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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기록 '정연주의 증언'

얼마전 '정연주의 기록'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언론인 정연주의 회고록, 자서전 격으로

1970년대 동아일보 기자에서부터 시작된 언론인이라는 길의 시작부터 2011년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걸어온 길, 그때 당시의 사회적인 이슈, 역사적인 현장등을 보며 자기가 들은 얘기,

한 얘기, 직접 본 사실들을 하나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심정으로 '기록'화 해놓은 책이 바로

'정연주의 기록'이었다. 그 후속편인가?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정연주의 증언'이다. 기록에서

한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증언이라 함은 법정에서 사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한 후에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이다. 그만큼 거짓없이, 가감없이, 사실만을 말해야 할것같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후 소위 전 정권에서 임명된 코드가 다른 이들을 제거

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한숨이 마를 새가 없다. 사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해임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그가 비록 정권의 눈 밖에 나서 쫒겨나는 것을 안타

까워 했지만 그와 함께 그의 개인적인 실수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도 없지 않아 보였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그러했고, 검찰의 수사 결과가 그러했고, 무엇보다 KBS 내부의 노조가

그를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재임기간 내내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를 KBS 사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로 노조의

비판을 받았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아예 사장 퇴진운동까지 벌이지 않았었는가.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았다. 저 상황에서 정연주가 물러나면 노조는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될거라고 기대하고 있는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만한 인물인가?

사장 퇴진운동이 아니라 아예 사장 보호운동을 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그 의문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시원하게 풀렸다. 노조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단체가 다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을...KBS에 여러개의 노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이다.

지금 김인규 사장에 반대하며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KBS의 노조는 정연주 사장을 반대하던

그때의 그 노조가 아니었다.


'큰 집'가서 조인트 까이고, 매 맞아 가면서 교육받고 돌아왔다는 MBC 김재철 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단 출신의 김인규 KBS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에 꼭맞는 인물인 배석규

YTN사장...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판단되는, 혹은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갖었다고

판단되는 공중파 방송의 사장들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신문들의 목소리를

키워주고, 인터넷 마저 장악한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들이 정연주 사장을 쫒아내기 위해 조작하고,

꾸며내고, 거짓말을 해온 모든 증거와 정황들이 이 책에서 낱낱히 까발려진다.



정연주를 몰아내기 위한 작전에는 권력기관들이 총동원 됐다. 청와대를 필두로 감사원, 검찰,

보수언론, 어용노조, 방송통신위원회...

작전의 시작은 최시중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한 그날부터 시작됐다. 최시중은 김금수 KBS

이사장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정연주 사장 퇴진을 종용했다. 김금수 이사장은 방송법에는

사장의 임명에 관한 조항은 있으나, 면직 조항은 없다고 답했다. 방송사 사장은 언론의 중립과

권한 보장을 위해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자리이다. 하지만 이미 이명박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다고 판단한 정권은 쫒아내기 위해 편법, 불법을 총동원한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이를 보도하는 KBS에 더더욱 사장 퇴진 압박이 가해오다가 정부는 감사원에 KBS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장이던 전윤철 원장은 이를 거부했는데 총선 출마를 위해 전윤철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임한 이후 곧바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가 실시됐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에서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했고 이를 수락한것. 그리고 KBS 전직원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의 특별감사, 그리고 검찰의 배임혐의 수사와

함께 KBS 내부에서는 노조가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감사원이나 검찰이나, 노조나 모두 정연주의 부실 경영을 주장하며 제시했던 근거는 누적적자

1,500억원이라는 주장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 1,500억원이라는 숫자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따져보면 189억 누적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정연주 사장은 후에 재판을

통해 검찰의 기소에 1심, 2심, 3심 모두 승소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아무 근거가 없었

음을 밝혀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주의' 조치였다. 그런데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다.

지금껏 소개한 내용은 시작에 불과하다. 과연 이 정부가 어떤 파렴치한 행각을 벌여왔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분개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정연주의 증언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정연주
출판 : 오마이북 20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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