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경민이라는 이름이 부쩍 자주 등장한다. 몇년전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며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유명세를 떨쳤고, 결국 그게 MB정권의 미움을 사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해 명강사로 이름을 날렸고,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등이 통합하여 만든 민주통합당의 초대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뛰어들게 됐다. 그러다가 이번엔 MB정부 들어 바른말을 하다가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뺏기고 해직된 해직언론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대안언론 '뉴스타파'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수있었다. 지금 뉴스타파를 진행하는 전 YTN 노종면 피디 대신 원래는 신경민 전 앵커가 진행을 맡기로 했다가 뉴스타파 첫방송을 얼마 안남기고 민주통합당으로 가는 바람에 노종면 피디가 대신 진행을 맡았다는 소식이다. 바른말 하는 용기와,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곳에 항상 신경민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가 책을 냈다.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의 개념사회>가 그것이다.
최근 한창 유행하던 지식콘서트, 청춘콘서트 처럼 신경민 앵커도 '신세교'라고 해서 청년들과 지속적인 대담을 나눠온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신세교'는 '신경민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교실'의 준말이다. 2011년 8월부터 두달동안 신경민이 20~30대 젊은이들과 만나 상식을 가지고 살기 힘든 현재의 이상한 사회에 대해 대담을 나눴는데 이 책 <개념사회>는 이때 청년들과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해서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일단 책의 도입부에선 우리사회의 '빨갱이' 노이로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빨갱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 그리고 그 단어를 적재적소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필요할때 써먹어서 짭짤한 효과를 거둬왔던 보수 독재정권들, 그리고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호남 차별과 전라도=빨갱이 라는 공식에 대해 장황한 경험담과 생각을 늘어놓는다. 그 자신이 전라북도 출신으로 80년대 이후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지연, 학연, 혈연과 심지어 종교연까지 불합리와 비상식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모습,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한 현실인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토로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신경민과 대담을 나누는 20, 30대 젊은 청년들은 호남 차별이라든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지연, 학연등에 대해 말로만 들었지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지역차별이라는게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살아오면서 그렇게 심하다고 느끼지 못하겠다는 거다. 이에 대해 신경민 앵커가 하는 대답이 걸작이다.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원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다라고... 어떤 이들은 호남차별이 영호남 지역감정에 국한된 것이라고 알고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영호남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호남 소외, 왕따 라는 것이다. 그리고 호남 왕따를 이끌어낸 '전라도 사람들은 ~카더라'라는 말의 내면에는 지역감정을 유발시켜 자신들의 정권과 독재를 유지하고 특권을 연장하려는 불손한 목적을 가진 정권들의 비열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군데서 참 희한한, 비이성적인 모습이 만연된 MB정권하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다. 사실 새로운게 있지는 않지만, 알고있는걸 나열만 해도 셀수없이 쏟아지는 비리와 부정의 백화점 아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언론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빗질' (방송계 은어다. 쓸어내 버린다는..) 해 버리는 모습들을 고발하고 있다. 지금 빚어지고 있는 사회현상, MB정부의 문제점을 자신의 시각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데, 정치에 무관심한 독자들에겐 다소 지루할수 있겠으나, 반대의 경우라면 함께 분노하고, 함께 개탄하며 미래의 대한민국을 걱정하게 되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책의 결말부에서 신경민은 MB덕에 이룰수 있었던 많은것들을 예로 들며 "MB덕택이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부분이 있다. 미국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MB정부 시대에 살고있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여 유래를 찾기 힘들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된 일하며, 다른때 같았으면 평범한 기업인, 시민운동가로 일하고 있을 안철수, 박원순을 파괴력 막강한 야당인사로 키워놓은 일, 국민 대부분이 무관심했던 대한민국 헌법을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외우고 노래하고,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해준 일 등이 MB덕택이다. 게다가 대중들에게 이름없는 정치인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이 이제는 대한민국 어느 지역구에 내다놔도 당선될만큼 영향력있는 정치인으로 키워준 일은 보너스라고 봐야겠다. 오랜 시간동안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지만 그래도 항상 개그우먼이라는 딱지를 달고있던 김미화가, 정권의 눈 밖에 나 프로그램에서 쫒겨나면서 이젠 준 해직 언론인 대우를 받고있고, 김제동, 윤도현, 김여진, 김규리 같은 가수나 연예인들이 일순간 개념 연예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모두 한사람 덕분이겠다. 그리고 그 끝에 신경민 자신이 있다. 그냥 평범하게 앵커 생활 하다 정년퇴직 할 뻔했는데 이젠 민주통합당의 대변인으로 변신하게 해줬으니 말이다.
총선과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꼭 투표하자. 그래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언론이 진실을 말하면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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