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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몰입할수 없었던 가족소설 '여보 미안해'

자고로 소설이든, 영화든 작품속에 몰입해서 감정이입이 되야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좀처럼 몰입할수 없는 작품들도 있다. 나와 전혀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라든지, 이야기가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들다든지, 구도나 등장인물들이 너무 산만하다든지 여러 이유가 있을수 있겠다. 제목에서 얘기한대로 이 작품 역시 나는, 그랬다. 좀처럼 몰입하기도 힘들었고, 등장인물들과 감정을 공유할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평 역시 조금은 냉소적이 될것임을 알려둔다.
 

먼저 이 책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의 이름은 채복기. 대구 출생으로 미국 트리니티 대학과 맥코믹 신학대학원,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시카고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있으며 저서로는 산문집 <그래 니 잘났다>가 있고, 이 책 <여보 미안해>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문학계에서 오래 활동했다거나 수상경력은 없어서 전문작가라기 보다 개인적인 영감을 바탕으로 책을 낸 경우라고 보인다.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다. 현대사회에서 무너져가는 가족간의 정을 비극적인 한 가족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근간이 되고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근래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고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된듯 보인다. 평범하고 성실했던 한 가장이 정리해고 후 겪게되는 경제적인 고통으로 인해 부부간의 불화를 겪게 되고, 아주 사소한 말싸움이 씨가 되어 가장의 가출, 남겨진 가족의 어려움, 부부간의 오해등을 겪으면서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되는 이야기다.




지난달, 고혜정의 산문집 <여보 고마워>라는 책을 읽었었기에, 이번에 <여보 미안해> 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두 책이 연관성이 있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제목만 비슷한건 아니라 작가의 의도도 사실은 일맥상통한 책이다. 곁에 있을땐 그 소중함을 모르고 당연히 여기지만, 정작 내곁을 떠나고 나면 그 소중함을 알게되고 그때는 이미 늦은후라는거, 그러니 있을때 잘하자~란 충고 아니겠는가. 채복기의 소설 <여보 미안해>도 어느집이나 마찬가지로 돈 문제때문에 언성을 높혀 싸우고, 그 부부싸움 와중에 서로에게 해서는 안될말, 가슴에 못을 박는말들을 내뱉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평범한 가족들의 일상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그냥 흘려듣거나, 분을 삭이면서도 참고사는 대다수의 집들과 달리 한번 참지못하고 욱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오는 주인공의 순간의 선택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며, 부부간, 부모와 자식간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고자 하고있다.

그런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알겠는데 소설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문체, 또 주인공이 이렇게 행동할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개연성, 이 모든게 빈약하다. 아니 세상에 어느 가장이 부부싸움 하면서 자존심에 상처좀 입었다고 어린 두 딸과 전업주부인 아내를 놔두고 가출을 하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간 돌아오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 설령 그럴수 있다고 쳐도 만일 그렇다면 주인공이 그럴수밖에 없었구나~하는 걸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할텐데, 난 전혀 공감할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저 무책임하고, 철없고, 생각없는 무능한 남편이요, 아버지 일 뿐이다. 작품속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딸들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나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실한 아버지가 택하는 선택이라고는 공감할수 없는 결정이다. 그렇게 가장의 가출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 남은 가족에게 새로운 비극이 닥쳐온다. 막내딸이 갑자기 열이 펄펄 끓더니 죽어버린 것이다. 단 하루만에! 이 부분은 남편이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딸들에게 용서를 빌려고 큰맘먹고 돌아온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부인과 딸의 태도를 오해하고 다시 되돌아간 날 일어난 일이다. 작품속에서는 딸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통해 긴장감을 높히고, 이 가족의 파국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의도로 쓰인 대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독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요즘 시대에 아퍼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다음날 죽는다는 설정을 하기엔 아무리 신종플루가 두려움에 떨게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빈약한 설정이다.
 

계속되는 주인공의 불행, 그리고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비로소 종교에 눈을 뜨고,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오게 된다는 설정 또한 허탈하기에 마찬가지다. 극적인 장치가 없다.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다고 써놓은 글도 있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참 신기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습작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려본다. 작가가 작품을 쓰기전까지 숱하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과정중 한 부분정도...

작가가 한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글을 쓰는지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있다. 그런 작품에 대해 이렇게 비판적인 글을 써서 참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비평가도 아닌 내 리뷰글이 어떤 영향력을 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가 자유의지로 글을 쓰는것처럼 나 역시 한사람의 독자로서 내가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거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혹여나 다음번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게 될때는 지금과 다른 감동을 받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여보 미안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채복기
출판 : 문이당 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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