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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서울시장 선거,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다

처음 시작은 일방적인 싸우이 될거라고 다들 예상했다.
그럴수밖에 없었던게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앞서고 있었으니... 이번만큼은 다른때와 달리 기성정치인을 심판하려는
시민들의 욕구가 절대 사그라들지 않는 태풍처럼 보였을 법도 하다.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이후 박원순측 캠프에서는 민주당으로의 입당이 오히려 '시민후보'로서의 순혈주의에
오점을 남기는 선택이 되서 지지표가 이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같은 판단은
민주당으로 입당해 민주당후보로서 선거에 임하는 것보다 무소속으로 싸우는게 더 낫다는
선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결과가 오차범위내 혼전을 예상하고 있고, 일부 조사결과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박원순 후보보다 더 높은 역전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격차를 벌일것이다?
일순간의 현상일 뿐이다? 아니다.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게 바로 박원순 후보측이 간과했던
조직력의 힘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및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여당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던 사례가 없다. 가장 근접했던게 1995년 무소속 박찬종 후보였는데
선거전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하던 그가 막상 선거에서는 민주당 조순후보에게 밀려 당선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조직력이 무엇인가? 조직력이 뭔데 더블스코어 차이로 뒤져있던 나경원 후보가
턱밑까지 따라왔고, 갈수록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혹은 이미 박원순을 제치고 위로 올라섰단
말인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거대정당은 풀뿌리와 같은 선거조직을 가동하는 정당이다.
조직력이 뭐 대수라고? 아니다. 박근혜나 홍준표와 같은 지도부는 연일 나경원과 함께하는 거리
유세나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한다. 이들이 정치활동을 하며 쌓아온 인맥이나 단체들
무시 못할 힘을 가지고 있다. 당내 인터넷 대응팀은 박원순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댓글로 박후보를 깎아내리고 나경원 후보를 추켜 세운다. 언론담당은 보수 언론들을 동원해
불리한 기사들이 보도되는걸 최대한 막고, 상대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쏟아내도록 압력을
가한다.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민심선동팀은 승객들을 대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대후보의 의혹을
~카더라 통신으로 퍼뜨린다. 선거때만 되면 서민정당으로 변신하는 한나라당은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고등어를 사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울거먹고,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버거운
서민들은 또 철썩같이 그말을 믿고 표를 준다. 이것이 바로 조직력이다. 이런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있고, 무소속에는 없는 힘이다.



나경원 후보가 치고올라오는 이유가 조직력뿐일까? 아니다. 흑색선전, 네거티브 전략도 한 몫
단단히 하고있다. 근거없는 의혹, 또는 별 일 아닌 과거사를 끄집어 내 마치 큰 부정이나 비리가
있는마냥 부풀리고 확대해 끊임없이 공격한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런 선거전략을
비판은 할수있지만 효과가 크기 때문에 포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네거티브 전략을
한나라당은 할수가 있는데, 시민단체로 구성돈 박원순 캠프는 하기 힘들다. 정보력도 달릴뿐더러
그들 스스로가 그동안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비난해 왔던 행위를 스스로 하기가 윤리의식에
걸리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박원순의 민주당 입당을 반대했다. 순수성이 훼손될 뿐더러 기성정치에 반기를 들고
정치판에 뛰어든 박원순이 민주당 입당하는 순간 그 역시 기성정치인과 다를바 없어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 확실히 하자. 한나라당도 나쁜놈이고 민주당도 나쁜놈이라는 양비론이
말하는 사람은 쉽게 할수있겠지만 받아들이는 민주,진보 진영에는 독이 되는 말일뿐이다.
어찌 민주당이 아무리 썩었다한들 한나라당과 동급 취급을 받을수 있냔 말이다. 이번 선거는
반한나라당 연대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주당이 서야함이 현명한 방법이다. 어찌됐든
현존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정치세력중 민주당만한 세력이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할수없고, 하지못하는 일을 민주당은 할수있음을 알았어야 했다.

난 개인적으로 서울시민의 정치색을 한나라당 35%, 민주당 25%, 부동층 40% 정도라고 본다.
어떤 못난이가 나오더라도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는 35%를 먹고 들어가고, 민주당 후보는 25%
를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나머지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40%에
육박하는 부동층이 안철수를 지지했고, 이에따라 야권단일 후보로 출마한 박원순이 초기에는
민주당표 25%까지 흡수해 65%에 이르는 절대 지지를 형성했다. 하지만 부동층이 왜 부동층이겠는가.
확실한 지지후보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부동층이다. 시류에 따라, 현안에 따라 언제라도 지지후보를
바꿀수 있는 표가 부동층인 것이다. 초기에 박원순에 절대적으로 몰려있던 부동층의 표가 슬슬
나경원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로 한나라당의 조직력과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양 후보간 지지율의 격차가 없어져 버렸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답은 하나다. 뺏긴 부동층을 다시 끌고 와야한다. 이들 부동층의 성격은
확실한 지지후보가 없이 현안에 따라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박원순 캠프가 하고있듯
단순히 성숙된 정치의식에 호소하고, 깨끗한 선거운동을 고집해선 어렵다. 세차례 방송된 티비
토론을 보면서 답답해 죽는줄 알았다. 병역비리라면 그야말로 세계속에 으뜸인 한나라당이 적반하장
박원순 후보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하는데 왜 해명에만 급급하냔 말이다. 한나라당 후보라는
이득은 다 취하고 있으면서, 이명박, 오세훈 시정 10년을 비난하는데 왜 나경원 후보가 지난얘기는
하지말고 지금 얘기를 하자고 발끈하느냔 말이다. 나경원 의원이 부친의 비리에 대해서 자신은
잘 모르니 부친얘기는 하지말고 정책토론을 하자고 하면서 왜 박원순이 열세살때 부모와 문중에서
결정한 양자입적을 문제삼아 박원순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느냔 말이다. 기부란 것이 부자들에게
기부를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쓰는것이 당연한데 왜 재벌들에게 기부금을 받았냐고 몰아부치
는데 제대로 반박을 못하느냔 말이다. 부동산 투기로 수십억원 재산을 축적하고 사회를 위해
좋은일 한번 안한 사람이 왜 일평생 가난한 자들을 위해 자기인생 포기하고 헌신하며 살고있는
사람에게 부도덕하고, 부정하다고 외치는데 속시원한 설전을 못하느냔 말이다.

부친의 사학재단 비리와 관련된 의혹, 부친 학교 교사들의 나경원후보에 대한 정치후원금,
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파렴치한 아방궁 타령에 대한 사과, 부동산 투기로 재산 불린 의혹,
자위대 창설기념식에 참석하고 몰랐다고 발뺌한 사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설립발언에 대해
주어가 빠졌으니 이명박이 설립한게 아니라는 뻔뻔스러움의 극치, 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한
나경원의원의 신념, 사학법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섰던 일에대한 반성, 장애인 인권을 무시한
보도용 목욕봉사활동, 자신이 일반 시민인듯 행세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멘션을 날린 트위터,
스티브잡스 사망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홈페이지 사건 등등등... 수세적으로 의혹에 대한 해명
으로 일관하지 말고, 적극적이며 공세적으로 몰아부치는 전략만이 빼앗긴 부동층을 돌아오게
하는 길이다.

이번 포스팅을 마치면서 결론을 말하고자 한다.
제목처럼 이번 싸움이 쉽지않은 싸움이 될테지만, 결과는 박원순 후보가 이길거라고 확신한다.
조만간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후보를 어떤식으로든 지원할 것이고, 젊은층의 투표열기가 갈수록
높아진다는데 희망을 걸만하다. 정작 중요한것은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다. 그때도 시민단체의
열정과 도덕성만 가지고 서울시정을 펼수 있을것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열정과 도덕성이
없어서 임기내내 기득권층과 보수층에 고전하고, 개혁을 이루지 못했겠는가? 서울을 개혁코자
한다면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시정의
경험이 있는 정치세력과 합세해야 한다. 당선된 후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때
박원순 혼자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단합된 범야권, 범 민주세력이
모두 함께 민주당과 대통합에 나서야 할것이다. 어쩌면 서울시장 선거보다 더 쉽지않은 과정이
되겠지만 그래야만 한다. 나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큰 틀에서 추구하는 이상이
같다면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보수는 비리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고 노무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지도 통합이다. 문재인, 한명숙, 유시민등이 하나
였을때도 한나라당은 버거운 상대였음을 기억하자. 이제 박원순과 안철수까지 합세한다면 통합된
야당은 5년간 철저히 유린당한 민주주의를 회복할 기회를 얻을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다른
5년을 지금과 같은 시간으로 보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