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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너무 위험한 프로젝트! '일년에 열두남자'

예전 <바람난 가족>이란 영화가 있었다. 온 가족 구성원이 바람난, 그야말로 콩가루 가족같은 얘기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독일판 '바람난 가족'이란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인 피아가, 일하는 잡지사의 칼럼이 경쟁사에 약세를 보이자 남자들의 잠자리 성향이 별자리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몸소(!) 체험하고, 그 특징을 연재하여 구독률을 올려보겠다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고, 코믹한 설정에 따라 남자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곁들여 절친 탄야는 사진작가이자 디자이너라는 번듯한 직업대신 폰섹스로 돈을 버는데 더 관심이 있다. 아버지는 주인공보다 더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고, 엄마도 다른남자를 만나고 다닌다. 이쯤되면 제대로 된 <바람난 가족>이라고 할수있겠다.




어차피 흥미 위주로 쓴 소설이고, 이런 설정도 있다~라는 넓은 아량으로 읽기엔 꽤나 재미있다. 너무 진지하지 않아서,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만나는 남자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문장 곳곳에 유머를 잃지 않았기에 주인공이 너무 헤프지도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평범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게 현실이라면 분명 너무나 특이(!)한 여성이었겠지만! 게다가 1인칭 화법을 쓰고 있어 특히 여성독자라면 주인공 피아에게 자신을 일체화 시키면서 대리만족 -평범한 한국 여자라면 일년에 열두명의 남자를 만나 잠자리를 갖는다는게 얼마나 꿈같고, 화끈한 일이겠는가!- 할만 하다. 처음 그런 계획을 갖은 이유가 별자리 칼럼을 쓰는 주인공이 경쟁사에 구독율이 밀리자 화끈하고 쇼킹한 소재로 구독율을 만회하고자 구상한 이벤트였기에 주인공이 만나는 각기다른 별자리별 남자들을 통해 별자리별 남자들의 특징을 정의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혈액형별로 시도했다면 훨씬 공감을 얻을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나 자신이 무슨 별자리인지도 모르는 판에 열두 별자리별 남자의 특징을 공감하고 이해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맞다. 차라리 혈액형별로 남자들의 특징을 구분했다면 일년에 네 남자만 만나면 됐으니 훨씬 도덕적으로도 덜 지탄받을 일이었을까? 네 남자는 괜찮고, 열두 남자는 안되고? 음... 이것도 이상한 논리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아내가 아는체를 했다. 근래 케이블 티비에서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이 책이다. 드라마를 한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로맨틱 코미디물일 것이다. 설정 자체가 꽤나 섹시해서 영화나 드라마화 하기 딱 좋을듯하다. 그런데 결국 일년에 열두남자를 만나는 동안 주인공이 변하거나 깨달은게 있었을까? 글쎄...내가 보기엔 동거하는 남자가 바꼈다는것 말고는.. 딱히 결론은 없다. 별자리가 중요한게 아니다. 혈액형이 중요한것도 물론 아니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관계에 이것보다 중요한게 있을까? 행여나 이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일년에 열두남자' 만나는 이벤트를 구상하는 여성분들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다양한 남자를 만나는건 좋지만, 일년에 열두남자는... 좀 그렇지 않은가? 

일 년에 열두 남자
국내도서>소설
저자 : 마르티나 파우라 / 송소민역
출판 : 갤리온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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