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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독특한 형식의 책, 소재원,낸시랭의 '아름다운 청춘'

 

아주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소설가 소재원과 팝 아티스트 낸시랭 두사람이 하나의 대화와 상황을 놓고 각각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풀어냈다. 이게 소설이라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남녀작가가 각각 쓴 <냉정과 열정사이> 같았을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아니고 가볍게 쓴 에세이다. 소재원과 낸시랭이 자기의 관점에서 하나의 상황을 놓고 느낀점과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자신들의 생각을 담담이 그려냈다. 소설가 소재원은 잘 알지 못한 작가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부분이 몇군데 나오는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20대 젊은 작가인 모양이다. 자발적 노숙자 생활도 했었고,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막 살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감 등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해 2008년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안소설 <텐프로>, 르포소설 <아비>, <밤의 대한민국>, <살아가려면 이들처럼>, <형제>,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아버지 당신을> 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소재원과 달리 낸시랭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예전엔 낸시랭에 대해 살짝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열렬한 팬이 되버렸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게 아니라 최근들어 부쩍 소셜테이너로서 언론에 언급되는 그녀의 멘션들을 통해서. 한마디, 한마디 하는 말이 그냥하는 말이 없고, 말속에 뼈가 있는데다 해학적이기까지 해 통쾌하기 그지없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예전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낸시랭의 행위예술에 눈쌀이 찌푸려지고, 낸시랭 하면 고양이, 똘기 충만한 무개념녀, 이랬던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고나자 그녀가 행해왔던 예술도 무척 의미있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보이고, 말 한마디 하는것도 개념이 꽉찬 투사로 보인다. ^^ 어쨋든 지금 난 낸시랭을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 존경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그 어느 여성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손가락질과, 멸시와, 빈정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전달하고 싶은 바를 과감하게 몸으로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아래와 같은 사진들을 공개하고 참 욕도 많이 먹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공개하면 욕먹을거라는걸 충분히 짐작했을 터이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는다. 남들이 뭐라하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의 자신을 사랑한단다. 분명 4차원 속에 살고있음이 틀림없다.

 

 

  

책 속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낸시랭이 새로운 목표로 가수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오랜시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댄스에 전념하는 것을 보고 소재원이 조심스레 걱정을 해준다. 분명 안티팬들이 낸시랭의 가수데뷔를 트집삼아 악플들을 쏟아내고, 언론들도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낼텐데 감당할수 있겠냐고.. 그런데 낸시랭의 대답이 참 쿨하다. 왜? 이렇게 한마디다. 왜냐고? 그럼 본인은 악플러들이나 적대적인 언론들이 낸시랭의 가수데뷔를 좋게 바라볼거라 생각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본인도 잘 알고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이거다. 그네들이 왜 나한테 악플을 쏟을건데? 소재원이 조심스레 설명한다. "누나가 해온 파격적인 모습들이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악플로 대놓고 상처주는걸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 낸시랭의 반응은? "그래서 뭐?" 이런다. 사람들의 편견, 오해, 악플 이런데 초연하다. 내가 그네들에게 피해준것도 없는데 왜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나를 싫어하느냐~ 설령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해도 할수없는 일이다. 난 개의치 않는다. 그냥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련다.. 난 지금의 이런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바로 이런 마인드가 난 존경스럽다.

 

보통 용기와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한 삶이다. 겉으론 항상 웃고 유쾌하지만, 그녀 속은 얼마나 아프고 슬플까? 그리고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을것이다. 그런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느 누구와 맞닥뜨려도 결코 주눅들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내 반대 성향을 가진 이가 이런다면 나도 참 미워할 캐릭터다. 그런데 다행히(?) 그녀의 생각은 거의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난 팬이 되버렸다.

 

덩치는 산 만하면서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뭐 하나에도 진지하고, 사회적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청년 소재원.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작고 가녀린 몸매, 뭐 하나 심각한게 없고, 백치미가 흐를 정도로 순진무구한, 그러면서 거창한 사회적 책무, 정의감 이런거와는 거리가 먼 낸시랭. 두 사람이 청춘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각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다.

소재원 어록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십니까? 지금 당장 장애인들이 있는 봉사 현장으로 달려가세요. 부모없이 살아온 고아원에 달려가 봉사하세요. 그럼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수 있을겁니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입니다. 내가 숨을 멈추지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만의 믿음입니다"

"예전에 작품을 쓰다 좌절했을때 제가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아빠, 이제 나 더이상 작가로 살수 없을거 같아. 다 끝났어. 머리가 텅 비어 버렸거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언제 시작이라도 했었나? 이제 겨우 한걸음 떼려는 놈이 말이 쉽구나"

낸시랭 어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 미완으로 남게 될 나의 삶을 두려워하시길"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한다면 1분만 숨을 참고, 1분만 눈을 감고 움직이고, 1분만 왼쪽 손으로 밥을 먹어보세요. 그럼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수 있을 겁니다"

"돈은 살아가면서 평생을 벌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시간은 돈을 벌수 있는 나날보다 많지가 않습니다. 사랑합시다. 정말 후회없이 사랑합시다"

 

 

아름다운 청춘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낸시 랭(Nancy Lang),소재원
출판 : 작가와비평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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