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이란 이름을 알게된건 역시 해직 기자들이 모여 만든 제대로 된 뉴스 '뉴스타파'를 통해서였다. 거기서 고정 칼럼을 진행하며 조목조목 이명박 정부의 실책과 무능을 비판하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책이 출간되었기에 읽게 되었다. 부제는 'MB4년에 대한 직언'.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경선에 나왔을때부터 한나라당 대선후보, 대통령 당선자 시절을 거쳐 대통령의 임기 지난 4년간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거쳐오는 동안의 역사를 순차적으로 되짚어보는 책이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기억에서 사라진 - 당시에는 탄핵감이라고 흥분했다가 곧바로 그보다 더 큰 엄청난 사건을 벌이는 바람에 자연스레 잊혀져버린- 일들을 일목조연하게 일깨워준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이 늘상 그래왔지 않은가! 이런 엄청난 일을, 21세기에 저지르다니! 하고 경악했다가도 곧바로 또다시 터지는 메가톤급 비리에 자연스레 앞선 일이 국민들 뇌리에 잊혀져 버리는 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잊혀져버린, 혹은 잊혀져 버릴뻔한 이명박 정부하의 일들을 자세히 되짚어 준다.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고소영,강부자 내각, 원칙없는 정부조직 개편, 광우병 촛불집회, 언론장악, 낙하산 인사, 4대강 사업, 부자감세, 종부세 감면, 조중동 종편 특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방송통제, 용산 사건의 폭력진압, 경찰의 진보진영 집회에 대한 강경진압, 노무현 대통령 서거, 쌍용자동차 사태, 독도 관련 일본과의 저자세 외교, 뼛속까지 친일,친미 사상, 반값 등록금 허언, 포퓰리즘, 인천공항을 비롯한 공기업 민영화 시도, 한미FTA, 지켜질수 없는 747 공약까지.
신경민의 책 '개념사회', 정연주의 책 '정연주의 증언' 과 '정연주의 기록' 을 읽으면서 자세히 알게됐던 당시의 방송장악, 낙하산 인사 과정이 다시한번 등장한다. 지금보다는 훗날 지금의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후손들에게 알려줄 소중한 기록이다. 왜 투표를 해야하는지, 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지,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디까지 국가와 민주주의를 훼손시킬수 있는지 엄중히 경고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시대를 기록해야 할 의무가 지식인들에게는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변상욱 기자가 했다. 유독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이 되자 이처럼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책의 출판이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처음 MBC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을때 나는 냉소적이었다. 파업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왜 이제서야! 가 그 이유였음은 물론이다. 지난 4년동안 이땅의 민주주의가 이처럼 훼손되고 퇴화해 가는데 언론인으로서 용기있게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4년이 지나고서야 그간의 과오를 반성한다면서 파업에 돌입하는 행위가 미웠기 때문이다.
이제 임기 5년의 마지막 해가 지나고 있다. 제목대로 굿바이 MB가 될것인지, 아니면 제 2의, 제 3의 또다른 MB가 정권을 잡게 될것인지는 순전히 유권자인 국민에게 달려있다. 어떤 이들은 이명박 정부 5년을 가리켜 제대로 망가진 정권, 대한민국을 망가뜨린 5년이라고 한탄한다. 그런 반면 또 다른 이들은 그래도 이제껏 MB만한 대통령이 없었다고, 어려운 환경하에서 이만큼도 잘한거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이런 상반된 시각중 국민의 다수는 어느쪽일까? 이에 대한 답을 들을수 있는 기회가 바로 선거라는 제도다.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 MB정부가 잘했다면 국민들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다. MB가 잘해왔다면 국민들은 대선에서 또다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줄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새누리당 후보를 심판할 것이다. 며칠전 그 첫번째 국민들의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로 나타난 민의는 그래도 MB정부와 새누리당이 잘해오고 있다~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제 머지않아 돌아올 두번째 평가의 시간을 지켜보자.
기득권층은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때 자신들을 평가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않는다. 그저 대중은 무지한 채, 정치에 무관심한 채 남아있는 편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최선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나쁜놈이다. 이 놈도 나쁘지만 저 놈 역시 마찬가지다. 뽑을 사람이 없다.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도록 알지못하게 선동한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이러한 기득권층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미지 정치에 속아서는 안된다. 속은 그대로인데 겉모양만 바꿔놓고 나는 전에 그놈이 아니요~라고 하는 말에 속으면 안된다. 겉모양이 바꼈다고 속까지 바뀐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껏 실정을 해놓고, 정당 이름을 바꾼다고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수 있나? 지금껏 파란점퍼 입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빨간 점퍼 입고 다닌다고 그사람이 다른 사람이 될수 있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달라졌을거야, 스스로 달라졌다고 하잖아, 예전과 다를거라고 믿어봐야지 하는 국민들이 있다. 이번 총선을 겪으면서도 그런 이미지 정치가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 5년의 세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이미지 정치에 더이상 현혹되고, 속아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현명하고, 성숙한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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