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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광우병 의심 미국산쇠고기 유통시킨 업자 '무죄'

2008년, 광우병 쇠고기가 식탁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치로 인해 전국이 들썩였던 사실을 우리 모두는
결코 잊을수가 없다. 그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단체, 조중동은 이런 여고생, 가정주부,
회사원으로 이루어진 시위대를 두고 반미주의자, 종북좌파와 빨갱이란 이름을 붙여 무자비
한 진압으로 맞서다 결국 두차례나 대통령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사과한다고 하고, 뒤돌아서서는 촛불집회에 초를 공급하는 불순세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고... 유모차 부대, 하이힐 부대, 예비군 부대에 이어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던 그 치열했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 시위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들은 정부 주장대로 반미주의자도 아니었고, 빨갱이들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학생, 주부,
회사원이었다. 이들이 물대포를 맞고, 곤봉에 맞아가면서도 외쳤던건 오직 하나,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자는 것이었다. 무턱대고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수입할수 밖에 없다면 이웃 일본처럼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청정쇠고기를 수입해 달라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정부의 대답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심할수 있는 청정쇠고기라는
것이었고.



내 기억에 그 요란을 떨고 내린 결론은 <캐나다산은 수입금지, 미국산도 30개월 미만의 살코기
만 수입, 미국 현지 도축장등의 검역강화, 수입된 쇠고기에서 의심물질 발견시는 전량 반송>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캐나다 소나 미국 소나 광우병이 돈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중에서
특히 캐나다는 지난 8년사이에 18차례의 광우병이 발생할 정도로 광우병의 본거지라는 이미지
가 강한 곳이고, 소는 연령이 높을수록 광우병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있기에 30개월 미만
이라는 조항이 붙은 것이다. 결국 2008년의 촛불집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거부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할수있는 형식적인 후속조치는 취한 셈이다. 정부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하지만 이후로도 미국은 끊임없이 30개월 이상 연령의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압력을 넣고있고,
지금은 뼈가 포함되도 수입하는걸로 알고있다. 게다가 캐나다 소도 미국으로 건너가 일정기간 머무르면 미국산 소로 인정받아 한국으로의 수출이 가능하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되더니, 작년엔 슬그머니 아예 캐나다산 쇠고기를 정식으로 수입하는 문제가 논의되다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2011년 12월 30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건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달 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관보에 게재했다. 빠르면 이번달부터 캐나다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 조용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속전속결인데다 지난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때 국민들의 저항을 교훈삼아 이번엔 아예 보수언론들이 알리지도 않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사실 이번 정부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결정은 피치못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까지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다가 광우병이 발생한 2003년이후로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캐나다가 2007년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했고, 무엇보다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하면서 왜 자국의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냐고 WTO에 한국을 제소했는데, 미국이나 캐나다나 똑같이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했기에 한나라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다른나라의 쇠고기를 금지하는 것은 국제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서 한국의 패소가 예측되는 부분이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재판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캐나다정부에게 두손을 들고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것을 두고 악순환이라고 해야되겠다.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나니, 이번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으니 캐나다산 쇠고기도 수입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것이다.




쇠고기의 모든 부분이 광우병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중 특히 위험물질(SRM)은 뇌나 척수,
내장, 뼈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미국산쇠고기를 수입하면서도 뼈나 내장등은
제외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와 뼈도
포함되어있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은 한층 더 광우병의 불안에 떨게 된 셈이다. 캐나다가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광우병 발병 사례가
보고 된 나라가 캐나다다. 미국산 쇠고기보다 캐나다산 쇠고기를 더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다.
(다른 관점도 있다. 광우병에 관한 한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캐나다는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키고 있어 수치상으로 캐나다에서 광우병 보고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산 소는 알려지지 않아 광우병 사례가 적고, 캐나다산 소는 철저히 검사하기에 알려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 일면 수긍이 간다. 따라서 오히려 엄격한 기준과 관리하에 수출되는 캐나다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 보다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음을 알려드린다)

어제 눈에 띄는 뉴스 한 토막이 보도됐다. 여간해선 읽지않고 넘어갈 정도로 비중없이 처리된 뉴스였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용관)가 광우병이 의심돼 폐기결정된 미국산 쇠고기를 몰래 빼돌려 도축한 후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유통업체 선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뉴스다.
무죄 선고 사유는 다음과 같다.

"유해성에 대한 가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축산물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미국산 쇠고기 폐기 결정도 국민정서를 고려한 것이지 광우병과는 관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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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일까~ 앞서 말했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쇠고기는 전량 반송하거나 폐기토록 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일부를 폐기토록 조치했다. 그런데 이 쇠고기를 유통업다 선모씨가 몰래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 2008년 목이 터져라 우리가 우려하던 사항이 현실이 됐다.
그런데 김용관 부장판사는 이런 행동이 무죄란다. 이분 생각은 광우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고, 더군다나 해당 쇠고기에 광우병 유발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광우병이 의심된다는 검역원의 판단도 국민정서에 기인한 바 크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다. 광우병의 유해성은 가설이 아니라 현실이다. 더군다나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때는 폐기조치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의심이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 MB정부하에서 농식품부가, 검역원이 과연 객관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생떼를 쓰며 폐기하려 했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더군다나 설령 재판부의 말이 백번 맞다한들 폐기처분 대상 쇠고기를 몰래 빼돌려 유통시킨 행위가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해석일까?

결국 선모씨는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수입에 비해 소득세를 적게 냈다는 혐의는 유죄를 인정받아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

사실 나는 그 재판을 한번도 방청한적도 없고, 단지 짧은 뉴스 한토막에 의지하고 있기에 뭐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재판부 말대로 선모씨가 억울한 어떤 진실이 있을수도 있겠지. 혹은 농식품부와 검역원이 멀쩡한 쇠고기에 생떼를 써서 아까운 쇠고기만 폐기될뻔 한걸 선모씨 덕에 다행히 우리가 식당에서 사먹을수 있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광우병이 인간에게 주는 유해성이나 만에하나 광우병 쇠고기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위해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물대포에
맞아가며 소리친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한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수 있을련지...
이런 문제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있는건지 다시한번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