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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한미FTA 자세히 알아봅시다~ '한미FTA 완전정복'

한미FTA에 대해 논의하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어떤 힘들이 대뜸 "찬성이냐, 반대냐"를 물어온다. 찬성이라고 대답하면 당신은 바로 친미 사대주의자요, 수구 꼴통이요, 설치류와 같은 동족으로 모든 비난을 한몸에 받게된다. 반대라고 대답하면? 그 순간 당신은 노란색을 좋아하든, 파랑색을 좋아하든 간에 상관없이 빨갱이가 되버린다. 가끔 어떤이들은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북한에 가서 살아라고 퍼부어대고, 밤거리 조심하라고 겁을 준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걸까? 찬성하든 반대를 하든 일단 한미FTA에 대해 알고나서 논쟁을 해야할텐데 국민 대부분이 잘 모르면서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서로에게 막말을 퍼부어 대고 있다. 찬성한다면 어떤점에서 찬성하는지, 반대한다면 무슨 문제 때문인지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논의의 장이 없는 실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아주 뜨거운 감자라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쏟아지는 비난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를 다루기에 앞서 내 소신도 언뜻 비쳐야 하겠다. 난.... 찬성이다.

 

 

 

 

일단 대부분의 블로거들, 지식인들, 의식있는 이들은 반대파라고 봐야한다. 소위 '개념'있는 사람들은 다들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 야당, 진보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찬성하는 사람은 오로지 새머리당쪽이거나 설치류과에 속한 분들, 혹은 가스통 좋아하는 어버이들과 무슨무슨 전우회, 용사회 이쪽 분들이다. 자자...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고 모르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블로그 쥔장 아빠소는 민주통합당 지지자다. 심지어 서민들의 복지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가장 적합한 정당은 통합진보당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국론통합과 수권정당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아쉬운 점이 많더라도 아직은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야권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를 찬성한다니, 뭐 잘못먹은거 아냐?

 

일단 고백하고 본다. 나 사실 한미FTA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면서 어서 주워들은 풍월로 마치 지식인인듯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왜 찬성쪽에 무게를 두는건지 얘기를 해야겠다. 일단 우리나라는 내수시장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이는 박정희 정권이래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동력이요, 앞으로도 우리가 올인해야할 중점분야라고 생각한다. 한미FTA 없이 지금도 물론 세계 9위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무역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멈춰있다면 앞으로 십년후, 백년후에도 대한민국이 세게 9위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수출주도국가로 남아있을수 있을까? FTA는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FTA가 없어도 무역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FTA를 체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양자간 자유무역이 대세로 굳어져가고 있다. 이럴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없이 우리가 경쟁국가들을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기왕 할거고, 해야만 하는거라면 경쟁국들보다 앞서 먼저 세게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게다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한미FTA를 노무현 정부때 기안하고 추진했다는 점 때문이다. 골수 노빠로서 일단 나는 노무현 정부의 모든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반대측에서 주장하는 대로 한미 FTA가 체결되면 대한민국은 끝장나는거라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토록 정열적으로 추진했을까? 뭔가 보지 못한 장점들도 많기 때문에 추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종심리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크게 다른점은 없다. 물론 자동차 분야등에서 더 후퇴한건 맞다. 그러나 골격을 이루는 내용들은 전임정부나 지금 정부나 비슷비슷하다. 여기까지 내 개인적인 소견이었고 지금부터 책이야기를 해보자. 이 책은 나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어퍼컷을 먹이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한미FTA 얘기가 나오면 합리적인 토론이 시작되는게 아니라 찬성이냐, 반대냐를 두고 편가르기가 시작된다. 만화에 나오는 야구방망이를 든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어버이 은혜' 단체 소속이다. 물론 패러디다. 반대한다고 하자 대뜸 "너 반미주의자 맞지?" 하고 결론내려버리고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태세다. 아니라고 하자 이번엔 그럼 친북종북 세력에 빨갱이라고 야단이다..

 

그렇다. 이 책은 만화책이다. 한미FTA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FTA의 뜻부터 시작해서 어떤점이 문제이고, 실제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의 사례를 예로들며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이러이렇기 때문에 반대하는거다~ 가 이 책의 핵심이다. 결국 한미FTA 반대파의 시각으로 바라본 부정적인 조항들을 소개하고 우려하는 내용이다. 말이 좋아 자유무역이지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 목숨을 내놓고 지키려던 그런 자유가 아니라는 얘기~ 어떤 시장의 간섭이나 통제도 받지않고, 순전히 시장경제에 맡겨두자는 자유를 말한다. 자유무역이란, 그래서 헤비급과 페더급 선수가 아무런 핸디캡을 주지않고 사각의 링 위에서 한판 붙어라는 얘기와 똑같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신흥무역국, 국격 좋아하는 어떤분이 보기에는 미국과 맞상대를 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보는, 대한민국이 심판없이 자유무역을 하자는게 한미 FTA의 실상이다.

 

 

 

 

세계 경제학 분야의 인정받는 석학, 한국인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들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갖은 국가의 혜택을 바탕으로 공룡처럼 몸집을 불렸으면서도 개발도상국들의 이제 커가려는 산업을 상대로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싹을 잘라내려는 악의적인 시도가 '세계화'요 FTA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FTA를 하면 분명 서로가 득이되는 분야가 있고, 손해보는 분야가 있을테다.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한국은 자동차나 반도체와 같은 전자산업에서 이익을 보고, 반면에 농축산물, 서비스업, 금융업, 의료, 공공분야 등에서 손해를 본다는게 정설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수출좀 더해서 현대, 삼성 배불려주는 댓가로 한국의 농축산업이 붕괴되고, 공공분야의 해외민영화가 우려된다면 이게 동등한 협상이고 할수 있을까? 이외에도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몇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그 유명한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첫번째로 꼽힌다. 국가간의 무역에서 어느 한쪽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지금까지는 국가대 국가의 협상으로 판가름이 났다. 그런데 한미FTA가 체결되고 나면 상대국가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상대국의 정책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시 상대국가를 상대로 국가대 국가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고 소송을 진행할수 있는 제도다. 말이 좀 어렵지만 쉽게 예를 들어보면, 다국적 식품유통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급식 사업을 따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국정부, 혹은 서울시장이 저소득층 복지를 위해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 이 다국적 식품유통업체는 한국정부의 정책으로 자신들의 사업이 손해를 봤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수있다. 이때 소송은 한국 사법부가 아니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라는 곳에서 재판을 하게된다. 한국땅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한국의 사법부가 관여하지 못하고 미국의 입김을 받는 단체가 판결을 하는 시스템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판사들이 조심스레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이것때문이다. 사법주권 포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렇게 반론한다.

 

2010년말 기준으로 미국기업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사건은 108건인데 이중 미국기업이 승소한 경우는 15건에 불과하다~ 이걸로 봐서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가 미국기업에 일방적인 손을 들어주지 않는 공정한 기구다! 이 말만 들어서는 정부 말이 맞는것 같다. 괜히 걱정할 필요 없는거 아냐? 그런데 여기에도 꼼수가 숨어있었다. 108건중에 미국기업이 승소한 건수가 15건인건 맞다. 그럼 나머지 93건은 상대국 정부가 승소했느냐.. 아니다. 93건중 53건은 현재 진행중에 있어 판결이 나지 않았고, 18건은 판결전에 양자가 합의처리 했다. 여기서 합의란 대부분 상대국 정부가 미국기업의 피해보상 요구를 들어준 경우다. 결국 108건중에 상대국 정부가 승소하고 미국기업이 패소한 건수는 22건에 불과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미국기업이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건수는 108건인데 반해 상대국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건수는 15건에 불과했다. 이 말은 결국 ISD제도는 일방적으로 미국기업에 유리한 제도라는 거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아무리 준비를 잘해서 문제없다고 큰소리쳐도 실상은 미국의 일개 기업에도 한국이라는 국가가 쉽게 휘둘릴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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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곡물시장의 붕괴, 공공요금 인상, 약값 인상, 래칫조항에 따른 개방폭의 부작용,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이나 해명은 하나같이 믿음이 안간다. 그리고 이 책은 이 그림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자~ 이제 독자들은 다시 반문할 것이다. 이런것들을 알면서도 한미FTA를 찬성한단 말이야? 도대체 제정신이야? 라고. 물론 여전히 찬성이다. 단,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때 한미 양국은 시종일관 밀고당기기를 거듭하며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이 타결됐을때 노무현 전대통령이 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마지막까지 두가지 쟁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었단다. 바로 쇠고기와 자동차. 어차피 둘다 지킬수는 없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벼랑끝 전술처럼 둘다 포기못한다고 버티다가 막판에 쇠고기를 내주고 자동차를 지키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했다. 최선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차선이었고, 나름 미국과의 협상에서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쪽 카드를 너무 허망하게 다 내줘버렸다. 그러면서 본인은 통이 크다고 자랑을 한다. 어렵사리 지켰던 자동차 분야도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앞에서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의 차이를 잠깐 얘기했었다. 크게 달라진건 없다고.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노무현 정부때 미국과 협상 타결된 안은 미국의회에서 비준되지 못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때 재협상을 통해 타결된 한미FTA 안은? 미국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준되었다. 이게 뭘 말하는걸까. 한미 FTA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 이대로는 안된다. 최소한 ISD 만이라도 삭제해야 할것이다. 우리가 내준것만큼 받아내야 한다. 뼛속까지 친미주의자가 일방적인 미국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고, 되도 않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한국은 여태껏 다른 후진국들과 달라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것이다는 말로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이는 당장 10~20년 후의 대한민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00년, 200년 후의 대한민국 모습을 결정할수 있는 중요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한미FTA 완전정복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이완배
출판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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