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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가슴을 뛰게하는 오연호와 법륜의 대담 '새로운 100년'

근래 읽은 책중에서 생각하고 말고도 없이 단연 별점 다섯개를  줄수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이틀동안 쉼없이 완전 빠져들어 읽어 내려갔다. 원래 법륜스님의 강연에 매료되기도 했었지만 그간의 강연이 부부관계, 학업 스트레스, 청년취업등의 사회문제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정치, 역사, 통일분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책 제목은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 새로운100년> 부제는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이야기'. 부제가 딱 와닿는다. 책을 읽는동안 두사람의 대담속에서 가슴이 설레임을 느꼈다. 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법륜스님이 누군지 모르는 분들이 있을까? 환경, 통일, 평화, 인권운동을 활발히 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불교의 대중화, 생활화에 큰 기여를 하고계신다. 법륜이라는 법명까지 있고, 불교계의 대표격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에 조계종 소속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느 종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시란다~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요, 나쁘게 말하면 땡중인 셈이다 ㅡㅡ; 
<스님의 주례사>가 베스트셀러로 큰 호평을 받았고, 순회 강연마다 청중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고민을 토로하더라도 법륜스님의 한마디 답변이면 말끔히 위안을 얻고 해결 되버리는 놀라운 언변과 철학을 갖고 계신다. 최근에는 진보쪽 인사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쓴소리를 자주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멘토단의 일원으로 활동하신다.

오연호 기자 역시 모르는 사람이 드물터. 오마이뉴스를 창간한 대표적인 진보인사로 진보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으며 본인 또한 김대중 전대통령, 노무현 전대통령등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펴낸바 있고, 서울대 조 국 교수와 함께 <진보집권플랜>을 공저하기도 했다. 







책은 통일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통일은 왜 되야하는가. 통일의 필요성과 함께 왜 이토록 중요한  통일문제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지를 따져본다. 또한 가장 중요한 핵심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다만 통일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부터 갖춰야 한다고 해서 책의 전반부에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상세하게 다룬다. 역사에 관한 설명이 끝나면 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에 대한 심도있는 대담이 오고간다. 이 두사람이 워낙 현실 참여 활동을 오래 해왔고 진보쪽 인사인지라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풍부해서인지 그 어떤 신문이나 책에서 보던것보다 더 생생한 북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통일을 보는 관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에서는 통일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였다. 어떤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기에 앞서 한민족, 한겨례이기 때문에 무조건 통일이 되야한다는 주의였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지금은 잘 먹히지 않는다. 지금 20, 30대 젊은층에서는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통일이 되고난 후 혼란스러울 사회상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북한의 난민들이 서울로 몰려올 경우, 안그래도 주택문제, 교통문제, 취업문제에 경황이 없는데 내 몫의 파이가 더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북한사람까지 우리가 먹여살려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싸여있다. 그래서 통일은 되야하지만 지금 내 시대 말고, 다음 세대에!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통일이 숙명적인 우리 민족의 숙제인건 분명하지만 북한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두려워하고, 남한의 보수세력들은 통일로 인한 혼란을 두려워한다. 결국 지도층들 보다는 남,북한의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염원이 커야하는데 남,북한 국민들 모두 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먹고 살기 바빠 통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 책에서는 통일 주도세력은 누가 되어야 할지, 한반도의 통일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는 어찌 흘러갈지, 어떤 절차와 방법을 거쳐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심도있게 논의하는데 법륜스님 특유의 친화력으로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하지가 않다. 그냥 몰입해서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제시대 독립운동 형태부터 남북한의 근대사를 조명하던 부분과 북한에 관한 부분이었다. 왜 주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고 굶어죽는 이도 생긴다는 북한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걸까? 왜 삼대에 걸쳐 세습되는 정권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동요가 없을까? 누가봐도 이해할수 없는 주체사상과 김일성 일가의 신격화가 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먹히는걸까? 북한은 왜 핵을 개발했으며 왜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정말로 김일성은 항일독립투사였는가? 평소 궁금하던 부분이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좋았다.



 

 

법륜스님이 출가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며 가깝게 지내던 인근 사찰의 스님 한분이 계셨는데 한번씩 학생들을 붙들고 얘기를 하면 끝이 없이 길어져서 학생들이 모두 기겁을 했다고 한다. 하루는 법륜스님도 시험을 앞두고 시험 잘치게 해달라고 예불 드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그 스님을 딱 마주친거다. 스님과 눈이 마주쳐서 부르는데 먼저 "스님, 저 오늘 바쁩니다"하고 선수를 쳤단다. 바쁘니 붙잡고 얘기하지 말고 순순이 보내달라는 뜻. 그런데 스님은 "그래?" 하시더니 "너 어디에서 왔어?"하고 물으셨다. "도서관에서 왔는데요?" 그러자 "도서관에서 오기 전에는?" 이런식으로 자꾸 물으니 온갖 쓸데없는 걸 다 묻는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더란다. 그렇게 몇번 대꾸하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죠" 까지 오게됐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 전에는?" 이렇게 다시 물으셨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랬더니 이번엔 다시 물으셨다. "그러면 너 이제 어디 갈거니?" "지금 도서관에 갈겁니다" "도서관에 갔다가는?" "집에 가야죠" "집에 갔다가는?" "다시 학교에 가야죠" 이런 문답이 오가다가 마침내 "죽죠, 뭐"까지 오게됐다. 미래 일을 자꾸 물으니 먼 미래에 죽음으로 끝난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스님은 다시 물으셨다 "죽고 난 뒤에는?" 하자 "모르겠습니다...." 이랬단다. 그러자 스님이 버럭 화를 내시면서 "야 이놈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왜 바빠!" 하시더란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진짜 내가 왜 바쁘지? 분명 지금 바쁘기는 바쁜데..'


이 일을 계기로 법륜스님은 속가에서 출가하여 스님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나 역시 이 글을 읽고 머리가 멍해졌다. 우리는 다들 바쁘다. 학교 다니느라, 회사 다니느라, 또는 사업하느라 바쁘다. 어떤때는 정신없이 바쁠때도 있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가족들과 전화할 시간도 없고, 혹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만큼 바쁠때도 있다. 그런데 왜 바쁜걸까? 우리는 뭐하느라고 이렇게 바쁘게 사는걸까? 사람들은 이처럼 바쁘게 사는것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바빠서 운동할 시간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통일은 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다른 사람들이 챙겨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분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소위 자신이 보수쪽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한 민족으로서 대가없이 지원하자고 하면 핏대높여 빨갱이, 좌빨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없다고 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랑 가까운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결론은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란 거다.



새로운 100년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법륜,오연호
출판 : 오마이북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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