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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대자연을 무대로 한 프랑스 최고작가의 소설 '더 라이언'

 

이 책을 쓴 조세프 케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작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약 58편의 작품을 남긴 그는 '프랑스 최고문학상'을 수상했고, 동시대에 활동하던 셍떽쥐베리나 헤밍웨이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의 작품들중 대표작이라고 할수있는게 바로 '더 라이언'이다. 케냐의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 암보셀리를 배경으로 여행자인 내가 국립공원 관리인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 가족간의 갈등, 관리인의 딸 파트리샤의 성장통, 아프리카 대자연의 야생동물들과의 교감등을 관찰하며 기록한 여행서이자 성장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왠지 낯익은 내용이다. 분명 처음 읽는 책임에도 어디선가 읽었던 기분이 든다. 사자를 베고 누워 잠을 자는 소녀, 아프리카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 대도시로 정규교육을 받게 하려고 떠나보내려는 부모, 작은 사고가 발단이 돼 친구이자 분신과도 같은 사자의 죽음 뭐 이런 내용이 말이다. 그래서 혹시 그런 내용의 다른 소설이 있었는지 인터넷을 뒤져봤다. 똑같은 내용의 다른 책이 있었다. '소울 아프리카'. 어라? 그런데 책 내용이 '더 라이언'과 똑같은게 아닌가! 저자를 봤더니 마찬가지 조세프 케셀이다. 저런. 동일한 원작에 서로 다른 제목을 붙여 두 출판사에서 출간한 것이었다. '더 라이언'은 문학마을에서 2010년에, '소울 아프리카'는 서교출판사에서 2009년에 출간했다. 또한 영화로도 제작돼 2003년에 상영했다고 한다. 그럼 혹시 내가 '소울 아프리카'를 읽었던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기억이 없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스토리가 낯익은지. 십여년 전에 영화를 봤는지.

 

어렸을 적 우리집 다락방엔 박스에 쌓여있던 책이 꽤 있었다. 아버지가 필요에 의해선지, 누굴 도와주기 위해선지 가끔 전집류를 사왔다가 포장도 뜯지않고 다락방에 던져둔 책들이었는데 그중에 '사냥꾼 이야기'라는 전집이 있었다. 우리나라 포수 이야기도 있었고, 아프리카나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맹수를 사냥하는 전문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은 책이었는데, 맹수와 사냥꾼이 서로 목숨을 내걸고 쫒고, 쫒기는 스펙타클함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빠져서 읽었었다. '정글북' 이라는 책도 야생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작품이었고,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도 사자가 친근하게 등장한다. 그 밖에 아프리카의 자연, 동물들과의 교감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뒤섞여 기시감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답게 소설은 볼거리가 풍부하다. 마치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지금 보면서 얘기하듯 섬세하게 묘사한 문체가 인상적이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거리에서 영양떼가 풀을 뜯고 있고,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노리며 잔뜩 웅크리고 있는게 눈에 보이는듯하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은듯. 또한 동시대에 활동한 셍텍쥐베리와도 곧잘 비교된다고 하는데 '어린왕자'가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씌여진 책이라면, '더 라이언'은 작가의 상상력에 덧붙여 실제 아프리카 자연을 여행하면서 작가가 보고 들은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광활한 대자연속의 평화로운 야생동물들과 그들의 최대 적인 인간들, 또 야생동물과 하나되어 공존하려는 관리인 가족이 겪게되는 갈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결국 어머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와 동물들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던 딸 파트리샤는 분신과도 같이 아끼고 사랑하던 사자 라이언 킹이 다른사람도 아닌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자,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모든걸 내려놓고, 프랑스 파리로 떠나게 된다. 가장 믿었던 아빠로부터 받은 배신감. 화자인 나와 더불어 소설의 주인공 격인 파트리샤는 언제까지나 아프리카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사자 등을 타고 놀수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그걸 깨우치지 못했고, 결국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함이 이 소설을 성장소설, 혹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하는게 가능한 이유다.

 

프랑스와 유럽, 미국에서 언론과 평론가들은 이 책을 평가할때 "기계화와 물질주의에 찌든 현대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권장도서로 추천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건 이 작품이 씌여진게 1958년 작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추천한 이승복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고, 성적지상주의에 외모지상주의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반드시 한번은 읽어야 할 작품이다. 청소년 뿐만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읽어서 세대간 필요한 소통의 단초를 얻기 바란다"고 말한다.

 


 

더 라이언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조세프 케셀(Joseph Kessel) / 유정애역
출판 : 문학마을 20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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