡㅡ;  첫 장은 다소 지루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주권 작가들 사이의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읽은 미주권 소설들은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장 대신 여기저기 살을 붙이고, 문장을 미화하고, 표현력을 극대화 시키려는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도 스릴러 장르이면서 초반에는 강렬하게 흡입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차츰 전개되면서 재미가 있어지더라~ 예전에 랜덤하우스란 출판사를 칭찬한 바 있다. 타 출판사는 장편소설을 1,2권 혹은 상,하로 분권하여 만삼사천원씩 책을 내놓는데, 랜덤하우스에서는 다소 두꺼워지다라도 한권으로 출간해 한권 값으로 구입할수 있게 독자들을 배려하는게 맘에 들었었다. 이번 <고담의 신>을 내놓은 출판사도 이 점에서 칭찬할 만 하다. 무려 486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단권으로 묶어 13,500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얄팍한 꼼수를 부린다면 충분히 두 권으로 내놨을 법도 한 분량이다.

 



 

 

배우와 가수로도 활동한 전력이 있는 작가 린지 페이는 <먼지와 그림자 : 잭더리퍼에 관한 왓슨박사의 기록>이란 추리소설로 작가 데뷔를 했는데 왓슨 박사를 통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재해석해 코난 도일 재단으로부터 홈즈의 추리력을 현대로 불러왔다는 극찬을 받은바 있다. 이번 소설이 그녀의 두번째 작품인데 이 역시 마이클 코넬리, 매튜 펄 등 동료 작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초보작가가 썼다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흡입력있고 반전이 있는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소재 자체가 아동연쇄살인, 그것도 잔혹한 하드고어 작품이라 더 독자들의 관심을 끈 면도 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 신자이고 미국의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작품속에서는 아일랜드인, 가톨릭, 미국 민주당이 가난과 범죄의 근원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어 불편하긴 했다. 뭐 순전 작가의 취향이니 뭐라 할수는 없는 일~

 

헐리우드 영화나 미주권 소설에서  흔히 볼수 있듯 만인의 적이자 악랄한 악당이 선량한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무차별적인 범죄를 일으키는데 우리의 슈퍼 히어로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악당을 처단하고 지구를 구한다(여기서는 뉴욕이 되겠지만)~ 는 정형적인 포맷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예전 슈퍼히어로가 잘생긴 얼굴과 큰 키, 천하무적의 힘과 재능,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악당들을 제압하는 반면 <고담의 신>에 등장하는 히어로 티머시 와일드는 화상으로 망가진 얼굴, 작은 키를 가진 평범한 우리 이웃과 같은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잘 씌여진 스릴러, 휴가시즌에 읽어볼만 한 소설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