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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언론과 미디어의 역사, 속성 '미디어 씹어먹기'



 

'미디어는 왜 거짓말을 할까?'로 시작되는 책 소개에 반해 읽게 된 책. 미디어의 태동, 발전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미디어의 속성. 한편으론 권력에 빌붙고, 한편으론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이라는 녀석을 잘근잘근 씹어주겠다는 말에 혹했던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사상 초유의 MBC, KBS, YTN 방송3사의 동반 파업이 진행중이고, 국가 기반 뉴스공급자인 연합뉴스 역시 파업중인 이때에 '미디어 씹어먹기'라는 책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점이 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언론은 그토록 보수적이고, 보수정권에 종속되어 권력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특히 의아했던 점이 한때는 민족정론지임을 자부하던 동아일보의 변절이 궁금했다. 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참언론'의 기치를 내걸고 창간한 한겨례신문과 함께 동아일보는 그시절을 대표하는 '바른 신문'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게 어떤 일로 북한에서 일어난 일을 취재할 일이 있었는데 북한에서 동아일보와 한겨례신문 기자만 출입을 허용하고, 나머지 신문은 취재에 불허했던 일이 있었다. 그랬던 동아일보가 왜 지금은 조중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찌라시 취급을 받고있는지...

 

 

이 책은 브룩 글래드스톤 이라는 언론인이 쓴 책이다. 미디어 평론가이기도 한 그녀는 NPR(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뉴스 프로그램 <온 더 미디어>의 진행자이자 편집국장이고, 피바디상, 머로상, 내셔널 프레스 클럽의 기자 비평상, 해외 프레스 클럽상등 많은 방송 언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딱딱한 언론 전문 용어들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해력을 도와주는 만화형식을 빌었다. 그런데 그래도 어렵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겐 꽤 훌륭한 부교재로 쓰일수가 있겠으나, 언론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해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 평소 관심갖던 분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십여일동안 페이지를 뒤적였으니 쉬운 책은 아니다.

미디어의 탄생과 발전과정,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언론자유를 향한 사건들, 언론을 다루는 정부의 각기 다른 반응, 또 언론인들 스스로의 부패와 무능력,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도 하고, 때론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언론의 역사가 한 권의 책속에 고스라니 담겨있다. 아래는 언론과 언론인을 경멸하던 유명인들의 어록이다.

"저널리스트는 개와 비슷해. 뭔가 움직이기만 하면 짖어대거든" -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과학자들이 동물을 괴롭히는건 용납할수 없어. 저널리스트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시험하게 해야해" -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 "나는 저널리스트를 가장 경멸해. 키득거리며 남을 조롱하는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거든. 단테가 말했듯이 '가장 대단한 거부자들'이야" -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기자를 죽이는게 불법인가요?" - 미국의 체스선수 보비 피셔. 언론이 이같은 평가를 받았던 때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허접한 정보들을 뉴스시간에 보도하며 국민들의 관심사가 정부정책이나 국제관계, 혹은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던 시대에 나타난 현상이다. 소위 3S로 불리는 스포츠, 스크린, 섹스를 주로 다루는 미디어는 스스로가 자기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미디어 업계는 대중이 원하는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중에게 필요한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 논쟁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대중이 원하는 것과, 대중에게 필요한 것을 미디어가 스스로 안다고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대중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게 문제인 것이다. 그와 반면에 훌륭한 기자들도 많았다.

 

 

우리 언론이 언론의 기능을 잃어버린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언론이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하고,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쉬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시도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미국에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믿음을 받던 정치지도자들이 한순간 거짓말쟁이로 전락해 버린 것도 '워터게이트'사건을 발굴하고 보도한 언론의 성과였다. 5공시절 군인들이 언론사에 상주하며 신문기사를 검열하고 통제했을 때도 용감한 기자들과 신문사는 백지신문을 만들기도 하고, 광고면을 활용해 항거하기도 했다. 지금 방송3사와 연합뉴스가 벌이고 있는 파업도 이처럼 정부에 종속되서 입맛에 맞는 뉴스만 생산해내던 언론의 자정노력의 일환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디어가 권력자의 편에 서기도, 국민의 편에 서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대중들의 믿음과 지지를 받을때 비로소 참언론으로 우뚝 설수 있었음을 모든 언론 관게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씹어먹기 (양장)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브룩 글래드스톤(Brooke Gladstone) / 권혁역
출판 : 돋을새김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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