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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낯설지 않은 연애의 단계별 과정을 보는듯한 '러브 픽션'

'러브 픽션' -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2월에 영화로도 개봉했던 작품의 원작이다. 시나리오와 원작에 전계수, 이걸 소설로 바꿔 쓴 이는 손여름이다. 부제가 설명하듯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을 쓴 달달한 연애소설이다. 영화로는 물론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상영됐을터다. 사실 이 영화가 나왔을때 복잡하지 않고, 재밌게 보고올수 있는 영화로 눈에 들어왔었다. 그랬다가 격주로 쉬는 직업적 특성상 한번 주말에 시간을 놓치고 나자 다음번 휴무때는 찾아볼수가 없더라.. 큰 흥행도, 그렇다고 쫄딱 망한 영화도 아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영화로 기록될것 같다. 연기파 배우라는 하정우와 공효진을 캐스팅한 영화치고는 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로 못본 아쉬움을 책으로 달랬다. 책을 읽고난 소감은...재밌었다. 그냥 연애 소설이다. 독특한건 1인칭 화법을 쓰는데 화자가 독자들에게 얘기하듯 진행된다. 더군다나 시종 존칭을 쓰고있다. 참 특이한 구성이다. 아니 이런 글은 처음 봤다. 예를 들면 "고깃집 골목이 분주하더군요. 한 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삼겹살을 주문했습니다...(중략)...제가 삼겹살을 집어먹을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을 기세였지요." 이러다보니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책속의 주인공이 나와, 독자들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제목을 <낯설지 않은 연애의 단계별 과정을 보는듯한>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다. 부제처럼 쿨하지 못한 남자의 연애담이긴 한데, 주인공 주월이 희진을 만나는 과정,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 두사람이 죽고 못살면서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과정, 그러다 작은 오해나 의심이 쌓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티격태격 싸움이 잦아지다가, 마침내 이별을 고하는 과정들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설정이 아닌, 평범한 우리네 일상에서의 연애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 똑같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랑이 이 단계를 모두 밟아오지 않느냔 말이다. 결말은 끝내 헤어지는 커플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커플도 있고, 결혼하는 커플도 있다. 소설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맞아.. 우리도 이랬지~ 하며 공감하는 커플들이 많을듯하다.

 

 

처음 구상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페이지 중간중간에 영화 촬영 기법들을 일러스트 해놓기도 했다. 달달한 연애소설이어서 인지 아기자기한 보너스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들은 인화용지에 인화된 사진들~ 이런 사진 여러장이 책과 함께 배송되어 왔다. 안그래도 외로운 사람한테... ㅡㅡ;

 

 

그 뿐이 아니다. 보너스2로 영화예매권도 포함돼 있다. 비록 사용기간이 3월 21일 까지인데 그 기간동안 꼼짝없이 섬에 갇혀있었던 탓에 아까운 표만 날리고 말았지만... 책을 구입한 분들이라면 책값이 아깝지 않을 귀~한 선물 되겠다.

 

몇가지 인상적인 소재들로는 겨털녀, 31번째 남자, 누드사진, 알래스카, 찌라시 연재소설 등이있다. 여주인공 희진이 겨드랑이털이 무성한 겨털녀로 등장 ^^ 두사람이 함께 첫날밤을 보낼때 무심코 겨털을 본 주월이 깜짝 놀라 당황하는 바람에 기분이 상한 희진이 다시 옷을 찾아 입는다는 장면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역시 주관적인 견해로 옥의 티는 있다. 주월은 희진이 이혼한 경력이 있다는것을 안 후에도 '과거는 중요치 않다. 사랑하는 지금이 중요할뿐, 그 어떤 과거도 용서할수 있다'라고 마음먹고 쿨하게 사귀게 되지만, 희진이 대학시절 헤프게 몸을 주고다닌 일명 '스쿨버스'였다는 사실을 알고 심하게 흔들린다. 별명이 '스쿨버스'라기에 무슨 뜻인가 했더니 그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타봤다는 뜻이란다.. 우연히 그런 말을 듣게된 주월의 마음이 어땟을까? 그저 오해였길 바랐지만 두사람이 싸운후 내가 몇번째 남자냐고 묻는 주월에게 서른한번째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오해가 아닌 사실임이 드러난다. 자~ 바로 이 부분이다.

소설속 남주인공 주월은 본인 스스로 여자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사랑하고 있는 현재가 중요하다.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고 니 곁에서 함께하겠다~ 하고 맹세를 하고 희진을 사랑했다. 그런데 그 여자의 과거를 알게됐다. 그리고나서 본인의 결심이 무뎌지고 의심하고, 미워하고, 상처를 주고 결국 헤어지게 됐다. 그걸 주월의 잘못이라고 탓할수 있을까? 아니 두세명의 남자도 아니고 나를 만나기전 서른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데 그것까지 다 이해하고 보듬어 줄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이 부분에서 작가에게 조~금 서운하다. 서른한번째라고 하지 말고 한 대여섯번째 남자라고 설정해줬으면 딱 좋았을텐데! 서른한번째는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얘기는 한때 흔들렸던 주월이 마침내 희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뜻이다. 참 대단하다 구주월! 나라면 그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영화와 관련된 후일담으로는 '겨털녀' 희진역에 김옥빈이 많은 욕심을 냈다고 한다. 심지어 감독을 쫒아다니면서 졸라댔지만 결국 배역은 공효진에게 돌아갔다. 안봐서 모르지만 아마 분장이 아닌 실제 겨털을 길러서 촬영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책만 읽고난 분위기로는 왠지 주월역의 하정우, 희진역의 공효진은 잘 매치가 안된다. 주월역에는 좀더 유약하면서 마른 체형의 배우가 어울렸을 듯하고, 희진역도 공효진 보다 김옥빈이 더 제격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만 읽었을때는 말이다. 혹시 영화를 봤다면 아, 하정우, 공효진 이 두사람 캐스팅 정말 딱이다! 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달달한 연애소설, 쉬운 책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하루만에 뚝딱 읽을수 있는 책 되겠다~

 

러브픽션
국내도서>소설
저자 : 손여름
출판 : 시아출판사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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