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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남자의 물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나다..

블로그 이웃들이야 자극적인 제목을 만나도 으례 책이야기겠거니~ 하고 넘기겠지만 혹여라도 네이버 검색을 통해 '남자'와 '물건'을 연관지어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낚였다~고 생각할 터이다. 전혀 기대와 다르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 제목이었으니.. 명지대 교수인 김정운 교수의 새 책 '남자의 물건'을 소개한다.

난 이 책을 통해 김정운 교수를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이 분 꽤나 유명하신 분이었다. 고정출연하고 있는 방송도 서너개에다 전국에 강연을 하러 다니는 인기강사고, 저서도 서너권을 가지고 있다. 그중엔 베스트셀러도 있고, 사회 저명인사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도 가지고 있는 대단한(!) 분이시다. 그런데 참 말을 재밌게 한다. 시종일관 유머가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놀랄만큼 솔직하다. 책 제목은 누구나 기대하는 그런 남자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저명인사들에게 의미있는 자신만의 애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핑계(?)로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예전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도 여러 저명인사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었지만 그와 유사하면서도 좀더 세밀하고, 솔직한 얘기를 끌어낸다는 점과 저자가 심리학자이다보니 인터뷰이를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재미도 추가되어있다고 느꼈다.




이 분이 저자인 김정운 교수다. 명지대 교수라는 직함보다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이란 직함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단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와는 다르게 - 미안하다. 난 입에물고 있는게 처음에 사탕인줄 알았다. 일종의 유머코드인줄 알고,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연출한 표지사진인줄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사탕이 아니고 만년필이다. 게다가 어쩌면 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렇다면 이걸 우스꽝스럽다고 받아들인 나는... ㅡㅡ;

이래뵈도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대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성이시다.
KBS에서 <명작 스캔들>, <수상한 두남자의 쇼>, tvN에서 <시사랭크쇼 열광>에 출연했고,  저서로는 <노는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일본열광>이 있다. 글은 매우 솔직하고 재밌게 썼지만, 한 꼭지, 꼭지마다 현대인, 특히 남성들의 애환과 그 저변에 깔린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거기다 교수님이 학생을 가르치듯 학문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지않고, 자신의 경험과 가정사를 예로들며 저자나 독자나 똑같이 불쌍한 남자라는 동지의식이 생기게 한다. 그래서인지 글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쉽게 공감할수 있다.

1부 남자에게
올해 쉰이 됐다는 저자는 이 나이 또래 남자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심리현상들을 소개하며 마치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듯 '남자'들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는다. 가끔은 아~ 이 분이 심리학 교수였지? 하게 되기도 하는데, 평범한 이웃처럼 늘어놓는 하소연과 개인담 속에 심리학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고도의 전략이다. 쉬운 심리학. 이 분처럼 이렇게 심리학에 대해 글을쓰면 누구나 심리학의 매력에 빠져들것 같다.

2부 남자의 물건
이 책은 이렇게 단순하게 1부와 2부로만 나뉘어 있는데 1부, 2부가 각기 다른 책처럼 분위기를 달리한다. 1부에서 남자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소통했다면, 2부에서는 사회 명사들, 그들만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수납통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저자 김정운교수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이 중에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요즘 정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편이다.





솔직히 '남자의 물건'의 인터뷰 대상자 10명 중에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까지 난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재인이 문제야!"를 수십번 반복했다. 도무지 재미있게 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을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김문수가 가장 힘들었다. 재미없는 걸로 따지면 두사람 모두 거의 같은 수준이다. 지역에 대한 편견은 없어야 하지만, '경상도 싸나이'들은 정말 어쩔수 없는 듯하다.
그래도 현직 도지사인 경북 출신의 김문수는 무슨 이야기든 무조건 길게 해야 한다는 정치인의 '감'이라도 있었다.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경남 출신의 문재인은 묻는 말에 짧게 대답하곤, '하하하'하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러고는 그 특유의 입 꽉 다문 표정으로 그저 그 큰 눈만 빤히 뜨고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김문수 - 문재인, 이 두사람을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게 하고 몰래카메라를 찍으면 정말 '대박'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로 쳐다보며 그저 딱딱 끊어지는 웃음으로 '하하하''허허허'만 할 것 아닌가. 정말 머릿속에 그림이 환히 그려지지 않는가?


김정운이 문재인을 인터뷰 하면서 느낀점은 '겸손' 과 '신뢰'다. 사람이 누구에게나 겸손하다. 그래서 적이 없다. 극우주의의 표본이라 칭할수 있다는 저자의 어머니 마저도 문재인을 보면 "사람은 참 점잖다고 하더라.."라고 하신단다. 문재인의 장점은 '상대방을 믿게 만드는것' '상식을 바탕으로 옳은일을 한다는 신념' '자신의 명예나 권력의지때문에 지금 이런 일들을 하고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상대방이 믿게 만드는것'이란다. 이는 대단히 특별한 능력이다. 




차범근 편도 인상적이다. 차범근의 물건으로 소개된 것은 뜬금없는 '계란 받침대'다. 독일에서 오랜시간 살았던 그는, 살아온 날들중에 최고의 순간을 기억할때 분데스리가에서 MVP로 활약하던 때도 아니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때도 아니고,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위해 독일 동네 빵집에서 갓구운 빵을 사가지고 와서 계란받침대에 올려놓은 반숙계란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던 순간, 그 기억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만의 소중한 '남자의 물건'으로 계란받침대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이지만 독일에서는 모든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생필품이라고 한다.




한국의 '자유로운 영혼' 조영남도 소개되고 있다. 그의 '물건'은 역시나 사각안경이다. 안경에 얽힌 사연과 함께 조영남을 더 자세히 알수있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논란이 많은 사생활 부분을 제외한다면, 저자는 조영남을 한국 예술계에서 대단한 자리에 랭크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진솔하고 재밌는 저자와 인터뷰이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참, 걸출한 책이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때도 "그사람 참, 물건이다" 이렇게 말할때가 있다. 사람이 어찌 물건에 비유하겠냐만, 이 책도 나한테는 정말 '물건'이다. 40대를 넘어선 이 시대 가장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김정운 교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버렸다...

남자의 물건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김정운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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