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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풋풋한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건축학 개론'

영화 제목이 너무나 친숙하다. '건축학 개론'

비록 건축공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옆동네 토목공학과를 나온 나로서는 대학1년때 '토목공학개론' 수업을 받던때 추억도 새록새록 묻어나고, 건축공학과생들이라면 누구나 나와같은 시절 들었었던 과목이 바로 '건축학개론'이었기에 아~ 이런 것도 영화의 소재와 제목이 될수도 있구나~ 하며 친근감이 들었던 탓이다. 이 영화 제목에 끌려서 관심을 가졌고, 주연배우 엄태웅에 끌려 보게되었다. 이 집안 연기자들을 너무 좋아했기에~ (난 엄정화 영화의 왕팬이다 ^^) 영화를 본 소감은, 실망스럽지 않았다. 감정이 풍부한 나로서는 눈시울이 뭉클해지는 감성충만한 영화였다.

 

 

출연배우는 엄태웅과 한가인 말고는 몰랐다. 그런데 정작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구도에서 현재 배우들(승민역 엄태웅, 서연역 한가인)보다 과거의 승민(이제훈), 서연(배수지)에게 더 눈길이 간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120% 재현해 냈다. 아~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누구였는데 이렇게 감질맛나는 순수 청년의 연기를 한단 말인가! 또 배수지란 배우는 누구인데 -이상하게 처음 보는 배우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이렇게 마흔 다된 삼촌의 가슴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단 말인가! 아래 사진을 보라!

 

 

이런. 알고보니 배수지란 이름의 낯설면서도 낯익은 이 여배우는 바로 미쓰에이의 그 수지였다. 드림하이에서 연기에 입문하더니 이제 영화에도 출연하는구나. 풋풋한 여대생의 연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서 정식 배우인줄로만 알았다. 왠지 얼굴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네..이들이 연기하는 과거 승민과 서연은 대학교 1학년때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을 함께 받게되면서 만났다가 집이 정릉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친해진다. 그러면서 서연을 좋아하는 승민의 순수함에 절로 미소짓게 된다.

 

 

승민의 연애 코치로 나오는 친구 역시 너무 귀엽다. 이름도 없다. 그냥 납득이.  아~ 이들 연기를 보면 승민이처럼 연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정말 순진했던 내 과거 시절이 생각 나기도 하고, 승민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알수없는 서연의 태도 또한 내가 숱하게 겪어왔던 짝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모만 달랐지 순진무구한 승민의 모습에서 나를 감정이입하게 됐다.(내가 저 정도만 생겼더라면..)

 

 

같은 서울에서 살면서도 강남사람들에게 서울시민 인정을 못받고 사는 강북, 그중에서도 정릉에서 시장일을 하는 엄마와 함게 사는 승민. 항상 그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대학1년 보통의 남학생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피아노 실력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음대에 진학한 서연 역시, 아버지에게만 자랑스러운 딸일뿐, 같은 과 친구들에게 시골 학원 출신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부끄러움에 서울 시민이 되고자, 그것도 가능하면 앞서방파(압구정,서초,방배)의 일원이 되려는 꿈을 가진 평범한 대학1년의 여대생이다. 승민에게 스스럼 없이 속마음을 얘기하는 서연은 앞으로 피아노를 때려치고 아나운서가 되어 돈많은 남자를 만나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싶다고 한다.

 

 

혼자서 짝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승민, 그리고 서연을 만나면서도 항상 불안해했던 바람둥이 선배에 손에 이끌려 술에 취해 자취방에 함께 들어가는 서연을 보고 그 가슴아픈 사랑을 독하게 접게 되는데... 15년후에 이혼녀로 다시 승민앞에 나타난 서연으로 인해 그때의 죽을만큼 아팠던 실연의 고통이 사실은 자신의 착각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은 바람둥이 선배가 아닌 승민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그녀 역시 승민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과거로 돌아가 관객들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 영화 15년전 대학 신입생때의 첫사랑을 풋풋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순수청년 엄태웅의 매력 또한 물씬~ 딱 실제 엄태웅의 모습을 보듯 제대로다. 거기다 수지와 이제훈의 자연스런 대학신입생의 연기, 역시 딱이다. 또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또 어떤가. 이 영화가 요즘 흥행하면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역시 새롭게 알려지고 사랑받게 될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단 한가지를 꼽으라면... 현재의 서연역을 맡은 한가인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찌 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미스캐스팅이다. 왠지 연기에 감정이입이 안되고, 과거 서연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였고, 지금의 서연 역시 병든 아버지를 지극히 간호하며 살아가는 착한 딸임에도 한가인이 연기하는 서연역엔 딱히 정이 안간다. 그렇다고 내가 한가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개봉작중 예매 순위 1위더라. 요즘 뭐 볼만한거 없나? 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영화다. 특히 당신이 공대생이라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터이다. 하물며 당신이 건축학과 출신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