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 눈에 띈다. 소설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기에, 마치 파국으로 치닫는 여주인공을 보여주는 것같아 더 눈길이 갔다. 진실은 사라지고 소문만이 유령처럼 남는 곳, 그곳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연예계라는 곳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 특히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연예계의 화려한 겉모습과 멋진 스타들에 열광한다. 컨셉이란 이름으로 짜맞추어진 스타들의 이미지를 현실과 혼동하며,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서는 무슨일이든 할 기세다. 그뿐인가. 장래 희망란에 연예인이라고 적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 스타가 되고싶다며 연예계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자 이번엔 이들을 노리고 연예계에 데뷔시켜 주겠다며 돈을 갈취하는 사기, 여자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론 키워주겠다며 성상납을 요구하는 등의 파렴치한 잡배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연예계의 앞모습이 아니라 추악하고, 추잡한 연예계의 뒷모습을 고발하는 책, 영화, 다큐들도 심심찮게 소개된다. 과연 연예계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작가 권남기는 엔터테인먼트 계통에서 20년동안 영화 연출, 시나리오 각본, 각색등의 일을 하며 수많은 연예인, 연예계 사람들과 함께 일해왔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언젠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써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이번에 1년여간 준비작업 끝에 <매니지먼트>라는 장편 소설을 내게 되었다. 상상만으로 쓴 소설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관련분야에서 일하며 보고, 들은 경험을 토대로 씌여진 소설이라 픽션이 아닌 팩션에 가까운 글이라 보여진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충격적이다. 데뷔 2년만에 톱스타로 성장한 가수겸 여배우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모여든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살한다. 톱스타 오유경은 왜 자살했는가! 독자들은 역으로 오유경의 과거를 함께 여행하면서 그녀가 겪어왔던 일, 소위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소설의 소재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장자연 사건부터 최근의 고영욱 사건까지, 또 오현경부터 백지영까지, 거기다 어제 중국발로 보도된 장쯔이의 성 스폰서 사건에 이르기까지 심심할 새가 없이 터져 나오는, 익히 잘 알려진 연예계의 부정과 비리, 성상납과 성폭행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내용들이 우리 일반인들에겐 베일에 싸여있는 연예계라는 특수한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접해왔던 모든 연예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 있다.
물론 연예계라는 곳이 온갖 악인들의 집합소이고, 타락한 세계는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자연예인들이 모두다 몸바쳐서 데뷔하고, 정기적으로 스폰서를 두고 있는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연예계를 동경해온 청소년들이라면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도 인터넷을 서핑하다 논란이 되고있는 연예기사에서 영화 '후궁'에 출연한 배우 조여정이 가슴수술을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를 놓고, 가십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댓글에서도 논쟁이 뜨겁다는 것을 알게됐다. 가슴수술을 의심하는 댓글러들, 그리고 이에 맞서 수술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빙 돌아서 해명하는 조여정쪽 관계자라는 사람들.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또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때 이 소설의 부제가 다시한번 매치되며 떠오르게 됐다. '진실은 사라지고 소문만이 유령처럼 남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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