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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다. 아니, 기억할 뿐이던가. 영화로, 연극으로, 오페라로, 발레 작품으로 시대가 흘러도 끊임없이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인용되어 오고 있다. 특히나 많은 여성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해 가슴아파하고, '진정한 사랑', '아름다운 로맨스'의 대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고 있다. 그런데 난 여기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내눈에 비친 로미오는 그저 철없는, 겉멋에 빠진 청소년일 뿐이요, 줄리엣은 부모에 대한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사춘기 소녀에 다름 아닌 인물이다. 그런데 어디가서 이런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비슷하게라도 주인공들을 비난할라치면 상대는 마치 명작 문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버린다. 나 혼자 뭐라고 생각하든간에 어쨋든 수많은 연인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뜨겁고, 정열적인 사랑을 하길 원한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부터 내 구미를 확 잡아당겼다.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갖고있던 의문도 바로 이거란 말이야!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은 사실은 심리학서였다. 심리학자 김태형이 쓴 이 책은 '로미오와 줄리엣'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고전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작품 '카르멘',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빅토르 위고의 '노틀담의 곱추', 프랭크 봄의 '오즈의 마법사' 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왜 그와같은 결말이 나올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져보는 재미가 있다. 바로 왜? 라는 의문을 가지고 고전들의 주인공을 심리적으로 들여다 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정말 사랑했을까? 돈 호세는 왜 카르멘 같은 악녀에게 빠져들었을까?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지킬박사는 왜 굳이 괴물 하이드가 되려고 했는가? 햄릿을 고뇌하게 만든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도로시는 왜 오즈의 나라로 간것일까? 등등...

여기서 언급된 작품들이 다는 아니더라도 이름은 다들 들었을테고 이 중 몇몇 작품은 실제 읽은 분들도 많을거다. 그때는 그냥 무심코 작품만 읽을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등장 인물들이 하나같이 쉬운 성격들은 아니었던듯 하다. 그럼 철부지 풋사랑으로 생각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심리학자 김태형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어제는 로잘린, 오늘은 줄리엣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부터 기억해보자. 로미오가 집안의 원수가인 캐퓰렛가의 파티장에 몰래 갔다가 줄리엣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부분~ 로미오는 사전에 줄리엣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때도 원수가의 딸이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왜? 

"얼굴이 이뻐어~~~" "몸매가 예술이야아~~"(쌍칼아저씨 버젼으로). 


남자들이 길을 가다 스타일이 멋진 아가씨를 보고 어찌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하루에도 열두번은 더 드는 자연스런 본능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사랑'이라고 표현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는 청춘들이 많다. 닭살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길에 서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첫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기 연락처좀.." 그런 작업남에게 연락처를 알려주는 여성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게 일주일 만나고 나서는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느니, 내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느니, 이러면서 뜨거운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로미오가 파티장에서 줄리엣을 만나기 직전까지 사실은 로잘린이라는 여성을 향한 짝사랑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로잘린에게 거절당한 로미오는 친구들에게 "나는 죽어서 사는거지. 난 내 자신을 잃었는걸. 난 여기 없어. 이 사람은 로미오가 아니야. 그는 다른 어딘가에 있네"라며 절규한다. 그랬던 그가 줄리엣을 만나고나서는 로잘린을 머리와 가슴에서 지워버렸다. 로미오는 심리학적으로 어떤 유형일까?
첫째, 감정 기복이 크고 흥분을 잘하는 청년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어리석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는게 여러차례 나오고 있다.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죽이게 되는 부분,
둘째, 로미오는 위기가 닥치면 쉽게 자포자기하는 비관주의자다. 티볼트를 죽인 형벌은 당초 사형이었지만, 친구들의 증언덕분에 추방형으로 감형된다. 죽게되었다가 목숨을 건졌는데도 기뻐하거나 앞날을 기약하는게 아니라 자기신세를 한탄하고 비관하느라 바쁘다. 추방당하느니 죽는게 낫다고 징징대는 로미오에게 화가 난 로렌스 수사가 이런 말을 한다. "이 어리석고 얼빠진 놈아, 추방형 그것만해도 넌 행복한거야. 축복이 꾸러미째 네 등에 얹혔거늘, 행복이 한껏 멋을 내고 네게 구애하거늘 너는 버릇없고, 심사 뒤틀린 계집애처럼 네 행운과 사랑을 이리 막 대한단 말이냐, 조심해, 그러다 비참하게 죽는 수가 있어"
셋째, 겁이 많았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죽기 위해 독약을 사러가는데 그가 원한 독약은 '안 아프고 빨리, 고통없이 죽는 약'이다.

줄리엣은 왜 로미오를 사랑하게 됐을까? 줄리엣은 표면적으로는 부모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어여쁜 외동딸이지만 사실은 권위적이고, 딸을 신분상승의 무기로 삼으려는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었다. 특히 혼인문제를 두고 파리스 백작과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것에 대해 줄리엣이 거부하자 "이 버르장머리 없는것, 보기 싫다. 이 빈혈든 시체같으니! 썩 꺼져버려, 몹쓸것. 황달 들린 얼굴이나 해갖고선. 목이나 매라. 이 막돼먹은 년, 불효한 년 같으니! 이 애를 갖게된건 저주란 말이야. 이 애를 당장 치워라, 건방진 년!" 이렇게 욕을 퍼부어 댄다. 어머니 역시 줄리엣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줄리엣의 나이 열넷, 사춘기의 소녀였고,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가장 실망시키고 화나게 하는 일은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있을때 로미오를 만났다. 낭만적이고, 자상하고, 자기만 봐주고, 온갖 미사여구로 자신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피끓는 젊은 청년, 게다가 그는 아버지가 가장 미워하는 가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고, 비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건, 이들이 너무나 사랑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건강한 사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된 상태에서 최선의 상대를 만난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갑작스런 만남과 한순간의 호감을 사랑이라 착각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심리학자의 분석을 보고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 됐다. 이제 어디가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나오면 한층 자신있게 이들의 풋사랑을 비난해야겠다 ^^;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을 사랑했을까?
국내도서>인문
저자 : 김태형
출판 : 교보문고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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