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칙한 책을 봤나! 아니, 남자는 모두 개라니!
물론 작가가 여자이고, 여자와 남자는 서로 표현력도 다르고, 말을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서 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는 인정할수 있다. 남자쪽에서 볼땐 도무지 여자들의 언어는 이해가 곤란한 중의적이고, 함축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 의역(?)을 해야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니 그것대로 불편하고, 여자쪽에서 봤을땐 너무나 단순하고 직설적이고, 몇마디 하지않는 남자들의 언어를 진화가 덜 된 탓이라고 자위하며 위안을 삼는건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그런데 같은 인간으로서 남자를 비난하는 것과, 남자를 아예 사람이 아닌 개 취급하는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지않은가! 남자로서 심히 불쾌한 소설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역시 반전이 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난 후 난 이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
먼저 이 책의 부제 '남자들의 지극히 개같은 습성 이해하기'에 나와있는 남자와 개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개는 집에 들이기 전에 조심해야 한단다... ㅡㅡ;
개들은 두가지만 생각한다? 섹스와 먹는것?... ㅡㅡ;;
한번 나쁜 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ㅡㅡ;;;
아마 여성 독자들은 이쯤되면 손바닥을 마주치며 그래 그래! 를 연신 외쳐대고 있을것이다. 작가는 임은정이라는 여성작가다. 그런데 개콘에 나오는 <용감한 녀석들>도 아니고, 여성독자의 공감대를 얻으려 모든 남성독자를 적으로 돌리는 모험을 강행했을까? 하는 의문은 책을 다읽고 나면 자연스레 풀리게 된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역시 반전이 있다 ^^ 결국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이좋게 지내라~ 라고 살짝 비켜간다.
이 책은 여러면에서 독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첫번째는 지금껏 말한대로 그간 남자들에게 당한 여자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듯 남자를 개 취급한다는 점에서 여성독자들의 구미를 당길것이고, 두번째로는 요즘 트랜드를 잘 반영해 소설을 썼다는 점을 들수있다. 주인공 '나다'는 소셜커머스 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직장여성인데 <쏘리양 vs 미스터 개씨>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남편흉을 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파워블로거가 된다. 이때문에 책도 내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최근 대중들에게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 '소셜 커머스'를 소설의 주무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 많은 블로거들의 꿈이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을 내보겠다는것 아닌가. 주인공 나다는 이런 모든것을 충족시키면서 독자들의 대리만족을 이끌어 낸다.
소설속엔 정말 '개'같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반면에 모든 남자는 '개'라고만 생각했던 나다에게 가장 개같은 남자였던 남편 '서비'가 사실은 개같은 남자가 아니었다는 결말을 내면서, 2천만 남성 안티독자들을 잠재울수 있었다. 남자가 개라면 여자는? 여자와 고양이의 공통점을 생각해봐도 아마 대여섯개는 생각해 낼수 있을터이다. 또 남자가 개하고만 공통점이 있겠는가. 곰은? 소는? 그 어떤것들을 대입시켜도 비슷한 점을 찾아낼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인 동물인 '개'를 끌어와 호기심을 충족시킨 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또한 거침없이 쓰는 글이 상당히 재미있다. 여성독자 뿐만 아니라 남성독자들도 유쾌하게 읽을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다. 책은 읽고싶은데 쉽게 손이 안가거나, 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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